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그 흔적을 따라가면!

유혹에 빠진 동화 066

by 동화작가 김동석

그 흔적을 따라가면!






소녀는

흔적을 따라갔다.

오른손이 하던 흔적이 아니었다.

소녀는

왼손이 했던 흔적을 따라 말없이 갔다.


소녀는

세포가 꼼지락거리는 것을 느꼈다.

감성을 자극하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 많았다.

그동안

길들여진 것들이 아닌 새로운 것이었다.


새로운 것!

길들여지지 않은 것이 보기 좋았다.

생성과 소멸이 진행되는 그곳!

생명을 잉태하고

꽃도 피지 못하고 사라졌던 꽃망울이 소녀의 감성을 자극했다.


"소녀야!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감동을 준단다.

오른손이 하던 것은 길들여져 어떤 의미를 주지 않을 거야.

하지만 왼손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단다.

그 흔적들은 살아있음의 징표란다.

빛과 그림자 같은 흔적들은 삶의 빛과 그림자란다."

소녀가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들어서자 살아있던 흔적들이 말했다.


소녀는

흔적을 따라 가는 게 좋았다.

처음 보는 것들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동안 길들여진 것들은 마음을 설레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왼손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은 신기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였다.


"내가 꿈꾸던 것이다.

나의 희망이고 삶이야."

소녀는 왼손이 하는 일을 몰랐다.

소녀는 오른손만 사용하기 때문에 왼손이 하는 일에 관심 없었다.


"소녀야!

삶이란 고개를 돌리면 다른 세상이란다.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은 영원하지 않단다.

아침에 본 꽃들을 봐라!

꽃망울이 물 한 컵 주었다고 활짝 핀 꽃으로 널 반기는 것 봐라."

하고 왼손을 따라 간 흔적들이 말했다.


"맞아!

아침에 물 한 컵 주었을 뿐인데 꽃이 활짝 피었다.

나는

언제 꽃이 필까 생각했는데 벌써 꽃이 피었다.

내가

왼손을 따라

흔적을 따라가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야!"

소녀는 놀랐다.

몇 시간 만에 꽃망울이 활착 핀 꽃이 반기는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소녀는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침과 낮 사이에 꽃이 활짝 피는 걸 봤다.

놀랍고 경이로운 변화였다.


소녀는 알았다.

앞만 보고 살아온 순간을 돌아보지 않았다.

오른손만 사용하니까 왼손이 하는 것을 몰랐다.


"내가 나를 모르다니!

나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살았어.

왼손이 하는 것도 모르다니 정말 바보 같아.

내 몸이 무엇을 하는지!

내 생각이 무엇을 하고 원하는지 모르다니!"

소녀는

자신을 뒤돌아 봤다.


세상은

소녀가 눈감고 쉴 시간을 주지 않았다.

눈만 뜨면 무엇이든 보고 잦아야 했다.


"세상을

너무 쉽게 봤어.

그냥

멍청하게 보고 살았어.

그게

아니었어.

세상을 우습게 생각한 게 잘못이야!"

소녀는 보이지 않던 흔적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깨달았다.


"꿀벌과 나비가 말했구나!

새들이 노래 부르며 말했구나!

개들도 고양이도 내게 말했어!

세상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말했어.

왼손은

다 기억하고 있었어.

내가

오른손만 사용하다 잊은 거야.

내게

많은 것들이 세상을 똑바로 보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어.

그런데

나는 관심 없었어.

그게 잘못이야.

지금부터라도 세상을 잘 파악하고 살아야지.

만물이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야지.

내 몸 흔적들이 꿈틀거릴 때

좀 더 진지하게 보고 느끼고 받아들여야지! "

소녀는 다시 봤다.

오른손과 왼손을 보고 또 봤다.

서로가 다른 일을 하는 걸 몰랐다.


가끔 왼손은

쓸모없는 것이라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무엇이든

오래 사용하면 고장나거나 부서지는 걸 알았다.

또 왼손과 오른손을 신이 만들어 준 것도 알았다.

오른손을 사용하는 동안 왼손이 하는 걸 몰랐다.

그렇지만

오른손이 다치거나 아프면 그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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