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달빛 은어!
"수박향이 난다는 물고기지?"
영희는 할머니가 잡아온 은어를 보고 물었다.
"그랴!
은어는 수박향만 나는 게 아니야!
고소한 맛과 달콤한 맛이 더 많이 나는 물고기야!"
할머니는 은어에 굵은소금을 뿌리며 말했다.
"소금을 왜 뿌려요?"
영희는 바다에서 자란 은어에 소금 뿌리는 게 이상했다.
"은어는 알을 낳기 위해서 강으로 올라오지!
그래서 맛있게 구워 먹으려면 소금을 뿌려야 해!"
할머니는 큰 대나무 바구니에 소금 뿌린 은어를 담아 장독대 위에 올려놓았다.
"할머니!
은어가 사는 저 숲은 은빛 숲 같아요!"
골짜기로 흐르는 물을 보면 은빛이 가득했다.
영희는 마루에서 보고 있는 앞산도 은빛으로 물들인 것처럼 보였다.
"은빛 숲이 준 선물이지!"
저 골짜기만 가면 수많은 은어가 살고 있으니까!"
할머니도 은어를 잡아오는 곳을 은빛 숲이라 했다.
"은어는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물고기야!"
그래서 구워 먹고 튀겨먹고 또 매운탕이나 죽을 끓여먹기도 하지!"
할머니는 은어를 잡아오면 다양하게 요리해서 손녀에게 먹였다.
"할머니!
다음에 오면 은어튀김 만들어 주세요?"
"알았다!"
방학이 끝나고 내일 서울로 가는 손녀가 부탁한 것을 할머니는 꼭 해주고 싶었다.
"은어야!
수박향이 나는 은어야!
아니! 아니지!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내는 은어야!
넓은 바다에서 그냥 살지 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죽어가니?"
달빛이 창문으로 들어온 시간 영희는 할머니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달빛에 은빛까지 나는군!"
영희는 창문으로 장독대를 보면서 반짝거리는 은빛을 보고 놀랐다.
"영희야!
달빛에 구워준 은어 먹어보지 않았지?"
창문으로 가득 얼굴을 내민 달빛이 물었다.
"달빛으로 은어를 구울 수 있어요?"
"당연하지!
은어는 달빛으로 구워 먹어야 꿀맛이지!
달빛은 사람들이 불에만 구워 먹는 게 이상했다.
"정말!
달빛으로 은어를 구울 수 있어요?"
"그렇다니까!"
"그럼!
두 마리만 구워주세요!"
"먹으려고?"
달빛이 영희에게 물었다.
"아니요!
할머니 드리고 싶어요!"
"좋아!
할머니도 달빛이 구워준 은어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지!"
달빛은 장독대 위에 올려놓은 바구니에서 은어 두 마리를 꺼냈다.
가장 큰 항아리 위에 올리고 달빛으로 은어를 굽기 시작했다.
"정말!
은어를 구울 수 있어요?"
영희는 달빛에게 또 물었다.
"걱정 마!
은어를 아주 맛있게 구워줄 테니까!"
달빛은 은어를 뒤집어가며 아주 맛있게 구웠다.
"와!
김이 모락모락 난다!"
영희는 달빛을 받은 은어에서 익어가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수박향이 난다!
구수하고 달콤한 향기도 난다!"
영희는 은어가 익어가는 냄새를 맡으며 눈을 감았다.
"다 익었다!"
달빛은 구운 은어를 커다란 접시에 담아 영희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영희는 달빛이 준 구운 은어를 들고 할머니방으로 갔다.
"할머니!
일어나 봐요!"
이불을 펴고 누운 할머니를 영희는 일으켰다.
"왜?
아직 안 자고 뭐했어?"
할머니는 금방 잠이 들 것 같았는데 손녀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났다.
"할머니!
은어 구워왔어요!"
"뭐라고!
은어를 구워왔다고?"
"네!"
"어디서!
부엌에 불도 다 꺼졌을 텐데?"
"할머니!
달빛이 구운 은어예요."
"뭐!
달빛이 구웠다고?"
"네!"
영희가 웃으며 대답하자
"내일 서울 간다고 할머니를 놀리는 거야?
달빛이 물고기를 어떻게 구워?"
할머니는 손녀가 말하는 걸 믿을 수 없었다.
"할머니!
일단 드셔 보시고 맛을 말해주세요!"
"잘 익히긴 한 것 같다!"
할머니는 손녀가 내민 접시 위 은어구이를 이리저리 봤다.
"우리 손녀가 구워온 은어를 먹어 볼까!"
"할머니!
달빛이 구운 거라니까!"
"달빛이 구웠던 손녀가 구웠던 먹어보마!"
할머니는 젓가락을 들고 살을 듬뿍 집었다.
"으음!
수박향이 이렇게 많이 나다니!
고소한 맛을 살리고 달콤한 맛을 더한 것 같구나!"
할머니는 은어 한 마리를 순식간에 먹었다.
"맛있다!
내가 평생 구운 은어는 이런 맛이 안 났는데!
