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유혹에 빠진 동화 146

by 동화작가 김동석

흐르는 강물처럼!





사과를 좋아한다.

밥보다 더 사과 먹는 걸 좋아한다.

빨간 사과를 흐르는 물에 씻어 한 입 베어 먹는 그 달콤함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이 맛있었다.


남한강이 아름답게 펼쳐진

양평 KAFORE 전시장에서 사과를 만났다.

덜 익은 사과가 아니었다.

파랗지도 않고 빨갛지도 않은 사과였다.

하얀 사과였고 은빛 찬란한 사과였다.

하얀 사과는 도자기였고 은빛 사과는 스테인리스 재료를 사용했다.


은빛 사과는 내가 움직이는 동선을 파노라마처럼 담아가고 있었다.

나와 함께 하는 사과였다.

세월이 흐르듯

사과는 흐르는 강물처럼 내가 존재하는 시간 속에 함께였다.


"난!

빨간 사과를 먹고 싶었다.

아니

은빛 사과가 먹고 싶었다.

나와 함께 하는 은빛 사과를 먹고 싶었다.

그렇다면

내가 나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흥록 조각가 / 사과(스테인리스, 도자기)



은빛 사과는 빛났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주변의 사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과가 먹고 싶다!

달콤한 사과가 먹고 싶다.

은빛 사과는 어떤 맛일까!

하얀 사과는 또 어떤 맛일까!"

나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은빛 사과를 꼭 먹어야겠다.

그렇지!

빨간 조명을 비추니 은빛 사과는 빨간 사과가 되었다.

아니

초록 조명을 비추니 초록 사과가 되었다.

은빛 사과는

내 앞에서 마법을 부렸다.

흐르는 강물처럼 멈추지 않고 마법을 부렸다.


"사과야!

은빛 사과야.

어느 별에서 온 거야!

보이는 사물을 담아서 그렇게 커진 거야!

아니면

자신을 뒤돌아 보라는 거울처럼 나를 비추고 담아내는 거야!

사과야!

은빛 사과야

너를 한 입 베어 먹고 싶구나.

그 맛이

달콤하지 않아도 좋아.

아니

사과 맛은 달콤하겠지.

은빛이라고

사과 맛이 달라질 수 없지!

그렇지."

나는 은빛 사과가 먹고 싶었다.


은빛 사과는

작가의 영혼을 담고 있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과는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빛을 선물하며 배려하고 있었다.


"사과야!

은빛 사과야.

너를 한 입 베어 먹고 싶다."

나는 입을 크게 벌렸다.

그 유혹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은빛 사과는

말없이 다가왔다.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내가 한 입 베어 먹어도

은빛 사과는 가만히 있었다.

은빛 사과는

차가웠지만 달콤했다.

나를 안은 은빛 사과는

엄마품처럼 따스함까지 선물했다.


아!

뼛속까지 파고드는

달콤함과 따스함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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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흥록 유작전/양평 카포레

양평 카포레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