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마음!

달콤시리즈 210

by 동화작가 김동석

농부의 마음!




음미 아빠는

시금치만 먹었다.

시금치 귀신이란 별명도 있다.


음미 아빠는

밭에 시금치만 심었다.

시금치 없이는 살 수 없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밭에 시금치를 심었다.


시금치가 자라면

장에 내다 팔고 또 장에 내다 팔았다.

사람들은 그를 황금손을 가진 농부라 했다.


"이봐!

논에도 시금치 심을 거야?"

이웃집 사는 철수 아빠가 시금치 농부라 불리는 은미 아빠에게 물었다.


"시금치 심을 밭이 없으니 논에 심어야죠!"

시금치 농부는 더 많은 논과 밭에 시금치 심는 게 제일 행복한 일이라 했다.


"당근도 심고 양파도 심어보지 그래?"

철수 아빠는 시금치만 심는 시금치 농부가 걱정되었다.


"걱정 마세요!

시금치는 일 년 내내 가격도 좋고 잘 팔릴 테니까요."

시금치 농부는 야채 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게 시금치라 생각했다.

시금치 값이 매년 올라가는 걸 보면 그가 황금손을 가진 게 틀림없었다.


"종철이는 시금치를 포기하고 당근을 심었어.

앞으로는 시금치보다 당근 값이 더 비싸질 거라며 당근만 심겠다고 하던데."

철수 아빠 말처럼 종철이 아빠는 양파를 다 뽑아낸 밭에 당근을 심었다.


"당근도 사람들이 많이 먹어야 하니까 괜찮을 거예요."

시금치 농부도 당근이랑 양파를 심을까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시금치가 먹기는 쉽지!"

철수 아빠도 시금치를 좋아했다.

하지만 밭에 시금치를 심은 적은 없었다.


"내일부터 눈 온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시금치 농부는 눈 오는 날이나 비 오는 날이 싫었다.

밭에서 시금치를 뽑으면 흙이 많이 묻어 싫었다.


"내년에도 풍년이 들겠구먼!"

하고 말한 철수 아빠는 집으로 향했다.


시금치 농부는 밭고랑을 따라 걸으며 땅을 곱게 골랐다.

내일부터 새로운 품종 시금치를 심을 곳이었다.


"여긴!

금금치(금색 시금치)를 심어야지.

그리고!

저쪽은 은금치(은색 시금치)를 심어야지."

시금치 농부는 계획이 있었다.

초록 시금치가 아닌 은빛 시금치, 금빛 시금치도 키우고 싶었다.

작년에 빨간 시금치를 키우는 데 성공한 후 생각이 달라졌다.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지!"

수많은 시금치가 시장에 나오면 가격은 금방 떨어졌다.

또 시장에 나오는 시금치가 줄면 가격이 폭등했다.

그걸 잘 아는 시금치 농부는 또 다른 시금치 품종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똥 손!

나 좀 봐!"
철수 아빠가 금수 아빠를 불렀다.

마을 사람들은 금수 아빠를 똥 손이라 불렀다.

금수 아빠가 농사짓는 것마다 가격이 폭락했다는 이유였다.

작년에도 양파를 심었지만 가격이 폭락하면서 똥 손을 증명한 셈이었다.


"형님!

올해는 뭘 심어야 할까요?"

금수 아빠는 가끔 철수 아빠에게 물었다.


"시금치!

자네도 시금치를 심어."

철수 아빠는 황금손이 돈 버는 것을 보고 말했다.


"형님!

시금치 농사짓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금수 아빠는 주변에 시금치 밭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먹잖아!

시금치 값이 떨어지질 않아.

그러니까!

자네도 시금치를 한 번 심어 봐."

철수 아빠는 매년 농사를 지었지만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한 똥 손이 걱정되었다.


"올해는!

태양초 고추를 심어야겠어요."

금수 아빠는 최근 고추값이 폭등하는 뉴스를 보고 고추를 심을 생각이었다.


"잘해봐!

그래도 먹는 농사를 지어야 돈도 벌고 살아갈 수 있지."

철수 아빠 말이 맞았다.

금수 아빠도 똥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농사일은 제법 잘했다.


"들어가세요!"

