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도덕 수업

2026년 3월: 사회정서 학습, 조하리의 창

by 김태훈

새로운 학기는 학교를 옮겨 다른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이번 학기엔 중학교 1학년 5개반을 주당 3시간씩 수업한다. 새로운 학교는 혁신학교인데 교사들의 수업에 대한 관심,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혁신학교의 흐름이 희석되어 약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학교에 와보니 수업에 대한 관심, 민주적 의사결정, 학생 자치 문화의 활성화라는 흐름이 긍정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본다. 올해 이 학교의 신규교사는 4명인데, 그 선생님들이 참 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교직 생활의 첫출발을 이렇게 교육적 마인드가 잘 형성된 학교에서 시작하면 배울 점도 많고 교사로서 성장도 많이 될 것이다.


사회정서학습, 올해는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연간 15차시의 사회정서 학습 수업을 받게 된다. 갈수록 정서행동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심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정서 학습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교사 연수와 자료 제공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새학년 준비 기간의 1~2시간의 단체 연수로는 교사들이 사회정서 학습의 필요성과 방법을 익히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당국은 당위성만 강조하며 제대로 된 지원 없이 결국엔 교사들에게 실행을 떠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모든 학생들에게 연간 15시간의 사회정서 학습을 하라고 하니, 새학년 준비 기간에 교사들이 학년별로 모여 15시간의 사회정서 학습을 분배했다. 6시간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진행하고, 9시간은 9개 교과가 1시간씩 맡기로 했다. 도덕과에서는 '감정 인식하기' 부분을 맡았다. 도덕과 1학년 첫 단원이 '자신과의 관계'이기 때문에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교과 내용이 사회정서 학습의 필요와 딱 맞는다.


수업에서는 먼저 비폭력 대화(NVC)에서 쓰이는 감정카드 중에서 현재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고르고, 같은 모둠원들과 서로가 고른 감정 카드를 알아보고 그 카드를 고른 이유를 대화나누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 차리고 자신을 돌보는 것, 주위 사람의 감정에 관심을 갖고 배려하고 돕는 일이 필요함을 설명해 주었다. 중학교 1학년이지만 감정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금방 받아들인다.


다음으로 도덕 교과서의 활동에 나오는 조하리의 창을 활용하여 활동을 했다. 조하리의 창은 심리학자 조지프 러프트와 해리 앙햄의 이름을 따서 만든 용어로, 대인 관계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이고 어떤 성향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이론이다. 교과서에는 설명만 나와 있는데, 내용을 이용해서 간략한 활동지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나를 나타내는 56개의 형용사' 중에서 자신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되는 1~3개의 형용사를 고르게 하고, 같은 모둠끼리 다른 친구들을 잘 나타내는 형용사 1~3개씩을 적어 주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자신을 바라보는 개인적 존재로서의 자아와 다른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소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중1 학생들은 활동에 진지하게 참여하고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도 경청했다. 학생들도 처음 중학교에 에와서 서로 서먹한 분위기였는데 서로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기좋다. 작년에 교감자격연수를 이수한 이후 올해 2학기에는 교감 발령이 날 가능성이 있어서 수업 하나 하나가 소중하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과 의미 있는 삶에 대해 나눌 수 있는 도덕 수업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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