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자격이 없어!

달콤시리즈 221

by 동화작가 김동석

넌 자격이 없어!






"넌 말이야!

대장 자격이 없어."

고양이 대장 코코는 오늘도 졸졸 따라다니는 고양이 몽니에게 말했다.


"대장!

자꾸 그렇게 말하면 나도 계획이 있어요."

몽니는 오래전부터 늙은 코코를 몰아내고 자신이 대장이 되고 싶었다.


"계획!

무슨 계획?"

코코는 숨을 천천히 몰아쉬며 물었다.


"날!

죽이겠다는 거야?

아니면

절벽에서 날 밀치기라도 할 건가?"


"두고 보세요!

그렇게 고집부리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몽니는 더 이상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이웃마을에 사는 꼬미와 결혼하기 위해서라도 코코를 대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해야만 했다.


"결혼을 반대하니까 날 죽이고 싶은 거지?

우리 마을에도 똑똑한 고양이들이 많은 데

이웃 고양이를 색시로 맞이하는 걸 내가 반대하니까 그렇지?"

코코는 몽니가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이유를 알았다.


"그러니까!

꼬미와 결혼하게 해 주세요?"


"안 돼!

꼬마인지 꼬미인지 둘이 결혼하고 싶으면 이곳을 떠나라고."

코코는 이웃마을에 사는 고양이와 결혼하겠다는 몽니를 말렸다.


"만약!

만약에 내가 대장이 되면 이웃마을 고양이와 결혼하는 걸 허락할 거예요."


"누가 대장이 된다고?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고양이가 대장이 될 자격이 있을까!"

코코는 몽니가 대장이 되는 걸 반대했다.

몽니가 이웃마을의 고양이와 결혼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양이 세상의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이유도 있었다.


"늙은 주제에!

정말 고집이 세다니까."

몽니는 코코를 뒤로하고 집으로 가면서 혼잣말을 했다.


"대장을 힘들게 하고 오는 군!"

소나무 뒤에 숨어서 코코와 몽니를 지켜보던 어린 고양이들이었다.


"우리도 조심해야겠어!"

어린 고양이들은 몽니에게 모두 물리거나 맞은 적이 많았다.


"맞아!

몽니가 대장이 되는 걸 막아야 해."


"그래!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몽니가 대장이 되면 절대로 안 돼."

어린 고양이들은 모두 몽니가 대장이 되는 걸 싫어했다.


..


"몽니!

아직도 대장이 허락하지 않았지?"


"응!"


"그럼!

나랑 헤어져."


"무슨 소리야?

내가 대장을 죽여서라도 꼬미랑 결혼할 거야."

몽니는 날카로운 발톱을 내밀면서 말했다.


"그건 싫어!

대장을 죽이고 결혼해서 우리가 행복하게 살 것 같아?"


"모르겠어!"


"그러니까!

이제 날 만나러 오지 마."


"싫어!

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엄마 아빠도 이제 마음이 바뀐 것 같아!"

꼬미도 몽니랑 헤어지는 게 싫었다.

하지만 누군가 반대하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대장을 설득해볼게!

조금만 시간을 줘?"


"알았어!"

꼬미도 몽니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먼 거리를 달려오는 몽니를 보지 않고는 꼬미도 살아갈 수 없었다.


..


"대장!

할 말이 있어요."

마을로 돌아온 몽니는 대장에게 갔다.


"무슨 말?

또 결혼 이야기면 그냥 가."


"대장!

내가 어떻게 하면 꼬미랑 결혼을 허락해 주실 거예요?"

몽니는 단단히 각오하고 대장에게 물었다.


"우리 마을에서 색시감을 구하면 되지!"

대장 목소리는 아주 적었다.


"대장!

난 죽어도 꼬미랑 결혼할 거예요.

그리고 이 마을에서 살아갈 거예요."


"다른 고양이들이 색시를 가만둘 것 같아?"

대장은 이웃마을에서 시집온 꼬미가 다칠까 걱정이었다.


