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고 왔잖아요!
이른 봄!
삼색고양이를 만났던 순간을 기억했어요.
아파트 정원 끝자락 부근이었어요.
매화꽃이 활짝 핀 매화나무 아래서 샘색고양이 <밍밍>을 만났어요.
"삼색고양이다!"
나도 모르게 외치고 눈과 눈을 마주 보려 했어요.
하지만 샘색고양이는 깜짝 놀랐던지 뒷걸음치며 물러나 매화나무 뒤로 숨었어요.
"고양아!
이리 와 봐.
삼색아!
이리 나와 봐."
소곤 거리듯 삼색고양이를 불렀어요.
"어떡하지!
줄게 아무것도 없어.
배고플 텐데!"
하고 혼잣말을 할 때 삼색고양이가 얼굴을 살짝 매화나무 옆으로 보였어요.
"삼색아!
행운을 가져다주는 삼색아.
아니
소원을 들어주는 삼색아!
이름이 뭐니?"
하고 이름을 물었어요.
"없어요!
그런데
배가 고파요.
전!
임신한 고양이거든요."
"뭐라고!
임신했다고.
곧
새끼고양이를 낳겠구나."
"네!
며칠 후면 새끼를 낳을 거예요."
"미안!
그런데
지금 줄 게 아무것도 없어.
미안해!"
"괜찮아요!
사람들이 쫓아내고 죽이려고 하는 것이 싫을 뿐.
먹을 걸 주지 않아도 잘 살아왔어요.
제발!
저를 봤다는 소문만 내지 마세요."
하고 말한 삼색고양이는 매화나무 뒤로 사라졌어요.
"미안!
사람이 밉지.
정말 미안해!"
멍한 모습을 하고 사라져 가는 삼색고양이를 바라봤어요.
"있잖아요!
몇 달 후에 새끼고양이 보여줄게요.
이곳!
매화나무 밑으로 오세요.
아마도
며칠 동안 와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와서 기다리다가도 사람들이 다가오면 멀리 도망가거든요.
알았죠!"
하고 뒤돌아선 삼색고양이가 말했어요.
"그래!
몇 달 후에 꼭 올게.
그때는 먹을 것도 가져올 게!"
하고 대답한 뒤 또 몇 분을 멍하니 삼색고양이가 숨었던 매화나무를 바라봤어요.
"그만 돌아가세요!
삼색고양이는 오지 않을 거예요."
매화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말했어요.
"네!
그런데 삼색고양이 이름이 뭐예요?"
"저 녀석!
<밍밍>이야.
새끼고양이 때 매화나무를 계속 돌기만 해서 내가 지어준 이름이야.
<밍밍>은 매화꽃 향기를 좋아해.
매화꽃이 피면 이곳에 와서 하루종일 놀다 돌아가곤 했어."
매화나무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계속했어요.
"<밍밍>!
이름이 좋아요.
매화꽃 향기를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군요."
"그럼!
특별한 녀석이지.
매화꽃이 떨어지면 슬퍼하고 하나하나 매화꽃을 주워 가져가곤 했어.
그걸!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매화꽃을 가져가다니!
신기한 고양이군요.
어디에 썼을까요?"
"글쎄!
내 생각에는 매화꽃을 말려 베갯속에 넣었을 것 같아.
마른 매화꽃 향기가 좋거든!"
"그렇군요!
<밍밍>이 만나면 물어봐야겠어요."
"꼭 물어봐!
나도 알고 싶어."
매화나무도 <밍밍>이 매화꽃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궁금했어요.
"알겠어요!
꼭 물어볼게요."
하고 대답한 뒤 집으로 향했어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어요.
봄이 가고 여름이 시작되었어요.
저는 삼색고양이 <밍밍>을 만났던 것도 까맣게 잊고 살았어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설>과 놀거나 고양이 동화를 구상하며 지냈어요.
아침밥을 먹고 아파트 정원을 거닐었어요.
길가에 지렁이가 나와 죽어가는 사체가 많았어요.
개미들이 차지한 지렁이가 많았어요.
큰 지렁이를 발견한 개미들은 그곳에 무덤처럼 흙을 쌓고 있었어요.
"착한 개미들이군!
지렁이 죽음을 슬퍼하고 무덤을 만들어 주다니."
"설마!
개미를 칭찬하는 건 아니죠.
히히히!
우린 겨울에 먹을 식량으로 창고를 만들고 있어요.