철수 아빠와 헤어진 뒤 금수 아빠는 뒷산으로 올라갔다.

대나무 숲이 있고 큰 소나무가 자라는 뒷산에서 들판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눈이 오겠군!"
대나무 잎이 바람에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봐!

똥 손을 가진 농부라며?"

숲 속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맞아!

난 똥 손을 가진 농부야."

금수 아빠가 소곤거리는 곳을 향해 외쳤다.


"히히히!

똥 손이 맞아.

누가 별명을 지었을까?"


"그거야!

마을 사람들이지."


"똥 손!

이번에는 밭에 인삼을 심어 봐.

그러면 금손 아니 황금손이 될 거야."

숲 속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인삼!

인삼이 비싸긴 하지.

그런데!

인삼을 심어본 적이 없어."

금수 아빠는 정말 인삼을 심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책도 보고 인삼밭도 가보고 그래야지."

하고 숲이 말했다.


"내년에는 인삼값이 좋을까?"

금수 아빠가 묻자


"무슨 소리야!

인삼은 오 년은 키워야 하니까

오 년 후에나 가격을 알 수 있지."

하고 숲이 대답했다.


"그렇지!

오 년 동안은 가격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금수 아빠는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지!

오 년 동안 잘 지켜보고 있으면 대박 날 거야."

하고 숲이 말하자


"허허허!

오 년 후에 인삼 가격이 폭락하면 어떡하고?"

금수 아빠는 인삼 가격을 걱정했다.


"히히히!
그거야 할 수 없지.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니!"

숲은 정답을 알고 있었다.


"알았어!

한 번 생각해 볼게."

금수 아빠는 숲에서 나왔다.

밭고랑을 타고 걷는데 자꾸만 인삼과 황금손이 생각났다.


"인삼!

인삼을 심으면 잘 자랄까?"

똥 손은 밭 한가운데 앉아 흙을 한 줌 움켜쥐었다.


"좋아!

인삼을 심자.

우리 마을에서 아무도 심지 않는 인삼을 심어 보는 거야."

금수 아빠는 집으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고 읍내에 나갈 참이었다.


"당신!

어딜 가려고 옷을 갈아입어요?"

아내가 물었다.


"읍내에 좀 갔다 와야겠어."

하고 남편이 말하자


"무슨 일로?"

아내가 물었다.


"갔다 와서 말해줄게!"

하고 말한 금수 아빠는 읍내를 향해 출발했다.


"저 양반이!

생전 읍내에 나가지도 않더니만 웬일이야."

아내는 남편이 나간 뒤 한 참 멍하니 마루에 앉아있었다.


그림 나오미 G





"여보!

올해는 인삼을 심을 거야."

읍내에서 돌아온 똥 손은 저녁을 먹으며 아내에게 말했다.


"인삼!

한 번도 심어본 적 없잖아요."


"그렇지!

인삼은 심고 기다리면 되니까 걱정이 덜 될 것 같아."


"당신이 밭에 무엇을 심어도 상관없지만 잘 생각하고 판단하세요.

인삼 심을 때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잖아요."


"알았어!"

똥 손은 앞으로 인삼에 관한 책을 읽어볼 계획이다.

또 인삼밭을 찾아가 농사짓는 법도 물어볼 참이었다.


"아버지!

인삼이 비싸죠?"

아들 금수가 밥 먹다 말고 물었다.


"비싸지!

밭에서 자라는 식물 중에서 가장 비싼 농작물이지.

금수야!

이제 농사도 공부해야 잘 지을 것 같다."

금수 아빠는 인삼 이야기를 하며

농사짓는 것도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아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럼!

우리도 부자 되겠네요?"

하고 아들이 묻자


"부자!

그냥 열심히 사는 거야."

금수 아빠는 아들이 좋아하는 걸 보고 마음이 놓였다.


"아버지!

저도 열심히 도울게요."


"그래!

할 일이 많을 거야.

하지만 심고 난 뒤에는 큰일이 없을 거야!"

금수 아빠는 인삼을 심겠다는 결정을 한 뒤 달라졌다.

처음 심을 인삼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또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 걸 알았다.




"인삼이 무럭무럭 자라면 좋겠다!"
금수 아빠는 산골짜기 계단식 밭 수천 평에 인삼 씨앗을 뿌렸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군."