할머니는 달빛이 구워준 은어를 먹고 또 먹었다.
"내가 미쳤군!
혼자 두 마리를 다 먹어버리다니!"
할머니는 손녀도 주지 않고 달빛이 구운 은어 두 마리를 먹은 게 미안했다.
"할머니!
맛있어요?"
"맛있다!
정말 맛있다!
달빛이 정말 구운 거야?"
"네!
달빛이 장독대 항아리 위에서 구워준 거예요."
영희는 달빛이 은어를 구워준 순간을 천천히 할머니에게 말해주었다.
"달빛!
앞으로는 달빛에 은어를 구워 먹어야겠다."
할머니는 영희가 말한 대로 달빛이 구워준 은어가 또 먹고 싶었다.
"할머니!
내가 달빛에게 부탁해 볼게요!"
"그래!
장독대에 있는 은어 다 구워주면 좋겠다!"
할머니는 아침이 되면 장독대 위에 있는 은어가 다 구워있었으면 했다.
"할머니!
달빛에게 잘 부탁해서 내일 아침에도 꼬 먹을 수 있도록 말해볼게요!"
영희는 시골에서 고생하는 할머니가 달빛이 구워준 은어를 더 많이 먹었으면 했다.
그림 나오미 G
"할머니가 맛있게 먹었어요!"
영희는 창문을 열고 달빛에게 말했다.
"히히히!
그렇지! 그렇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생선구이였을 거야!"
달빛은 영희에게 달려오며 말했다.
"부탁이 있어요!"
"뭔데?"
"장독대 위에 있는 은어를 달빛으로 다 구워주면 좋겠어요?"
"달빛으로 구워도 괜찮다고 했어?"
"네!
할머니가 먹어보고 달빛이 또 구워주면 좋겠다고 했어요."
"히히히!
좋아! 좋아!
내가 오늘 밤에 은어를 다 구워놓을 게!"
"감사합니다!"
영희는 달빛이 흔쾌히 허락해줘서 고마웠다.
영희는 이불을 꼭 안고 잠이 들었다.
달빛은 영희방 창문을 닫아주고 장독대로 향했다.
"히히히!
달빛에 구운 은어를 먹어본 사람은 어떤 생선구이를 먹어도 맛이 없을 텐데!"
달빛은 은어를 구우면서 걱정했다.
영희 부탁이라 달빛은 은어를 하나하나 맛있게 달빛으로 구워갔다.
"은어야! 은어야!
달빛 먹은 은어야!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은어야!
고소하고 달콤한 생선구이가 되어라!"
달빛은 은어를 구우면서 노래 불렀다.
"이게 무슨 소리지!"
영희는 꿈속에서 달빛이 노래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은어야! 은어야!
달빛 먹는 은어야!"
영희는 꿈속에서 들리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은어가 달빛을 먹는구나!"
영희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생각했다.
"은어야! 은어야!
달빛 먹은 은어야!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은어야!
고소하고 달콤한 생선구이가 되어라!
아픈 사람은 아프지 않게 해 주고
슬픈 사람은 슬프지 않게 해 주거라!
은어야! 은어야!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은어야!
고소하고 달콤한 생선구이가 되어라!"
달빛은 은어를 굽는 동안 계속 노래를 불렀다.
"나도 먹고 싶다!"
장독대 옆에서 달빛이 은어를 굽는 모습을 지켜보던 고양이 망태였다.
"나도! 나도 먹고 싶어!"
장독대 밑에서 살던 생쥐 한 마리도 은어 굽는 냄새에 참지 못하고 쥐구멍에서 나왔다.
감나무 가지에 매달려 잠자던 새들도 익어가는 은어 향기에 모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도 먹고 싶어요?"
망태 옆에 앉아있던 새끼 고양이가 말했다.
"고양이구나!
은어구이가 먹고 싶구나?"
"네!"
새끼 고양이는 엄마 망태가 말릴 시간도 안 주고 대답했다.
"가까이 오렴!"
달빛이 새끼 고양이를 보고 말하자 새끼 고양이는 엄마 눈치를 봤다.
"엄마!"
새끼 고양이가 망태를 보고 불렀다.
"가!
가봐!"
망태는 달빛이 무섭지 않았다.
밤마다 달빛과 함께 놀며 새벽을 맞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가!
여기 구운 은어를 먹어 봐!"
달빛이 은어 살을 조금 뜯어 새끼 고양이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새끼 고양이는 달빛이 주는 은어 살을 받더니 엄마에게 갔다.
"나도! 나도 먹고 싶어요!"
그동안 장독대 항아리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놀던 생쥐도 구운 은어가 먹고 싶었다.
"너도 가까이 와!"
달빛은 은어 살을 또 뜯어 가까이 온 생쥐에게 주었다.
"엄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생선이야!"
새끼 고양이가 은어 살을 다 먹고 손가락을 빨며 엄마에게 말했다.
망태도 침을 꿀꺽 삼키며 새끼 고양이가 말하는 걸 들었다.
"모두!
가까이 와!"
달빛은 장독대 주변에 있는 동물들을 모두 불렀다.
