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10

by 동화작가 김동석

서울행 기차!



따뜻한 봄날!

어둠의 새벽을 뚫고 움직이는 것이 보였어요.

선옥과 옥자였어요.

서울행 기차를 타기 위해 둘은 새벽에 만났어요.


"옥자야!

꼭 성공해서 돌아오자.

난!

돈도 많이 벌 거야."


하고 선옥이 말하자


"나도!

돈 많이 벌 거야.

그런데

점자가 서울역에 진짜 나올까."


"얼굴도 예뻐질 거야!

돈 벌어서

예쁜 옷도 사 입을 수 있을 테니.

손도 예뻐지고 피부도 고와질 거야.

화장품도 살 수 있잖아."


하고 옥자가 말하자

선옥은 빨리 서울 가고 싶었어요.


"꼭 가는 거야!

약속 어기면 친구 안 한다."


하고 옥자가 말하자


"걱정 마!

너나 약속 지켜."


선옥도 집에서 탈출하고 싶었어요.

옥자는 서울행 기차를 기다리며 걱정했어요.

몇 달 전에 서울에 올라간 점자가 취직한 공장에 들어가기로 한 선옥과 옥자는 가출을 했어요.


기차는 선옥과 옥자를 태우고 출발했어요.

선옥은 울고 있었어요.

그동안 키워준 엄마에게 작별 인사도 못하고 가는 게 슬펐어요.


"엄마!

돈 많이 벌어 올게요.

건강하세요!"


선옥은 창가를 바라보며 기도하듯 속삭였어요.

옥자도 홀로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서울역에서 점자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가방 든 두 소녀가 기차에서 내린 뒤 두리번거리는 것을 점자가 봤어요.


"선옥아! 옥자야!

여기야."


하고 점자가 부르며 달려왔어요.


"점자야!"


선옥과 옥자가 점자를 보고 달려갔어요.

버스를 타고 점자가 사는 하숙집으로 출발했어요.


점자가 다니는 공장에서 면접 본 선옥과 옥자는 실망했어요.

선옥과 옥자는 글자를 모른다는 이유로 취업할 수 없었어요.

옥자는 귀까지 들리지 않아 취업을 꿈도 꿀 수 없었어요.


점자가 서울 구경 시켜 준다고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녔어요.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고 차도 많았어요.

선옥과 옥자는 서울이 무서웠어요.

둘은 글자도 읽을 수 없어서 더 무서웠어요.


"옥자야!

우리는 서울에서 살 수 없을 것 같아.

글자도 읽을 수 없으니까 시골보다 더 무서운 곳 같아.

시골에서 일은 많이 해도 글자 몰라서 못 살지는 않잖아."


하고 선옥이 말하자


"나도 못살 것 같아!

글을 읽을 수 없으니 살 수 없을 것 같아.

시골에 가서 글 공부를 해야겠어."


하고 옥자도 선옥에게 말했어요.


점자 곁에서 이틀 밤을 잔 선옥과 옥자는 시골집으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선옥과 옥자는 시골집으로 돌아가기 싫었지만 갈 곳도 받아주는 곳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어쩔 수 없었어요.


"난!

집에 가기 싫다."


옥자는 집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선옥도 집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글자를 모르면 취업할 수 없다는 것을 듣고 충격에 빠졌어요.

선옥은 집으로 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엄마 곁에 있어야 행복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결국!

선옥과 옥자는 다음을 기약하고 시골집으로 향했어요.

점자가 서울역까지 데려다줬어요.

둘은 기차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창가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왜 돌아왔어!

집 나갔으면 돌아오지 말아야지."


하고 엄마가 돌아온 선옥을 보고 말했어요.

선옥은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어요.

마루에 쌓인 세탁물을 들고 우물로 향했어요.

빨래를 하는 데 옥자랑 한 말이 생각났어요.

피부도 고와지고 예쁜 옷도 사입고 싶었는데 글자를 모른다는 이유로 취직 못할줄은 몰랐어요.

선옥은 학교에 가고 싶었어요.

글자를 알아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았어요.

집 떠나면 살기가 더 힘들다는 것도 알았어요.


엄마는 선옥이 돌아와 좋았어요.

고생만 하던 선옥이 공장에라도 취직해 잘 살았으면 했었는데 돌아와 고마웠어요.


새아빠가 돌아가셨다!