금수 아빠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기다림과 싸워야 한다는 걸 알았다.


"형님!

막걸리 한 잔 하러 갑시다."

논에서 일하는 철수 아빠를 본 금수 아빠가 불렀다.


"좋지!"
철수 아빠도 목이 말라 쉬려던 참이었다.


"인삼은 다 심은 거야?"


"네!

씨앗을 뿌리긴 했지만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니 걱정입니다."

금수 아빠는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봐!

내일 걱정은 내일 해.

몇 년 동안 잘 지켜보며 살면 될 것을 벌써부터 걱정이야."


"맞아요!

성질 급한 놈은 농사 망치겠어요."

금수 아빠는 기다림과의 싸움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일인지 알았다.


"농사가 다 그렇지!

농부들이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철수 아빠는 수십 년을 농사지으며 배운 것이라면 기다림이었다.


"형님!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노력할게요.

한 잔 쭈욱 마시세요."

금수 아빠는 막걸리를 한 잔 따라주며 말했다.


"고마워!"

철수 아빠는 벌컥벌컥 막걸리 한 잔을 단숨에 마셨다.


"자네도 한 잔 해!"


"네!

감사합니다."

금수 아빠도 속이 타는지 벌컥벌컥 막걸리 한 잔을 단숨에 마셨다.


"지붕 공사는 언제 할 거야?"

철수 아빠가 묻자


"다음 주부터 할 겁니다."

금수 아빠는 이번에 지붕 공사를 할 계획이었다.


"튼튼해야 바람에 쓰러지지 않을 거야!"


"네!"

하고 대답한 금수 아빠는

막걸리 한 병을 다 비우고 밭으로 향했다.


"내일!

비 온다는 뉴스야."

논두렁을 걷던 철수 아빠가 말하자


"네!

비가 좀 와야 가뭄이 해소되겠죠."

금수 아빠도 비를 기다렸다.


밭고랑을 걸어가는 데

금수 아빠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똥 손!

아니 곧 황금손이 될 아저씨."

하고 숲에서 금수 아빠를 불렀다.


"똥 손이야!

그렇게 불러도 괜찮아."

금수 아빠가 대답했다.


"인삼 씨앗이

숲으로 날아오면 몇십 년 후에 산삼이 될 거예요."

하고 숲에서 소곤거렸다.


"뭐라고!

산삼이 된다고?"

금수 아빠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네!

숲에서 자라면 산삼이고 밭에서 자라면 인삼이죠."


"그렇지!

그렇구나.

그럼!

남은 인삼 씨앗을 숲에 다 뿌려야겠다."

금수 아빠는 숲과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다.


"히히히!

그런데 숲에서 자란 산삼은 주인이 없어요.

먼저

찾아내는 사람이 주인이란 건 아시죠?"


"뭐라고!

내가 뿌린 산삼인데 찾는 사람이 주인이라고?"

하고 묻자


"그렇죠!

숲에서 자라는 산삼, 버섯, 고사리, 꿀벌 등 모든 생산품은 찾는 사람 것이랍니다."

하고 숲이 대답했다.


"허허허!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도!

인삼 씨앗을 뿌려놔야지.

누가 먹어도 난 괜찮아!"

금수 아빠는 집에 남은 인삼 씨앗을 가져와 숲에 뿌릴 생각이었다.


"히히히!

우리가 잘 길러 줄게요."

하고 숲이 말하자


"고맙다!

너희들이 잘 길러서 동물들도 산삼 먹고 자라면 좋겠다."

금수 아빠는 욕심내지 않았다.

논밭에서 일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다음날

금수 아빠는 넓은 숲에 인삼 씨앗을 뿌렸다.


"세월을 기다려 보는 거지!

누구의 것이 되어도 좋아.

내 것이라고

욕심부리지 않을 거니까!"

숲에서 내려오는 금수 아빠는 기분이 좋았다.


산골짜기

계단식 밭에 심은 인삼과 숲에 뿌린 산삼은 무럭무럭 자랐다.

벌써 오 년이 지나고 있었다.

무럭무럭 자라는 인삼을 보며 금수 아빠는 기다림의 맛을 새롭게 느끼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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