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어머니

시인과 어머니

권태주



문밖에선 긴 겨울의 기다림이

흰눈되어 내리는 저녁

쇠죽을 끓이는 아궁이 앞에 앉아

후끈한 시래기국 끓이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ㅡ애야. 시인이 되면 가난하다더라. 시는 뭐하려고 쓰느냐?

근심어린 눈빛으로 말했었다

아궁이속 타오르던 장작불도 꺼지고

이젠 어머니도 없다

안방에서는 동치미에 뜨끈한 숭늉

문밖에 소리없이 싸락눈이 내리던

그런 시절은 없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

흰눈 내려 세상을 가득 덮어도

토방 위에 내리던 싸락눈만 못하다

이제는 혼자서 가야할 길

내가 할 수 있는 건

끝날까지 시를 쓰는 일

그 저녁 가슴 속에 고이 담아두는 일

먼훗날 내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추억

만들어 주는 일


ㅡ권태주 첫 시집 [시인과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