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에 빠진 동화 274
제발!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닭고기보다 오리고기를 좋아했어요.
오리고기가 사람들 몸에 좋다는 이유였어요.
그 소식을 들은 오리는 두려웠어요.
“제발!
기도를 들어주세요.
사람들이 오리고기보다 닭고기를 더 많이 먹게 해 주세요.”
호수에서 놀던 오리는 기도했어요.
닭장에 함께 있던 오리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걸 보고 놀랐어요.
다음에 사라질 오리는 한 마리 남은 자신이라는 것도 알았어요.
“닭은 잡아먹지 않아!
오리만 잡아먹는단 말이야.
왜 그럴까!
닭이 알을 많이 낳아서 그럴까.
닭고기가 맛이 없어 오리를 잡아먹을까.
이상하단 말이야!”
오리는 물고기도 잡지 않고 호수에 앉아 생각했어요.
닭장에 돌아가는 것도 싫었어요.
그런데
갈 곳이 없었어요.
호수에는 족제비가 오리를 노리고 있었어요.
숲에는 삵과 여우가 오리를 노리고 있었어요.
할 수 없이!
오리는 닭장으로 돌아갔어요.
그런데
암탉과 수탉이 오리를 놀렸어요.
“오늘 밤!
넌 죽을 거야.
그러니까
닭장을 탈출하는 게 좋을 거야.”
수탉 대장이 오리에게 잔소리했어요.
“맞아!
죽기 싫으면 닭장을 나가.
친구들은 다 죽었잖아!
오늘 밤!
주인이 칼 들고 나타날지도 몰라.
지금!
탈출하면 살 수 있어.”
살이 포동포동한 암탉이었어요.
오리가 싫다고 떠들고 다닌 암탉이었어요.
닭장에서 닭과 오리가 함께 사는 것을 싫어한 암탉이었어요.
오리는
닭장 모퉁이에 자리 잡고 눈을 감았어요.
“우린!
죽지 않을 거야.
알을 하루에 두 개씩 낳잖아!
닭은 잡아먹지 않을 거야.
오리는 알도 낳지 않잖아!
살만 포동포동 쪄서 주인이 잡아먹지.”
하루에 두 개씩 알 낳는 암탉이었어요.
“알!
그게 뭔데.
오리를 죽이는 거야!”
오리는 눈 감고 생각했어요.
알을 낳는 닭들이 죽지 않는 걸 보고 알았어요.
그런데
오리는 알을 낳을 수 없었어요.
“있잖아!
낮에 주인아저씨가 칼을 갈았어.
샘터에서 봤어.
아마도!
오늘 밤에 저기 오리를 잡아갈 거야.
히히히!
닭장에 닭들만 남을 거야.”
젊은 수탉이었어요.
“나도 봤어!
칼을 날카롭게 갈았어.
샘터 옆에 있는 잡초를 칼로 베었는데 무서웠어.”
젊은 암탉도 주인이 칼 가는 걸 보았어요.
오리는 어둠은 무섭지 않았어요.
날카롭고 예리한 칼도 무섭지 않았어요.
그런데
암탉과 수탉이 말하는 소리가 무서웠어요.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렸어요.
귀를 막아도 눈을 감아도 잘 들렸어요.
오리는 눈을 감았어요.
주인이 칼 들고 오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죽고 싶지 않아요!
호수에서 물고기들과 즐겁게 놀고 싶어요.
밤에는 달과 별들이랑 이야기하고 싶어요.
낮에는 햇살과 구름과 이야기하고 싶어요.
내일은 바람과 이야기하며 놀기로 했어요.
제발!
저를 죽이지 마세요.
아직!
저는 죽고 싶지 않아요.”
오리는 기도했어요.
크게 기도하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닭들이 다가와 괴롭힐 것 같았어요.
그때!
뒷마당 문이 열렸어요.
닭장으로 누군가 다가왔어요.
주인이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오리는 속삭이며 눈을 감았어요.
“히히히!
너희들이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해 고맙다.
저 녀석을 잡을 거야.
젊은 수탉이 많으니까!
늙은 수탉은 필요 없지.
히히히!”
닭장에 들어온 주인은 침을 꿀꺽 삼키며 늙은 수탉을 향해 갔어요.
오리와 암탉을 괴롭힌 제일 힘 센 수탉이었어요.
‘꼬꼬꼬!
꼬꼬댁 꼬꼬!’
주인의 손에 잡힌 수탉이 울부짖었어요.
닭장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어요.
암탉들이 이리저리 날았어요.
젊은 수탉들도 이리저리 도망치며 울부짖었어요.
