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숨어있던 꿈!

달콤시리즈 328

by 동화작가 김동석

그곳에 숨어있던 꿈!






“내 꿈이었어!”

내가 어릴 적 꿈꾸었던 것이 숲 속에 자리한 제각 모퉁이에 그대로 있었다.

셰익스피어 책을 읽으며 꿈꾸었던 나는

숲 속에서 몇 백 년을 묵묵히 지켜온 제각에서 어린 추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꿈을 꾸다니!”

나는 어릴 적 추억을 더듬으며 제각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생각나는 추억들을 하나하나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맞아!

이건 눈이 많이 온 날이었어.”

나는 제각 뒤로 가 기둥에 칼로 세긴 글자를 천천히 읽었다.

꼭 보물을 찾아떠난 기분이었다.


“난!

작가가 될 거야.

<셰익스피어>나 <모리스 르블랑> 같은 작가!”

기둥에 세긴 글자를 보며 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 읽었던 책들이 생각났다.

특히 <베니스의 상인>이나 <괴도 뤼팽> 같은 책을 읽으며 주인공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또 어디에 있을까?”

나는 추억을 더듬으며 제각을 돌고 돌았다.


“맞아!

저기 기왓장 속에도 숨겨놓은 게 있지.”

나는 제각을 둘러싼 담을 천천히 돌며 어릴 때 숨긴 무엇인가를 찾았다.


“여기서 아홉 번째인가 열세 번째인가!”

나는 돌담 위로 길게 늘어진 기왓장 하나하나 밑을 들여다보며 어릴 적 숨긴 무엇인가를 찾았다.


“하하하!

바로 이거야.”

나는 열세 번째 기왓장 아래서 빛바랜 책을 한 권 찾았다.


<로미오와 줄리엣>


“하하하!

몇 년 만이야.

초등학교 4학년 때 숨긴 건데!

50년 가까이 잘 숨어 있었구나.

나는 책을 숨기던 그때 기억이 생생했다.

형이 책만 읽고 있다며 혼냈던 기억도 났다.


엄마가 산에 가서 땔감을 해오라 하면

나는 이곳에서 책을 읽고 늦게 가는 바람에 혼나곤 했었다.


“책을 다 찢어버려야겠다!”

형은 동생이 책만 읽는 게 싫었는지 책을 보면 다 찢어버렸다.


“책 읽을 시간 있으면 공부해!”

형은 동생이 책 읽고 있으면 이렇게 말하며

책을 빼앗아 아궁이에 넣어 태워버렸다.

또 비 오는 날 마당에 던져버렸다.


“책을 숨겨야지!”

나는 형이 책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겼다.

시간 날 때마다 이곳에 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던가!






“돈을 어디다 숨겼지!”

나는 초등학교 때 물고기를 잡아 판 돈을 어딘가에 숨겼었다.

그런데

기억이 가물가물 했다.


“어디였었지!

무화과나무 아래였나!

모과나무 아래였나!”

나는 제각 정원에 있는 모과나무 아래 땅을 파기 시작했다.


“여기가 아닌데!”

모과나무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무화과나무인가?”

나는 무화과나무 아래로 가 땅을 팠다.


“이건!”

무화과나무 아래 두툼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맞아!

여기에 돈을 넣어 묻었지.”

두툼한 상자를 보자 심장이 뛰었다.


“뭐가 들어있을까?”

나는 상자를 꺼내 들고 제각 마루에 앉았다.

천천히 흙을 털어내고 상자를 열었다.

비닐을 벗기자

그 안에 나무 상자가 들어 있었다.


“하하하!

이게 있다니.

믿어지지 않아!”

나는 나무 상자를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오백 원짜리 두 개!

백 원짜리 다섯 개!

십 원짜리가 세 개!

와!

천오백삼십 원이다!”

나는 금광을 찾은 기분이었다.


“이거!

쓸 수 있을까?”

1970년대 동전!

지금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나는 다시 동전을 모두 상자에 넣었다.


