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보고 싶어!
새아빠에게 혼난 명득은 밥도 안 먹고 창고에 있었어요.
선옥은 창고에 앉아 있는 명득 앞에 나란히 앉았어요.
"명득아!
아빠에게 맞아서 속상하지.
형만 칭찬하고 좋아하는 것 같아서 아빠가 밉지."
하고 선옥이 말하자
명득이 울 것 같았어요.
"명득아!
아빠가 널 위해 혼냈을 거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하잖아.
놀지만 말고 공부 좀 해.
친구들이랑 놀기만 하니까 아빠도 화나서 그랬을 거야."
하고 선옥이 말하자
"아빠는 형만 좋아하잖아!
엄마도 형(강일)이랑 복심만 좋아하잖아.
할머니도 그렇잖아."
하고 명득이 울먹이며 말했어요.
"명득아!
엄마 아빠도 널 좋아할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하고 말한 선옥도 가슴이 먹먹했어요.
선옥이 하고 싶은 말을 명득이 하는 것 같았어요.
선옥은 명득이 손 잡고 창고를 나왔어요.
부엌에 데리고 가 밥상을 차려줬어요.
배고픈 명득은 밥을 먹었어요.
옥자와 점자가 선옥일 찾아왔어요.
같이 땔감 하러 가자고 왔어요.
"선옥아!
땔감 하러 가자."
옥자는 며칠 동안 보지 못한 선옥을 보며 말했어요.
점자도 선옥을 보고 반가워했어요.
"알았어!
빨래만 널고 가자."
하고 말한 선옥이 빨래를 널었어요.
옥자와 점자가 도와주자 금방 빨래를 널 수 있었어요.
"선옥아!
만식이 나무하러 온다고 했어.
좋지!"
하고 옥자가 선옥에게 다가와 속삭였어요.
순간!
선옥이 얼굴이 빨개졌어요.
선옥은 만식일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만식이 보면 도와주었어요.
나무도 많이 하는 날은 만식이 지게에 짊어다 주었어요.
숲에 들어간 셋은 수다를 떨었어요.
땔감은 하지 않고 앉아서 마을사람들 흉보며 놀았어요.
한 참 뒤!
만식이 지게를 지고 나타났어요.
"왜!
이제 오는 거야."
하고 옥자가 만식일 보고 야단쳤어요.
선옥과 점자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어요.
만식은 아무말도 못하고 웃기만 했어요.
선옥은 웃는 만식이 좋았어요.
선옥은 밭일을 간다며 집을 나왔어요.
그런데
밭으로 가지 않고 다른 길을 따라 걸었어요.
"은옥언니가 보고 싶어!
오늘은 백수할머니집에 갈 거야.
나도
거기서 살면 학교도 다닐 수 있을 거야."
선옥은 달렸어요.
염산 새아빠집에서 백수할머니 집까지는 멀었어요.
엄마를 따라 몇 번 가본 길을 기억하며 달렸어요.
멀리!
백수할머니 집이 보였어요.
"할머니!
은옥언니."
선옥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속삭였어요.
백수할머니집 대문이 열려 있었어요.
"할머니!
선옥이 왔어요.
은옥언니!
선옥이 왔어요."
하고 마당에서 할머니를 부르며 말했어요.
집안에는 할머니만 있고 은옥언니는 학교에 가 있는 시간이었어요.
"나가!
여기가 어디라고 왔어.
누가
할머니라고 부르라 했어.
너 때문에!
네 아빠 죽었어.
네가 안 태어났으면
네 아빠는 안 죽었다.
복 없는 계집애가 여길 어디라고 왔어!
당장 나가.
다시는 오지 마."
백수할머니는 혼자 온 선옥을 대문 밖으로 쫓아냈어요.
선옥은 울었어요.
"할머니!
저도 여기서 살고 싶어요."
은옥언니랑 같이 살고 싶어요.
할머니."
선옥이 대문을 두드리며 외쳤어요.
그러나
할머니는 대문도 열어주지 않고 대꾸도 하지 않았어요.
한 참 울던 선옥은 염산 새아빠집으로 향했어요.
새아빠와 엄마가 자신을 쫓아내지 않은 것만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안일과 밭일은 힘들었지만 선옥을 쫓아내지는 않았어요.
복심이 마루에 앉아 선옥을 기다렸어요.
집에 없는 선옥을 밭이랑 마을을 다니며 찾았지만 없었어요.
"어디 갔었어!
밥도 안 차려주고 어디 갔다 오는 거야.
빨리
밥 차려 줘!"
학교에서 돌아온 복심은 배고팠어요.
선옥은 기분이 나빴지만 대답하지 않고 부엌으로 갔어요.
밥상에 숟가락과 젓가락 하나씩 놨어요.
그런데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졌어요.
백수할머니가 한 말이 생각났어요.
"너 때문에
네 아빠가 죽었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당장 나가!"
선옥은 밥상을 차리다 앉아 울었어요.
남동생(일영과 명일)이 우는 선옥을 봤어요.
"누나!
울지 마."
명일이 선옥에게 말했어요.
선옥은 한 참 울다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복심이 쬐려 봤어요.
밥상이 늦은 이유도 있었지만 제일 좋아하는 계란프라이가 없었어요.
"계란프라이!
왜 없어.
빨리 해와."
하고 말한 복심이 밥상을 발로 찼어요.
"오늘만 그냥 먹어!
내일 해줄게."
선옥은 부엌에서 계란프라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엄마가 새아빠와 병원에 있어서 복심은 선옥이 말을 들어야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밥도 못 먹을 것 같았어요.
"안 먹어!
계란프라이 없으면 안 먹어."
하고 말하자
복심은 밥상을 들고 마루로 갔어요.
다른 동생들은 밥을 맛있게 먹었어요.
선옥이 밥상을 가져간 뒤 복심은 엉엉 울었어요.
"엄마랑 할머니 오면 다 이를 거야!
집에서 쫓아내라고 할 거야."
복심은 선옥이 듣고 싶지 않은 말까지 하며 울었어요.
선옥은 서럽고 슬펐지만 참았어요.
백수할머니집에서 쫓겨난 뒤 갈 곳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새아빠집에서 살 수 있는 것만도 고맙게 생각했어요.
밥도 먹지 않은 복심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여동생(선심)이 방에 들어갔어요.
선심은 깜짝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