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에 빠진 동화 213
쉼표를 채워 봐!
엄마는 버리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옷장과 이불장을 열었다.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찾았다.
또
주말이면 장식장과 싱크대 서랍을 열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 재활용품으로 내놨다.
<코로나19> 전염병이 유행하며
팬데믹 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엄마는 큰 결심을 했다.
엄마는 채우고 소비하는 사고를 뜯어고쳤다.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어 행복하다 했다.
입지 않는 옷을 재활용품으로 내놓을 수 있어 다행이다 했다.
그렇게
엄마는 가벼운 일상과 비우는 일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채우지 마라!"
채우기 좋아하는 딸에게 엄마가 말했다.
“채울수록!
마음을 옥죄이는 쇠사슬이 될 거야.”
엄마는 딸에게 비울 것을 알려주었다.
아직 세상을 모르는 딸은 비움의 삶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엄마!
채운 후 필요 없는 것은 버리면 되지.”
딸은 무엇이든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채울수록!
고통과 아픔이 커지고 슬픔과 좌절이 가득하게 되지.
그리고
억울함과 실패가 가득 담긴 그릇이 될 거야!”
엄마는 비움을 거부한 삶을 통해 얻은 지혜를 딸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비우고 쉼을 거부한 삶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초라한지 엄마는 잘 알았다.
“차라리!
쉼표를 가득 채워라.”
엄마는 채우길 좋아하는 딸에게
물질과 욕망보다 쉼표를 가득 채우라 했다.
“엄마!
나도 늙으면 쉼표를 좋아할 거야.
그런데
지금은 내가 원하는 물질과 욕망을 채우고 싶어!”
딸은 엄마가 말한 비우고 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엄마 말이 옳을지라도 지금은 따르고 싶지 않았다.
“쉬는 게 채우는 거야!”
엄마는 물질과 욕망을 채우려는 딸에게
어떻게든 비우는 삶과 쉬는 삶을 이해시키려고 했다.
“알았어요!”
하고 대답하면서도 딸은 엄마 말을 듣지 않았다.
딸은 채워갈 물질과 욕망이 보였다.
눈에 보이는 것이 곧 살아가는 원동력 같았다.
엄마가 비우고 또 비우라는 말은 이해할 수 없었다.
“딸!
비우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이야.”
어릴 적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니 엄마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딸은 엄마가 이상하고 못된 사람 같았다.
“엄마!
지금은 모두가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시대야.”
엄마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딸은 큰소리쳤다.
“그릇은 비워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거야!”
엄마는 빈 그릇에 대한 예찬과 잔소리가 또 시작되었다.
“엄마!
그릇은 채워야 멋지지.”
딸은 빈 그릇뿐만이 아니라 모든 곳에 채우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
이거 봐.
빈 화분에 꽃을 심으니까 예쁘잖아!”
베란다 모퉁이에 있던 빈 화분에 봄꽃을 심은 뒤 새싹이 돋아나자 딸은 엄마에게 자랑했다.
“이렇게 채우며 사는 거야!”
딸은 엄마의 생각대로 살지 않았다.
엄마 말이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라는 말 같았지만
딸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었다.
엄마는
딸이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랐다.
“비워야 한다!
항상 욕망을 비우라고 말하는 엄마.
이상하고
못된 사람이라 생각하겠지!”
잔소리하면서도 엄마는 딸 입장을 이해했다.
딸은 아직 채우고 싶었다.
“마음의 쇠사슬!”
그동안 채우기만 하고 내려놓지 못해서 엄마는 마음속에 칭칭 감긴 쇠사슬이 가득했다.
“어릴 때!
누군가가 비우는 법을 알려줬다면 살면서 이런 고통은 없었을 텐데.”
커피를 마시며 엄마는 가끔 생각했다.
물질을 탐하고 무엇인가를 채우는 욕망에 사로잡혀 산 지난날들이 지금은 고통스러운 삶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았다.
“채우기는 쉬운 데!
비우고 내려놓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엄마는 경험한 모든 것을 통해 빈 그릇처럼 행복한 쉼표를 찾았다.
“딸!
글에 쉼표가 있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엄마는 물질과 욕망으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갈 딸이 걱정되었다.
“엄마! 엄마!”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엄마를 불렀다.
“왜!”
“엄마!
오늘 학교에서 미술 시간에 그릇에 대한 그림을 그렸어.”
하고 딸이 말하자
“그래!”
엄마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릇이라는 단어를 잊은 지 오래되었다.
“엄마!
빈 그릇에 무엇을 채웠는지 알아.”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아."
엄마의 대답이었다.
“엄마!
내가 빈 그릇에 쉼표를 가득 그렸다니까.”
딸이 웃으며 말하자
“그랬어!”
“응!
그걸 보고 미술 선생님이 칭찬을 많이 해줬어.”
엄마는 딸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엄마가 말해준 대로!
비움의 철학을 통해 그릇에 쉼표를 채웠다 말했어.
그리고 채우는 의미를 설명했더니 선생님도 친구들도 모두 칭찬했어!”
딸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엄마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잘했구나!”
하고 대답은 했지만 엄마는 딸이 아직도 물질과 욕망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엄마가 말한 것을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하고 대답한 딸은 그동안 엄마가 한 잔소리 같은 말에 대해 음미해 볼 생각이었다.
엄마는 행복해지는 법을 알았다.
비우고 또 비우는 일이다.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