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하는 건 공짜가 아니야!
유혹에 빠진 동화 135
사색하는 건 공짜가 아니야!
숲길을 걷다 멈췄다.
강물이 보이는 바위에 앉아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자연의 소리가 사색하는 시간을 방해했다.
물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색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봐!
집에서 인터넷을 검색하듯 사색을 하지 마.
사색이란
그냥 생각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가면 되는 거야!"
머리카락을 스치던 바람이 말했다.
사색!
인터넷을 검색하듯 사색을 하고 있었다.
바람이 하는 말이 맞았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보고 느낄 생각보다 무엇인가 사색할 것을 찾았다.
"눈을 감아 봐!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어 봐.
그다음
숲이 말하는 걸 듣고 답을 해 봐!
그렇게
사색을 하는 거야."
내게 앉을 자리를 내준 바위가 말했다.
"고마워!
내게 편안한 자리를 내줘 고마워.
또
아름다운 경치를 음미할 수 있게 확 트인 곳에 자리하고 있어 좋아."
나는 바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내게 사색은 생명이었다.
사색은 멈추는 것 같지만 우주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햇살이 말을 걸고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숲이 말하는 것과
자연이 노래하는 것을 들을 때 사색의 깊이를 맛볼 수 있었다.
"이봐!
사색하는 건 공짜가 아니야.
여기서
어떤 사색을 하든 집에 가면 글을 써야 할 거야.
자연의 소리!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
햇살이 한 말과 자연이 한 말을 잘 정리해 기록해야 할 거야."
바위는 내게 이야기했다.
사색은 공짜가 아니었다.
사색은 곧 나의 삶이고 생명이었다.
숲길을 걷다
만난 동물이 많았다.
까치독사, 독수리, 토끼, 노루, 다람쥐, 달팽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들이 나를 기다렸을까!
아니면
내가 그들을 만나러 갔을까!
바위에 앉아
더 깊숙이 사색의 문을 열었다.
"개미야!
날 기다린 거야?"
바위까지 기어 올라온 개미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
여긴 내 자리입니다.
바위에서 내려가면 좋겠어요.
제가
매일 사색하는 자리입니다."
바위에 앉아 있는 내게 개미는 겁도 없이 말했다.
"그렇군!
여긴 내가 처음 앉은 자리야.
그동안
누군가 매일 같은 시간에 앉아 사색을 즐기는 곳일 수도 있겠다.
바로 너구나!"
나는 바위에서 일어나며 개미에게 말했다.
"다음에는
빈 시간을 이용해 바위에 올라오세요.
시간마다
사색하는 동물이 있으니까요!"
개미는 바위 한가운데 앉으며 말했다.
"알았어!
너희들도 사색하는 시간이 있구나."
나는 알았다.
숲에 사는 동물도 그냥 사는 게 아니었다.
사람처럼 검색하고 사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사색하는 데 투자하고 있었다.
"개미야!
다음에는 누가 이곳에 와 사색하는 거야?"
나는 궁금해 물었다.
"독수리!
독수리 두 마리가 해가 중천에 뜨면 올 거예요.
그들은 사색하는 것보다 낮잠 자러 온다고 봐야 해요.
이곳에 앉아
멀리 보면 사냥감이 잘 보여 독수리들이 좋아해요."
하고 개미는 말한 뒤
더 이상 묻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였다.
나는 바위에서 내려왔다.
숲길을 향해 걸었다.
물론
목적지가 정해진 건 아니었다.
적당히 걷다
뒤돌아 오는 숲길이 었다.
하늘 높이
독수리 두 마리가 날고 있었다.
조금 전에
개미가 말한 독수리 두 마리 같았다.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숲에 개를 데리고 온 것 같았다.
개 짖는 소리는 요란했다.
나뭇가지에서 새들이 날았다.
나무에서 개미들이 아래를 향해 열심히 내려오고 있었다.
바위 위에서 사색하던 까치독사도 개 짖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사색을 할 수 없어.
자연의 소리가 아니야!
숲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잖아.
누가 개를 데리고 온 거야!"
숲에 사는 동물들은 사색할 수 없었다.
숲 속 동물들은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사람들은 이상해!
숲에 사는 동물이 사색하는 걸 방해한단 말이야.
머릿속에 온통 개 짖는 소리뿐이야!"
독수리는 낮잠을 설치고 짜증을 냈다.
"저 녀석을 사냥할까!
사색하는 걸 방해한 죄를 물어야겠어."
하고 말한 독수리가 하늘 높이 날았다.
'멍멍! 멍멍멍! 멍멍!'
개는 이를 내밀고 무섭게 짖었다.
개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봤을까!
아니면
어떤 동물을 사냥했을까!"
나는 생각했다.
개 짖는 소리가 궁금증을 더했다.
하지만
개 짖는 소리가 싫었다.
개미에게
사색의 의미를 겨우 깨달은 나는 숲이 조용하길 바랬다.
"개 짖는 소리가 싫다!"
자연의 소리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개도 인간이 길들이다 보니 자연의 소리를 잊은 것 같았다.
늑대의 후손이라면
개 짖는 소리도 자연과 친숙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인간에게 길들여진 개 짖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는 시기와 질투가 담겨 있었다.
늑대 본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인간처럼 탐욕스럽고 자기만 아는 개가 되어 있었다.
숲에 들어가
사색하고자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집에서 검색하며
개 짖는 소리가 들려도 이렇게 화나지 않았다.
그런데
숲에서 개 짖는 소리에 화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가 싫은 것이 아니다.
개 짖는 소리가 싫었다.
처음으로
나는 숲에서 개 짖는 소리가 싫었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건
스스로 사색의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색하는 건 공짜가 아니야!
검색하는 것도 공짜가 아니야!
보이지 않는 돈과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것들이야!"
나는 숲이 주는 선물을 하나 받아 들고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동안
개 짖는 소리는 숲에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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