"제가 다른 고양이들을 설득할게요!"


"어떻게?

나도 설득을 못하는 데 어떻게 설득을 한단 말이야."

코코는 그동안 늙은 고양이들에게 몽니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늙은 고양이들은 이웃마을에 사는 고양이와 결혼하는 걸 반대했다.


"그분들은 왜 반대하는 거예요?"

몽니는 늙은 고양이들이 꼬미와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이유야 많지!"


"어떤 이유?"


"아주 오래전에 이웃마을에 못된 고양이 삼총사가 있었지!
망치, 도끼, 식칼이라는 이름을 가진 못된 고양이들이었지!

지금은 모두 죽었지만

너처럼 젊은 시절에 삼총사는 고양이들에게 무서운 존재였지!"


"그 삼총사가 무슨 일을 했는데요?"


"우리 마을에

어린 고양이들을 모두 빼앗아갔지!"


"어린 고양이들을 왜?"


"엄마 고양이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지!"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 뒤로

어떻게 되었어요?"


"어떻게 되긴!

그들은 무서운 존재를 과시하며

우리 마을에 사는 고양이들을 공격했지.

수많은 고양이들이 삼총사에게 맞아 죽었어!"


"그랬군요!"

몽니는 갑자기 마음이 무거웠다.


"꼬미는

그 못된 삼총사 핏줄이야!

그중에서도

아주 못된 도끼가 할아버지라고."


"정말인가요?"


"그래!

그러니까 늙은 고양이들이 모두 꼬미와 결혼하는 걸 반대하는 거야."

코코는 몽니와 꼬미의 결혼을 반대하지는 않았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것도 아니었다.



"과거는 잊고 이웃마을 고양이와 더불어 살고 싶었지!
과거의 상처가 너무 크지.

아직도 가슴에 앙금이 많은 고양이들이 있어.

그래서 모두 반대하는 거야!"

코코는 몽니가 이해할 수 있게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날!

설득해도 소용없어."

코코는 더 이상 몽니와 꼬미를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하니 속이 시원했다.


..


"꼬미!

우리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를 알았어."

몽니는 저녁 늦게 꼬미를 찾아갔다.


"나도 알아!"


"정말?"


"응!"


"그런데 왜 말해주지 않았어?"


"어떻게 말할 수 있어!

할아버지가 잘못한 것을 어떻게 말할 수 있어.

내 입으로 도저히 말해줄 수 없었어!"

꼬미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넌!

그것도 모르고 우리 마을까지 왔어?"


"응!

몰랐어.

난 아무것도 몰랐어."

몽니는 정말 몰랐다.


"이제 오지 마!

우리 할아버지가 얼마나 나쁜 고양이였는지 알았으니까."

꼬미는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게 뭐람!"

몽니는 한참 동안 밤하늘을 쳐다봤다.

꼬미가 좋아서 먼 길을 달려왔는데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꼬미!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것 같아.

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몽니는 흐느적거리는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밤하늘에 별들도 몽니를 비추는 달빛도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 없었다.


..


"안녕하세요!"

몽니는 늙은 고양이들이 모여있는 소나무 정원을 찾았다.


"대장이 되고 싶다는 몽니잖아!"


"그렇군!

그 꼬민지 꼬마인지랑 결혼한다고 한 고양이지?"


"맞아! 맞아!

그 결혼 절대로 허락할 수 없지."


"그래야지!

그 못된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절대로 허락할 수 없어."


"우리 마을에도 예쁜 색시감이 많은데 왜 이웃마을 고양이를 좋아하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눈에 뭐가 들어갔을 거야.

아니면

귀신에 홀린 거야!"


"맞아!

정신이 이상할 수도 있어."

늙은 고양이들은 몽니를 앞에 두고 수다를 떨었다.


"몰랐습니다!

저는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동안 제가 이웃마을에 사는 꼬미랑 결혼하겠다고 고집만 부렸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어른들이 허락할 때까지 이웃마을에 사는 꼬미와 결혼을 미루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마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고양이가 되겠습니다."