구운 은어 살을 조금씩 뜯어 가까이 온 동물들에게 주었다.
"음식은 나눠먹는 게 더 맛있는 거지!"
달빛은 구운 은어가 한 마리 한 마리 앙상한 뼈만 남아도 걱정하지 않았다.
영희 할머니 마음이 얼마나 넓고 착한 지 알고 있었다.
"딱!
두 마리만 남겼다!"
할머니와 손녀가 먹을 은어였다.
"모두!
돌아가야지!"
달빛은 더 이상 줄 게 없었다.
동물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할머니!
달빛이 구운 은어 가져왔어요."
영희는 일어나자마자 장독대로 달려가 달빛이 구운 은어를 들고 왔다.
"정말이지!
달빛이 또 은어를 구웠구나!"
할머니는 침을 꿀꺽 삼키며 손녀가 주는 은어를 받았다.
"할머니!
이제 은어만 잡아오면 되겠어요!"
"그래!
은빛 숲에 가서 은어를 많이 잡아와야겠다."
할머니는 더 많은 은어를 잡고 싶었다.
"할머니!
고소한 맛과 달콤한 맛이 엄청나요!"
"그래!
여기서도 맡을 수 있다!"
할머니는 아침밥을 준비하며 코를 자극하는 은어 향기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할머니!
내가 서울 가도 달빛이 은어 구워 줄 수 있도록 말해 줄게요!"
"정말이니?"
"네!"
할머니는 손녀 덕분에 은어만 잡아오면 구울 필요가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고소하고 달콤한 은어구이를 매일 먹을 수 있었다.
"할머니!
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혹시!
은어튀김도 할 수 있을까?"
할머니는 은어튀김도 먹고 싶었다.
"물어볼게요!"
영희는 할머니가 먹고 싶은 은어튀김도 달빛이 만들어 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영희는 어젯밤에 쓰다 만 편지를 다시 꺼냈다.
"할머니에게도 쓰고 달빛에게도 편지 써야지!"
영희는 오늘 밤늦게까지 편지를 두 통 쓸 생각이었다.
내일 서울로 가면 또 방학이 되어야 오니까 할머니도 달빛도 볼 수 없었다.
은어야! 은어야!
달빛 먹은 은어야!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은어야!
고소하고 달콤한 생선구이가 되어라!
아픈 사람은 아프지 않게 해 주고
슬픈 사람은 슬프지 않게 해 주거라!
은어야! 은어야!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은어야!
고소하고 달콤한 생선구이가 되어라!"
영희는 꿈속에서 들었던 노랫말을 적었다.
"꿈이 아니었어!
달빛이 노래 부르는 것이었어!"
영희는 어젯밤 꿈속에서 들은 노래를 천천히 따라 불렀다.
마음이 편해지면서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가 가슴으로 전해졌다.
"은어야! 은어야!
달빛 먹는 은어야!
그렇지!
달빛을 먹으니 은빛 은어가 된 거야!"
영희는 유난히 물속에서 은어가 은빛을 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달빛이 구워준 은어구이!
지금까지 먹어본 생선구이 중에 최고로 맛있었습니다.
할머니도 평생 동안 먹은 생선구이 중에서 최고로 맛있는 은어구이였다고 했어요.
할머니는 앞으로도 달빛이 구워준 은어구이를 먹고 싶다고 합니다.
달빛님!
우리 할머니가 은어를 잡아다 장독대 위에 올려놓으면 달빛으로 구워주세요!
할머니는 한 마리만 구워주면 됩니다.
하루에 한 마리 이상은 절대로 먹지 않습니다.
그러니
나머지 은어구이는 달빛이 알아서 동물들에게 주고 할머니에게 한 마리는 꼭 구워주세요!"
영희는 달빛에게도 편지를 다 쓰고 잠이 들었다.
내일 서울로 가는 손녀를 위해 할머니는 고구마와 옥수수를 쪘다.
"벌써 방학이 끝나다니!"
할머니는 한 달이 하루 같이 지나간 것 같았다.
"또 오겠지!"
할머니는 손녀가 와서 그동안 외롭지 않았다.
"더 크면 안 되는 데!
많이 커서 오겠지!"
할머니는 몇 달 뒤에 볼 손녀를 생각했다.
아무도 없는 산골마을에서 할머니는 또 혼자서 살아갈 것이다.
"나도 달빛과 친구가 되어야지!"
할머니는 손녀가 달빛과 친구가 된 걸 보고 배웠다.
"이제!
창문을 열고 달빛과 함께 살아가야지!
할머니는 달빛과 친구 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 뛰는 것 같았다.
달빛은 서쪽으로 기울며 부엌에서 일하는 할머니를 비췄다.
"할머니가 외롭지 않게!
산골마을 할머니가 외롭지 않게!"
영희는 꿈속에서 달빛이 말하는 소릴 들었다.
"감사합니다!"
영희는 달빛을 붙잡고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걱정 마!"
달빛은 웃으며 영희에게 말했다.
달빛은 이미 할머니와 친구가 되어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