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함부로 평가하지 마!
유혹에 빠진 동화 026
함부로 평가하지 마!
들판에 미술관이 생겼다.
들쥐 또리가 만든 <꼼지락 미술관>에서 쇠똥구리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누구나 알고 있듯
쇠똥구리는 똥 굴리는 재주가 많았다.
들판에 있는 똥을 찾으면 집으로 가져갔다.
많은 동물들의 똥을 모은 쇠똥구리는
눈에 보이는 것 자체로 최고의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똥을 모으면 독특한 모형이나 이미지를 가진 똥을 따로 모아 왔다.
"이봐!
세상에 멋진 작품도 많은 데!
똥 전시가 뭐야?"
꿀벌은 싫었다.
나비도 매미도 싫었다.
무당벌레도 사슴벌레도 싫었다.
"꽃이라면 모를까!
똥 전시회에 누가 갈까?"
무당벌레가 하루살이에게 물었다.
"난!
갈 거야.
쇠똥구리는 수십 년간 똥을 모았어!
그걸 보지 않고 평가하면 안 돼."
하루살이는 가서 보고 난 후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고 싶었다.
"맞아!
함부로 평가하면 안 돼.
더럽다는 고정관념을 버려!
똥도 작품이 될 수 있어.
아니!
똥도 작품이지!
그런 마음을 가져 봐!"
책 읽고 있던 베짱이가 말했다.
"똥이 작품이라고?
넌!
놀기만 하며 똥 같은 소리만 하는구나."
하고 장미꽃 가지에 앉아있던 사마귀가 한 마디 했다.
"넌!
몰라도 너무 몰라.
똥 하면 더럽다는 생각만 하지!
그러니까!
사마귀가 동화 속 주인공이 별로 없어!
난 말이야.
게으른 베짱이지만 동화 주인공이야!
그리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하지.
똥!
더럽다는 고정관념을 버려.
똥 싸지 않으면 죽어!
똥을 잘 싸야 해.
그래야
더 멋진 삶을 살 거야!"
베짱이는 게으르지만 책을 많이 읽었다.
요즘!
느림의 미학에 빠져 베짱이 삶이 얼마나 행복한 지 알았다.
"예술이란 말이야.
신은 죽었다!
하고 니체가 말한 뒤 세상이 바뀐 건 모르지.
그 뒤로 예술의 세계가 확 바뀐 건 더 모르지!
또 말이야!
사람들이 말하는 포스트모더니즘((현대 예술) 말 들어봤어?
안 들어 봤지.
현대 사회 속 예술의 변화를 말하는 거야.
책 좀 읽어라!"
하고 베짱이가 말하자
"야!
똥 같은 소리 그만 해라.
사람도 아닌 것이 포스트모더니즘 같은 소리 하고 있어.
그게 뭔데?"
하고 사마귀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들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현대 예술)이야!
쇠똥구리는 말이야.
수십 년 동안 모아 온 똥 중에서 작품성이 뛰어난 것만 전시한다고 하잖아!
가서 보고 난 뒤
좋다 나쁘다 평가하는 게 순서야.
이런!
고정관념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사는 녀석!"
베짱이는 책에서 읽은 지식을 통해 사마귀에게 잔소리하듯 퍼부었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베짱이는 책에서 읽은 지혜를 통해 알 수 없는 세계의 경계를 보고 있었다.
볼 수 있는 세계보다는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세계가 궁금했다.
지금은
보이는 것만 믿고 의지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간이 문제야!
과거와 단절하고 있어.
과거와 단절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게 아닌 데 말이야.
사람들이 다니는 학교도 문제야!
어떻게
무지개 색이 일곱(7) 가지라고 가르쳐!
절대로
무지개 색을 몇 가지라고 말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베짱이는 들판에 얼굴을 내민 무지개를 볼 때마다 이상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색보다 훨씬 많았다.
사람들은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했다.
자신이 틀린 건도 인정하고 수정하지 않았다.
"그렇지!
물질이면 다야.
인간다운 도리를 잊은 지 오래지!
공자가 어쩌고 맹자가 어쩌고 하던 시대가 아니야.
이런 세상에서
인간다운 어진 사람을 기대한다는 게 슬픈 일이지."
하고 베짱이가 혼자 중얼거리자
"도대체!