몽니는 아픈 가슴을 추스르며 말했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소나무 정원을 나왔다.



그림 나오미 G


..


몽니는

그동안 모르던 과거의 진실을 찾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못된 삼총사들이

어떤 괴롭힘을 주었는지 하나하나 찾아봤다.


"무서운 존재!

정말 무서운 고양이 삼총사였구나."

몽니는 삼총사에 대해서 알아볼수록 두려움에 떨었다.


"꼬미!

미안해."

몽니는 도서관에서 나오며 하늘을 쳐다보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죽고 아버지가 죽고 그 아들 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왔다.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서로 좋아하면서도 결혼할 수 없는 운명 앞에 몽니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내일은 꼬미에게 가봐야지!"

몽니는 자신보다 꼬미가 걱정되었다.

지금 당장 결혼하지 못하지만 몽니는 꼬미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꼬미!

조금만 참고 기다려 줘."

몽니는 저녁이 되기를 기다렸다.


"대장!

오늘 밤에 이웃마을에 다녀오겠습니다."

몽니는 코코를 찾아가 오늘 밤에 이웃마을에 간다고 말했다.


코코는 말이 없었다.

조금 전에 늙은 고양이들을 만난 뒤 몽니가 왔다 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대장!

앞으로 우리 마을 고양이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잘 보살필게요."

몽니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어린 고양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늙은 고양이들에게는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식량이 필요했다.


"미안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코코도 몽니에게 미안했다.

이웃마을 삼총사 딸만 아니었어도 결혼을 허락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늙은 고양이들의 반대에 부딪혀 허락할 수 없었다.


"괜찮습니다!

모든 분들이 허락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몽니는 대장의 따뜻한 마음을 알았다.


"시간이 필요할 거야!"


"네!

대장님."

몽니는 대장에게 인사하고 꼬미를 만나러 출발했다.


"달님! 별님!

항상 내편이 되어준 것처럼 밝게 비춰주니 감사합니다."

몽니는 꼬미를 만나러 갈 때마다 달님과 별님에게 고마워했다.


"시간이 필요해!"

달님과 별님도 대장처럼 말했다.


"시간!

나는 기다릴 수 있는데.

꼬미도 기다릴 수 있을까?"

숲 속을 달리며 몽니는 생각했다.


..


"꼬미!"

집 앞에 도착한 몽니가 꼬미를 불렀다.


'리그 득!'

대문이 열리더니 꼬미 엄마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들어오렴!"

꼬미 엄마는 매일 찾아오는 몽니를 자주 봤다.


"꼬미가 아프단다!"


"네!"

몽니는 대답과 동시에 꼬미 방으로 달렸다.


"꼬미!"

몽니가 방문을 열며 불렀다.


"모!

몽니!"

꼬미는 다 죽어가고 있었다.


"꼬미!

정신 차려."

몽니가 꼬미 손을 붙잡고 말했다.


"미안!

미안해."

꼬미는 겨우 눈을 뜨고 몽니를 봤다.


"꼬미!"


"몽니!"

몽니와 꼬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울지 마!"

꼬미 눈가에 눈물이 고이자 몽니가 닦아주며 말했다.

몽니는 꼬미 손을 꼭 붙잡아주었다.


"꼬미!

조금만 기다려 줘."

몽니는 그동안 마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꼬미에게 해주었다.


"몽니!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꼬미만 볼 수 있다면 죽을 때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어!"


"꼬미!"

몽니는 꼬미를 꼭 안아주었다.


..


"대장!

정신 차리세요."

독감이 심하게 든 코코가 병원에 입원한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소용없어!

이제 며칠 안 남았어."

코코는 자신의 삶이 끝나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몽니!

대장이 되면 이 마을 고양이들을 책임지고 잘 돌봐야 해."

코코는 마지막 힘을 다해 말했다.


"대장!

무슨 말씀이세요."


"모옹이(몽니)!

어린 고양이들이 굶지 않게 잘 보살펴야 해."

