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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Feb 02. 2023

서울대 10개 만들기, 최종 목표가 아닌 출발점이어야

제5장 대학서열 해소를 위한 지금까지의 논의들 -3

2021년 말 대학서열 해소 방안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제안이 있었는데 그것은 경희대 김종영 교수가 제안한 ‘서울대 10개 만들기’(각주1)이다. 이는 서울대를 포함한 10개의 거점국립대를 하나의 대학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이 10개의 대학이 모두 서울대 수준의 명문대학이 되도록 집중 육성하자는 제안이다.

 

흔히 대학평준화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68혁명 이후의 파리 대학 체제인데, 당시 파리에 있는 13개의 대학을 개혁하여 기존 대학명을 쓰지 않고 1~13대학으로 부르면서 대학 간 서열화를 없앤 사례로 알려져 있다. 만약 서울 시내의 주요 대학들을 1대학~20대학으로 부르고 신입생을 공동 선발하면서 해당 대학들의 교육 여건을 균질화한다면 그 효과는 대단히 클 것이다. 


그런데 김종영은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파리 대학 체제보다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체제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각주2)고 말한다. 파리 대학은 단과대학들인데 비해 한국의 거점국립대는 종합대학이므로 캘리포니아 대학체제가 더 비슷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는 10개의 연구중심대학(UC), 23개의 교육중심대학(CSU), 116개의 직업중심대학(CCC)으로 3개의 계층화된 대학체제가 있다. 그런데 각 대학체제는 “공동입학관리체제로 운영되며 주정부에서 제시하는 표준화된 입학자격지표에 따라 일정한 자격을 충족하면(UC는 상위 12.5%, CSU는 상위 33.3%) 각 대학체제별로 최소한 한 개 이상의 대학에 입학을 보장받는”(각주3)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내신이나 수능에서 상위 12.5%에 들면 UC대학 중 한 곳, 33.3%에 들면 CSU대학 중 한 곳에 입학할 수 있는 셈이다.


캘리포니아의 UC대학은 주 전역에 분포되어 있고(그림5-3)(각주4), 각 대학마다 강점이 있는 전공분야는 다르지만 세계 대학 랭킹에서 우수한 성과(각주5)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5-3 캘리포니아 대학체제 10개의 UC 캠퍼스 지도                                                           

자료: 김종영(2021). 서울대 10개 만들기.     


김종영은 전국 10개의 거점국립대로 구성된 대학통합네트워크의 명칭은 서울대나 한국대 중에서 정할 수 있으며, 각 캠퍼스는 숫자를 붙이거나 UC처럼 지역명을 붙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대학 명칭의 변화를 표로 정리하면 <표5-4>와 같다.      


표5-4 서울대(수준) 10개로 구성된 대학통합네트워크    

자료: 김종영(2021). 서울대 10개 만들기.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실현된다면 우리나라 대학체제에 가져올 영향력은 상당히 클 것이다. 무엇보다 각 권역별로 학생들이 진학 목표로 삼을 만한 상위 대학이 생겨서 지역의 우수 학생이 수도권으로 유출되지 않고 거주 지역에서 학업을 이어가게 되고 이는 지방 대학의 몰락을 막고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 10대 만들기는 실현 과정에서 투여되는 예산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핵심은 거점국립대의 교육 여건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 그렇다면 거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어느 정도일까?     


표5-5 대학별 총 교육비 및 학생 1인당 교육비 비교    

자료: 2020 대학알리미. 내용 재구성.     


<표5-5>를 보면 현재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거점국립대의 총교육비는 평균 3,400억 원 정도이다. 이에 비해 서울대의 총교육비는 1조 3,400억 정도된다. 재학생수의 차이를 반영하여 계산해 보면 9개 거점국립대에 7천억 원씩 총 7조 원의 재정이 매년 투입될 때 서울대 수준의 10개 대학이 운영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400개 대학 중 단 9개 대학에 매년 7조 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확보할 수 있는 예산 범위는 연간 2~3조원이 최대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거점국립대 네트워크가 대학서열 구조에서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만다. 사실 거점국립대의 교육비 수준은 현재에도 결코 낮지 않다. <표5-5>에서 보듯 2020년 기준 9개 거점국립대의 1인당 교육비는 평균 1,700만 원 정도인데, 이는 서울 주요 사립대인 경희대, 중앙대, 서강대와 비슷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비슷한 교육 여건임에도 학생들은 거점국립대를 선택하지 않고 서울의 주요 사립대로 향하고 있다. 그러니 어지간한 예산 투자가 아니고서는 수도권 중심의 대학서열 구조를 깨뜨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예상을 종합해 볼 때 서울대 10개 만들기, 즉 10개 거점국립대 네트워크는 대학서열 구조에서 서울주요사립대의 바로 아래쪽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그림5-4>는 서울대 수준은 아니지만 거점국립대 네트워크의 교육 여건을 상당히 향상했을 때의 예상되는 대학 서열 구조이다.      


그림5-4 거점국립대 네트워크 집중 육성 뒤 대학 서열 예상         


그렇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시도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과거에 비해 수도권 대학보다 밀리고 있는 지방대학의 위상 회복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지방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지역 대학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 즉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하지만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서열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우리나라의 전체 대학서열 구조를 깨뜨리는 데까지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도권 주요 사립대를 포함한 보다 많은 대학이 참여하는 대학네트워크로 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균형 발전과 함께 대학서열구조 해소에도 효과를 거두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정책의 최종 목표가 아닌 대학서열 해소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각주

1) 김종영(2021). 서울대 10개 만들기. 살림터.

2) 김종영(2021). 위의 책. p.226. 내용 재구성.

3) 임재홍(2020). 대학서열해소 열린 포럼 자료집. 사교육걱정없는세상. p.151.

4) 김종영(2021). 위의 책. p.228.

5) 김종영(2021). 위의 책에 의하면, 2021 세계대학랭킹(ARWU)에서 UC 버클리 5위, UC LA 14위, UC 샌디에이고 18위, UC 샌프란시스코 20위, UC 산타바바라 57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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