지렁이 무덤은 아닙니다."
"뭣이라고!
지렁이 무덤이 아니라고.
그럼 못 써!
죽은 지렁이를 잘 묻어줘야지!"
"묻어주는 거예요!
하지만 한 줌 흙으로 돌아가기 전 개미들의 식량이 될 거예요.
흙이 되는 것보다 났잖아요."
개미의 말이 맞았어요.
한 줌 흙이 되는 것보다 수많은 개미들의 보양식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길가에 지렁이 무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지열(땅속 열)이 얼마나 뜨거웠으면 땅을 파헤치고 나와 죽음을 맞이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어요.
"개미야!
너희들도 먹고살아야 하겠지.
먹고사는 게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겠지."
길가 지렁이 사체를 보고 걸으며 생존의 치열한 싸움을 보는 것 같았어요.
삼색고양이<밍밍>과 새끼고양이/l아파트정원
아파트 끝자락 매화나무 숲으로 향했어요.
황금 매실이라도 몇 개 주울 생각이었어요.
그때
매화나무가 흔들리고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어요.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매화나무 숲을 바라봤어요.
"안녕하세요!"
"삼색고양이다!"
"네!
봄에 만났던 그 고양이입니다."
"맞아!
삼색고양이.
매화꽃을 모은다는 그 고양이지.
맞아!
이름이 <밍밍>이라고 했지."
"네!
이름을 어떻게 알았어요."
"저기!
매화나무가 말해줬어."
"그랬군요!
참!
보여줄 게 있어요."
"그게 뭔데!"
"얘들아!
나와 봐."
하고 <밍밍>이 말하자
매화나무 뒤에서 새끼고양이가 얼굴을 내밀었어요.
"세상에!
삼색고양이 새끼라니.
새끼고양이도 삼색이구나!"
"네!
저를 닮았어요.
예쁘죠!"
"너무 예쁘다!
삼색고양이 새끼는 처음이야
아니지!
엄마삼색고양이와 같이 있는 새끼삼색고양이도 처음이야,
잠깐!
사진 한 장 찍을 게."
하고 말한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냈어요.
그때
새끼고양이들이 몸을 움츠리며 나무 뒤로 숨었어요.
'찰칵!'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에 새끼고양이들이 더 멀리 도망갔어요.
"미안!
오늘도 줄게 없어.
<멍멍>!
이렇게 만날 줄 몰랐어.
다음에 먹을 것을 가져올 게.
정말 미안해!"
눈이 마주친 <밍밍>에게 줄 것이 없었어요.
새끼고양이에게도 줄게 없었어요.
"괜찮아요!
사람들이 먹을 걸 주지 았았어도 새끼를 잘 키웠잖아요.
새끼 낳으면 보여준다는 약속 지키려고 이곳에서 기다렸어요.
며칠 동안 기다렸는데 나타나지 않아서 저를 잊어버린 줄 알았어요."
"맞아!
널 잊고 살았어.
미안하다!"
저는 가슴이 뜨끔했어요.
"이제 됐어요!
새끼를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뻐요.
이제 가봐야겠어요."
하고 말한 <밍밍>이 뒤돌아섰어요.
"잠깐!
나도 약속 하나 할게.
내일부터
매화나무 밑에 고양이 사료를 조금씩 갖다 놓을게.
가끔 와서 먹었으면 좋겠어."
하고 말한 뒤 멍하니 고양이들이 사라진 곳을 바라봤어요.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하고 얼굴을 길게 뻗고 <밍밍>이 대답했어요.
그때
매화나무 위에서 황금매실이 하나 떨어졌어요.
다른 때 같았으면 달려가 황금매실을 주웠을 텐데 그러지 못했어요.
"사료를 사야겠다!
엄마고양이가 좋아할 영양가 있는 사료를 사야지.
삼색고양이가 많아지면 좋겠다.
새끼들이 잘 자라면 좋겠어.
사람들도 야생고양이를 죽이진 말아야 할 텐데."
매화나무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어요.
"참!
매화꽃은 어디에 썼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다시 만날 이유가 생겼다.
좋아!"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어요.
<멍멍>!
삼색고양이 가족과 재회한 뒤 좋은 일이 많았어요.
그들이
제게 행운을 선물한 것 같았어요.
만남과 관계란!
사람과 동물에게 중요한 것 같았어요.
저는
오늘도 어떤 행운이 찾아올 지 기대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