전곡항에서

전곡항*에서

권태주




갯벌 위 몸을 누인 어선들은

밀물이 돌아오기를 낮은 숨으로 기다린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일상이 된 항구에서

차오르는 물결은 고단한 어깨를 토닥여줄 유일한 약속

그 곁으로, 돛을 접은 요트 몇 척은

묶인 밧줄을 밀어내며 자꾸만 먼바다를 훔쳐본다

은빛 파도를 가르고 싶어 하는 저 갈망은

겨울 햇살 아래 팽팽하게 당겨진 현(絃) 같다


건너편 대부도 탄도항의 등허리 위로

풍력발전기는 쉼 없이 하얀 원을 그린다

바람의 무게를 이겨내며 돌아가는 저 거대한 날개는

고요한 적막 속에 던지는 겨울의 나직한 탄성


언덕 위, 제부도로 향하는 서해랑 케이블카는

제 속을 비워낸 채 허공에 매달려 흔들리고

오가는 이 없는 빈 방들만이

기울어가는 오후를 실어 나르는 전곡항


비어 있기에 비로소 선명해지는 겨울의 항구

바람은 이곳에 머물며

다시 올 물때를 떠나갈 길을 조용히 묻고 있다.


* 전곡항ㅡ화성시에 있는 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