“이 추억은 무화과나무 아래에 숨겨 둬야지!”

나는 동전 넣은 나무상자를 비닐로 다시 쌌다.


“천 년 만 년!

이곳에서 잘 버티고 있으면 언젠가는 더 멋지게 빛을 발할 거야.”

나는 나무상자를 땅에 묻고 발로 밟아주었다.


“이런 행복을 주다니!”

나는 어릴 적 추억 속에서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






“형!

어릴 때 내가 책만 읽는다고 혼낸 거 기억나?”

나는 잔디에 누워있는 형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니!”


“내가 읽던 책을 빼앗아 이 호수에 던진 기억 안 나?”


“내가 그랬다고!”


“그래!

형이 내가 읽는 책만 보면 빼앗아 아궁이에 던져버리고 또 호수에 던져버리고 그랬어!”

하고 나는 책을 읽듯 어릴 적의 추억 하나하나 형에게 말했다.


“그랬나!”

형은 기억이 안 나는 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형!

일기 검사도 매일 한 것 알아!”


“그건 기억나!”


“형이 날짜 옆에 날씨를 기록하지 않으면 혼냈잖아!”


“그건 모르겠다!

아무튼 일기 검사는 한 것 같아.”

형도 하나하나 기억하며 과거로 여행하는 듯했다.


“그때는 형이 정말 미웠어!”


“왜?”


“형이 검사하고 때리니까!”


“미안하다!”

하고 말한 형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지 자리에서 일어나 샘터로 향했다.



그림 김서준 어린이




“꿈을 이뤘다!”

나는 태어난 집터에 서서 말했다.

음력 섣달 보름날

나는 이곳에서 태어났다.

그 추운 엄동설한(嚴冬雪寒)에 태어난 나는 겨울을 좋아했다.


“그날 눈이 어찌나 많이 오던지!"

아버지는 샘터에서 몇 번이나 물을 길어와 솥단지에 채우고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폈다.


“응애! 응애!”

달빛 사이로 흰 눈이 내리는 깊은 밤에 나는 태어났다.


“이렇게 아름다운 밤에 태어났으니 뭐가 될까!”

아버지는 장작불을 지피며 둘째 아들 울음소리를 들었다.

달빛 아래 우두커니 서서 담배 피우며 산파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아들!

아들이요!”

산파가 방문을 열고 외치는 소리에 아버지는 담뱃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고생했어!”

산골마을에 집이라고는 두 채 밖에 없는 곳이었다.


“보름달이 뜨고 눈 오는 날 태어나서 보름달이나 눈을 좋아하겠군!”

아버지는 둘째 아들을 보며 말했다.


나는

그날 밤 산골마을에 사는 생물들에게 울음소리로 인사했다.


“눈 오는 게 좋아!

보름달이 뜨고 눈이 내리는 날은 더 좋아!

세상이 온통 하얗잖아!”

나는 정말 겨울을 좋아했다.

보름달이 뜨고 눈이 오는 날을 더 좋았다.






“아름다운 것을 본다는 것은 큰 축복이야!”

나는 산골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아주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자랐다.

몇 백 년 된 제각이 있었고 또 몇 백 년 된 소나무가 집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태어난 곳은 가장 아름답고 멋진 곳이었다.

학생들이 소풍을 오는 곳이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하는 곳이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동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은 신비한 곳이었다.


“태어난 초가집을 허물어 버리다니!”

내가 태어난 초가집은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

다행히도 집터는 그래도 보존되고 있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대나무 숲 속에도 비밀이 많은데!”

나는 언젠가 다시 오면 대나무 숲 속 추억을 하나하나 찾아볼 생각이었다.


“가자!”

형이 재촉했다.

바람이 차갑게 불어왔다.


“가야지!”

나는 이곳에 오면 행복을 한가득 담아가는 듯했다.


“모두 잘 있어!

또 올게!”

나는 이곳저곳을 바라보며 눈인사를 했다.

바람도 햇살도

꿈틀거리던 곤충들도 나에게 인사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