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냥을 하다
3. 사냥을 하다.
머스텡은
피아노 앞에 앉은 지도 벌써 1년은 넘은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약속이나 한 듯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24번>을 연주했다.
습관처럼 친 게 벌써 오래된 것 같았다.
“세상을 따라갈 필요는 없어!
난 나의 길을 열심히 가면 된다.
좀 느리게 살면 어때!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언젠가는 사라질 텐데.”
아침햇살과 함께 음악을 통해 머스텡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얻고 싶었다.
빠름보다 느림을 즐기는 삶을 살고자 한 것도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머스텡은 한 음 한 음 치며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고 또 하루를 시작했다.
할 일 없는 감옥이지만 하루를 알차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낮에는 주로 창가에 서서 먼바다를 응시하며 지냈다.
그러다 갈매기가 독방 창가에 와서 앉으면 손을 덥석 내밀어 다리를 잡았다.
그리고 갈매기 고기를 말려서 먹곤 했다.
물고기만 먹던 헨리가 오면 가장 맛있는 부위를 골라 먹으라고 줬다.
머스텡 덕분에 헨리는 갈매기 고기 맛을 알았다.
헨리도
바다에서 갈매기를 잡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실패만 했다.
어린 문어보다 갈매기들이 힘이 세고 더 빨리 날아올랐기 때문이다.
헨리는
갈매기에게 잡아먹힐 뻔도 했다.
헨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머스텡이 준 빵과 갈매기 고기를 많이 먹어선지 벌써 큰 대왕문어가 되었다.
이제는 바다의 무법자 같았다.
“헨리!
물속에 있다가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해.
바다 위에 편안히 누워 있어 봐.
널 먹으러 갈매기들이 날아올 거야.
그때를 노리는 거야!”
“알았어.”
머스텡이 알려준 방법대로 죽은 척하고 바다 위에 헨리는 누워 있었다.
비행기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모습 같았다.
그림 김규빈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갈매기가 한 마리가 날아왔다.
헨리는 가까이 오자 몸을 움직였다.
‘철퍼덕!’
헨리의 여덟 다리가
물 위로 솟구치더니 한꺼번에 내려와 갈매기를 칭칭 감았다.
처음으로 갈매기 사냥에 성공했다.
그 뒤로
헨리는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었다.
“잡았다! 잡았어.”
사냥에 재미를 붙인 헨리는
바다 위에 떠올라 축 쳐진 모습을 하고 지냈다.
갈매기가 날아오면
모든 발을 이용해서 갈매기를 칭칭 감고 바다 깊이 들어갔다.
몇 분도 안 되어 갈매기는 숨을 쉬지 못해 죽었다.
헨리는 갈매기를 사냥해 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
“헨리 잘했어!
제법인데.”
머스텡은 헨리가 갈매기를 잡는 모습을
독방 창문을 통해 보는 것도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헨리를 만나기 전에는
바다만 바라보고 희망도 없이 하루를 보냈었다.
살겠다는 의욕이
하루하루 지나면서 꺾이게 되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헨리를 만난 뒤 머스텡은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날개부터 먹어야지!”
헨리는 잡은 갈매기를 뜯었다.
“이제 머스텡에게 가져갈 갈매기를 잡아야지!
친구들에게 한 마리 줄 것도 잡아야겠다. 사냥을 시작해 볼까?”
헨리는 바다 위에 온 몸을 쫙 펴고 죽은 척하고 있었다.
가장 긴 다섯 번째 다리는
바닷속에 감추고 나머지 다리만 바다 위에 늘어놨다.
멀리서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다.
어느 순간
문어를 발견하고 날아올지 모른다.
“저건 뭐지?”
하늘을 날던
갈매기 한 마리가 같이 날던 갈매기에게 물었다.
“모르겠어!”
“같이!
내려가 볼까?”
“아니!
엄마가 바다 밑으로 내려가지 말라고 했어.”
“그래.”
배고픈 갈매기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물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뭘까?
화물선인가?
비행장인가?
아무튼 내려가 보자.”
갈매기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눈을 크게 뜨고 바다에 떠 있는 물체를 내려다봤다.
아무리 보아도 뭔가 죽은 시체 같았다.
길게 늘어진 것을 보니 며칠은 먹어도 될 것 같았다.
“어서 와라.”
헨리는 쭉 늘어진 모습을 하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갈매기가 날아오기를 기다렸다.
“더 뜨거워지기 전에 빨리 와라.”
배가 고픈 갈매기는
서서히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물체를 향해 속도를 냈다.
헨리를 향해서 쏜살같이 내려왔다.
부리로 다리를 낚아채려는 순간
헨리의
다섯 번째 다리가 바닷물을 헤치고 올라오더니 갈매기를 휘어 감았다.
“야호!
사냥은 이 맛이야.”
“끼룩! 끼룩! 끼~!”
몇 번을 푸드덕거린 갈매기는 헨리와 함께 물속으로 사라졌다.
헨리는 두 번째 다리로
갈매기를 칭칭 감아 물속에 숨기고 또 한 마리 낚으려고 준비했다.
그림 박예슬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다섯 개의 다리를 헨리는 바다 위에 축 늘어놨다.
몸에서 힘을 빼니 파도에 쓸려 둥둥 떠내려가는 듯해 보였다.
“빨리 와라!
그래야 머스텡에게 가지.”
멀리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이 녀석은 대서양을 건너온 모양이다.
크루즈선이 지나는 곳에서 오는 것을 보니 아마도 런던이 고향이겠지.
런던도 좋은데 뭐 하러 여기까지 오지?”
헨리는 어디서 오는 갈매기인지 보기만 해도 안다.
어느 방향에서 오는 지만 봐도 어디 갈매기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림 백지윤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넌!
런던에서 몽셀미셀까지 와서 죽겠구나.”
헨리 입가에 웃음꽃이 피었다.
먼바다를 날아온 갈매기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흰 물체를 보고 잠시 하늘을 빙빙 돌았다.
“저건 뭐지?
죽은 물고기일까?
아니면
죽은 척하는 건가?”
갈매기는 바다 위에서
처음 보는 물체가 뭔지 궁금했다.
“배고프니까!
저걸 먹어야겠다.”
부리가 새까맣게 그을린 갈매기는
몇 번을 물체 위에서 배회하다 속도를 내고 날기 시작했다.
“호호!
어서 와라.”
헨리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한 번에 잡아야 한다!”
의심이 많은 갈매기는
가까이 오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딴 따 딴 따 따다…….’
헨리의 머릿속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제2악장>이 들렸다.
“정말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곡이야.”
그때
갈매기가 헨리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왔다.
‘퍽!’
물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헨리의 다리가 하늘을 향해 쭉 뻗었다.
그리고
내려오는 갈매기를 낚아챘다.
“끼룩! 끼룩! 끼~이룩!”
헨리의
다섯 번째 다리를 피해 간 갈매기는 아직까지 없었다.
10미터가 넘는 다리는
하늘을 나는 모든 새들을 잡아먹게 만들었다.
“꽤 큰데!”
하고 말하더니
고개를 쑥 내밀고 사냥을 지켜보던 친구들에게 던져주었다.
“고마워!
맛있게 먹을 게.”
문어들은 헨리처럼
비둘기를 잡으려다 그만 갈매기 밥이 된 친구들도 많았다.
그 모습을 본 뒤로
헨리는 갈매기를 잡으면 한 마리씩 주었다.
사냥을 마친 헨리는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낮잠을 잤다.
#동화작가 김동석 #헨리와 머스텡! #몽셀미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