오래도록

지병으로 병원을 오가던 새아빠가 돌아가셨어요.


"선옥아!

아빠 맏딸로 찾아와서 고생 많았다.

앞으로

엄마랑 동생들 잘 부탁한다."


새아빠의 임종을 지켜본 선옥은 서럽게 울었어요.

새아빠가 맏딸로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었다는 사실에 더 슬펐어요.


"고맙소!

선옥을 맏딸로 생각해 줘서 고맙소."


엄마도 새아빠의 말을 듣고 서럽게 울었어요.

데려온 자식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던 엄마는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였어요.

임종에 참석한 선옥의 동생들도 모두 새아빠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일 년 뒤!

할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선옥은 새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덜 슬펐어요.

할머니 잔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웠어요.


장례식을 일 년 사이로 두 번이나 치른 엄마는 정신이 없었어요.

선옥은 엄마를 대신해 집안 일과 밭일을 해야 했어요.

동생들 밥 챙기는 것도 선옥의 몫이었어요.


"엄마!

정신 차리세요.

강일은 고등학생이고 명득이 중학생 되었어요."


선옥은 기운 없는 엄마를 위로하고 있었어요.

선옥은 그런 힘이 어디서 생기는지 알 수 없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복심도 기가 꺾였어요.

선옥이 눈치를 볼 때도 있었어요.


엄마는 살 수 없다면 몇 달을 울며 세월을 보냈어요.

그런데

선옥이 매일 밭에 나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기운을 차리고 밭일을 시작했어요.

일곱이나 되는 자식들을 위해 밭으로 나가야 했어요.

선옥도 엄마 따라 밭일을 열심히 했어요.



복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새아빠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복심은 의기양양했어요.


선옥은 새아빠가 임종 때 한 말이 생각났어요.

자신을 맏딸로 인정해 주고 돌아가신 새아빠가 그리웠어요.


"엄마!

저를 데려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옥이 밭일을 하다 멈춰 서서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어요.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감사하긴!

고생만 하고 사는 데 뭐가 감사해."


엄마가 눈물을 흘렸어요.

데려온 자식이라고 새아빠집에서 구박만 받고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엄마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어요.

선옥은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잘 도와주었어요.


삼십 년 후!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엄마는 새아빠가 돌아가신 후 자식들을 모두 결혼시켰어요.

치매로 요양원에서 십 년 가까이 지내시다 돌아가셨어요.

선옥이 요양원으로 찾아가면 엄마가 맏딸이라는 것을 몰라 볼 때마다 속상했어요.


"엄마!

선옥이 왔어요."


하고 말하면


"누구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저는 누군지 모르겠어요.

나가세요!"


엄마는 선옥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선옥은 가슴이 찢어졌어요.

엄마 곁에서 몇십 년을 밭일하고 살았는데 맏딸을 몰라봐서 속상했어요.

요양원에서 엄마를 보고 돌아갈 때마다 눈물을 흘리고 돌아갔어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어요.

맏딸이라는 책임도 있었지만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키워준 엄마가 보고 싶었어요.


고속버스가 서울터미널에 도착하고 있었어요.

선옥은 의자를 올리며 눈물을 닦았어요.


"엄마!

나도 데려가 주세요.

엄마!

나도 엄마를 따라 가고 싶어요."


선옥도 힘든 삶을 마감하고 싶었어요.

고속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어요.

선옥은 짐을 챙겼어요.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에게 물어 버스를 탔어요.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선옥은 돌아가신 엄마를 또 생각했어요.


"엄마!

버스를 갈아탔어요.

앞으로

제 인생도 행복한 삶이 되도록 도와주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하고 선옥이 속삭이듯 말하자

버스는 선옥이 사는 집 앞 정류장에서 멈췄어요.



-끝-


이 동화는

선옥이 자라며 겪은 사실적인 이야기를 듣고 쓴 것임을 밝혀둡니다.

글만 읽을 줄 알았어도 선옥은 고생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친아빠가 태어난 지 한 달만에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선옥은 부잣집에서 공주처럼 살았을 것으로 생각되었어요.

한 개인의 삶이 순간 이처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동화입니다.

가슴 아픈 이야기가 많았지만 더 이상 동화에 쓸 수가 없었음을 밝혀둡니다.

이 동화를 통해

작가의 삶은 선옥의 삶에 비하면 참으로 행복한 삶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