누구에게 하는 말이야?"
사마귀가 물었다.
"똥 같은 소리 한다며!
어려운 철학은 관심 있어?"
하고 베짱이가 물었다.
"그게!
그 잘난 사람들이 말하는 철학이야?
그런 것도 책에 나온단 말이지.
책이란 게 참 신기하군!
그냥!
눈에 보이는 데로 보고 살면 편할 텐데."
사마귀는 책 읽지 않았다.
물론
글자를 몰라서 읽지도 않았지만 책에 관심 없었다.
"이봐!
종이 위에서 글자가 춤추는 거 본 적 없지?"
하고 베짱이가 묻자
"또! 또!
똥 같은 소리 한다.
글자가 춤추면 내 눈에도 보이지!
넌
거짓말하는 실력이 갈수록 느는 것 같다.
올 겨울에
개미들에게 먹을 것 얻어먹을 수 있을까?
그렇게 거짓말이 늘어서!"
하고 사마귀는 베짱이가 걱정되었다.
"히히히!
먹을 것 걱정 안 해.
난 말이야!
책 읽으면 먹을 것도 행복도 다 얻을 수 있어.
그러니까
베짱이 걱정은 말고 사마귀 걱정이나 하세요!"
하고 말한 베짱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려고?"
하고 사마귀가 묻자
"미술관에 간다!"
"그 똥!
똥 냄새나는 곳에 간다고?"
"그래!
배고파서 똥 냄새라도 먹어야겠다."
하고 말한 베짱이는 <꼼지락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상해!
지금은 고양이 시대라고 했는데 아니야.
내가 생각하기에는 지금은 베짱이 시대야!
저런 배짱은 어디서 나올까?
일도 안 하고 책만 읽고 있다니 알 수가 없어.
곤충들은 똥 냄새난다고 안 가는 데 전시회를 보러 가는 것도 이상해!
도대체
베짱이란 녀석 알 수가 없다니까."
사마귀는
하루살이와 베짱이가 간 <꼼지락 미술관>이 궁금했다.
인간다움이란
마음이 넓어야 한다.
또
큰 뜻이 변함없고 꿋꿋해야 한다.
그런데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이 변한다.
"이것도
포스트모더니즘(현대 예술)일까!
아니면
똥 같은 철학일까."
베짱이는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신은 죽었다!
니체가 한 말이라고 했지.
그 뒤로
예술의 세계가 개벽했다.
변기가 작품이 되었다!
또
캔버스를 칼로 자른 게 작품이 되었다.
물감을 자유롭게 캔버스에 떨어뜨려도 훌륭한 예술 작품이었다.
뭐!
지금은 낙서도 예술 작품이라 했겠다.
그렇다면
쇠똥구리 똥 작품도 작품이지!"
베짱이는 책에서 읽은 내용을 생각하며
쇠똥구리 작품을 감상했다.
"베짱아!"
사마귀가 미술관에 들어와 불렀다.
꿀벌도 매미도 왔다.
나비도 사슴벌레도 왔다.
"웬일이야!
똥 같은 작품은 안 본다며?"
하고 베짱이가 묻자
"그냥!
궁금해서 왔어.
작품을 보고 싶어 온 게 아니고
똥 냄새에 베짱이가 죽었나 살았나 확인하러 왔어!"
하고 꿀벌이 말했다.
"봐!
살았으니까 걱정 말고 가."
하고 베짱이가 말했다.
하지만
사마귀는 베짱이 뒤를 졸졸 따랐다.
모든 곤충들이
베짱이 뒤를 따르며 궁금한 걸 물었다.
똥이 예술 작품이 되는 세상!
게으른 베짱이 삶이 부러운 세상!
인간보다 고양이가 사랑받는 세상!
인간은
개 만도 고양이 만도 못했다.
그것은
인간다움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고정관념에 빠져 살기 때문이다.
정이 넘치고
인간다움이 넘치는 사회의 유혹을 버렸기 때문이다.
버리지 않아도 좋을 유혹!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도 좋을 유혹!
그런 건 쉽게 버리고
정말 버려야 할 것들은 꼭 신주모시듯 붙잡고 산다.
그러지 말자!
인간다움을 되찾자!
정이 넘치는 사회의 유혹을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