오리도 수탉이 가는 방향으로 도망쳤어요.
‘꼬꼬댁! 꼬꼬꼬.
꼬꼬댁! 꼬꼬꼬.’
주인은 닭들을 피해 수탉 한 마리를 들고 닭장을 나갔어요.
손에 붙잡힌 늙은 수탉이 몸부림쳤어요.
하지만
주인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제발!
오리를 살려주세요.”
오리가 크게 외쳤어요.
닭장에 있던 닭들이 놀랐어요.
오리가 큰소리치는 걸 처음 들었어요.
“제발!
오리 좀 살려주세요.
제발!”
오리는 울부짖었어요.
“제발!
오리를 살려주세요.
제발!”
암탉들이 따라 외쳤어요.
닭들이 외치는 소리가 안방까지 들렸어요.
주인은 부엌으로 들어갔어요.
그 뒤로 굴뚝에서 연기가 났어요.
“잠깐!
우리가 오리를 살려달라고 하잖아.
닭들을 살려달라고 해야지.”
어린 암탉이었어요.
닭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말했어요.
닭들도 자신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제발!
오리를 살려주세요.
제발!”
어린 수탉이 외쳤어요.
닭들이 어린 수탉을 쳐다봤어요.
“미안합니다!”
어린 수탉은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어요.
잠시 후!
오리는 닭장 모퉁이로 향했어요.
곧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어요.
닭들의 눈이 빛났어요.
달빛과 별빛에 빛나는 닭들의 눈이 무서웠어요.
그런데
그 뒤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안방 불이 환하게 켜졌어요.
가족들의 대화가 닭장까지 들렸어요.
“아빠!
내일도 닭 잡아먹어요.
맛있어요!”
첫째 아들 목소리였어요.
“아빠!
수탉은 한 마리만 남기고 다 잡아먹어요.”
둘째 아들 목소리였어요.
“시끄러워!
수탉은 크면 장에 내다 팔아야지.”
엄마 목소리였어요.
“그럼!
한 마리 남은 오리 잡아먹어요.”
막내 여동생 목소리였어요.
막내 여동생은 오리고기를 좋아했어요.
“알았다!”
아빠 목소리였어요.
닭장이 조용했어요.
수탉들은 자신이 죽을까 두려웠어요.
“난!
내일부터 알을 세 개씩 낳을 거야.”
포동포동한 암탉이었어요.
“나는 네 개 낳을 거야!
아니
다섯 개 낳아야지.”
마른 암탉이었어요.
“히히히!
나도 알을 낳아야지.”
젊은 수탉이었어요.
암탉들이 모두 쳐다봤어요.
수탉이 알을 낳겠다는 말에 놀랐어요.
“아니!
나도 알 낳고 싶다는 뜻이야.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잖아!
암탉은 잡아먹지도 않잖아.
알만 낳으면!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젊은 수탉이 말했어요.
“어떻게 낳을 건데?”
암탉 한 마리가 물었어요.
“히히히!
수단과 방법을 찾아봐야지.
알을 훔치는 방법도 있잖아.
아니!
알을 훔쳐야지.”
젊은 수탉은 알을 훔쳐올 생각이었어요.
이웃집 영희네 닭장에 알이 많았어요.
“나도!
훔쳐와야지.”
대장이 되고 싶은 젊은 수탉이었어요.
“나도 훔쳐올 거야!”
수탉들은 이웃집 알을 훔쳐올 계획을 세웠어요.
내일부터 영희네 닭장에는 알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았어요.
“훔치는 건!
나쁜 짓이야.
남의 것을 훔치면 안 돼!”
어린 암탉이 말했어요.
수탉들은 어린 암탉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이야기를 듣던 오리는 닭들의 계획이 주인의 마음을 바꿀 것 같았어요.
알을 많이 낳고 주인의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살 것 같았어요.
“나도!
알을 훔쳐올까.
오리 알을 훔쳐야겠지!
남의 것을 훔치는 건 나쁜 짓이야.
훔치지 말자.”
오리는 밖으로 나갔어요.
뒷마당을 걸어가는데 구수한 냄새가 났어요.
안방에서 삶은 닭을 먹고 있는 것 같았어요.
오리는
호수까지 걷는 데 힘들었어요.
“오리다!
오리가 온다.
밤에 겁도 없이 호수에 오다니.
넌 죽었어!”
어둠 속에서 갈대숲이 흔들거렸어요.
호수에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니었어요.
오리는
호수 한가운데로 헤엄쳐 갔어요.
유난히!
달빛과 별빛이 빛났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