코코는 죽어가고 있었다.

며칠 전에 소나무 정원에 가서 늙은 고양이들을 만나고 난 뒤 더 쇠약해졌다.


"네!

걱정 마세요."

몽니는 대장 손을 붙잡고 말했다.


코코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코코는 눈 오는 날을 제일 좋아했다.

눈이 소복이 쌓인 곳으로 어린 고양이들을 데리고 가 신나게 놀아주었다.

코코는 몽니와 꼬미의 결혼을 허락해 주라고 늙은 고양이들에게 간청했었다.


"대장!

밖에 흰 눈이 내리고 있어요.

대장이 제일 좋아하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요."

대장 손을 붙잡고 몽니는 한 참 울었다.


"대장이 죽었습니다."

몽니는 소나무 정원을 찾아가 늙은 고양이들에게 알렸다.


"오래 살았지!"


"죽어서 천상에 갈 거야!"


"맞아!

멋진 대장이었어."


"앞으로 대장은 누가 되어야 할까?"


"선거를 치러야지!"


"무슨 선거?"


"고양이 대장 선거!"


"그런 선거도 있었어?"


"아니!

이제 만들어 봐야지."

늙은 고양이들은 대장이 죽은 것을 애도하는 것보다 새로운 대장 뽑는 일에 더 관심 있었다.


..


"코코!

장례식은 잘 치른 거야?"

늙은 고양이들은 장례식을 치르고 온 몽니에게 물었다.


"네!

성대하게 치렀습니다."


"그동안 고생했군!"

늙은 고양이 중에 제일 나이가 많은 고양이가 말했다.


"모옹이(몽니)!

대장이 되면 꼬미랑 결혼할 거야?"

몽니를 제일 싫어하는 늙은 고양이가 물었다.


"네!

저는 모든 분들이 허락하는 날 꼬미와 결혼할 겁니다!"


"만약!

허락해주지 않으면 결혼 안 할 거야?"


"네!

절대로 안 할 겁니다."


"혹시!
만약에 꼬미랑 결혼한 뒤 이웃마을로 가 살을 거야?"


"아닙니다!

결혼해도 저는 이 마을에서 어린 고양이들을 돌보고 어른 고양이들을 모시면서 살겠습니다."


"그 말!

믿을 수 있어?"


"네!

하늘에 맹세합니다."

몽니는 오랜만에 늙은 고양이들이 존경해야 할 어른으로 보였다.


"오늘은 돌아 가!

우리가 부를 때까지 기다려 봐."

늙은 고양이는 그동안 고생한 몽니를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몽니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갔다.


늙은 고양이들은 다음 대장을 이미 정해 놨다.

하지만 쉽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몽니가 잘할 거야!"


"그럼!

우리야 늙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지."


"맞아!

어린 고양이들을 잘 보살펴주면 대장으로서 최고야!"


"그렇지!

몽니가 어린 고양이들을 잘 보살필 것 같지?"


"맞아!"

늙은 고양이들 마음에도 몽니가 마음에 들었다.


밤이 깊어가자

달빛과 별빛 사이로 함박눈이 내렸다.

세상이 유난히 빛나는 밤이었다.


"꼬미는 잘 있겠지!"

코코 장례식에 꼬미 가족들이 왔었다.

몽니는 너무 바빠서 꼬미를 만나지도 못하고 멀리서 눈인사만 했다.

꼬미도 몽니가 바쁘다는 걸 알고 집으로 돌아갔다.


"몽니!"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불렀다.


"왜?"


"소나무 정원으로 오래!"


"날!

무슨 일인데?"


"몰라!

최대한 빨리 오라고 했어."


"알았어!

금방 옷 갈아입고 나올게!"


"응!"

어린 고양이는 몽니가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가자!"

몽니는 어린 고양이를 등에 업고 달렸다.

함박눈이 내린 소나무 정원은 너무 아름다웠다.


몽니는 달리면서 행복한 순간을 느꼈다.

늙은 고양이들을 만나러 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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