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에 빠진 동화 141-3
숲은 고요했다.
달팽이와 두꺼비가 걷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가끔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와 달팽이와 두꺼비가 걷는 길을 비췄다.
"달팽아!
여기서 헤어지자.
난
저 밑 골짜기로 내려가고 싶어."
하고 두꺼비가 멈춰 서서 달팽이에게 말했다.
"알았어!
난 저기 참나무 가지에 오를 거야.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
또 함께
여기까지 동행해 줘서 고맙고!"
하고 달팽이가 두꺼비를 보고 말했다.
"고맙긴!
내가 많은 걸 배웠어.
살아가는 법과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
달팽아!
정말 고마워."
하고 인사한 두꺼비는 골짜기를 향해 걸었다.
"다음에 또 봐!
언제든지 저기 참나무 밑에 와서 불러."
하고 달팽이가 멀어져 가는 두꺼비를 향해 말했다.
"알았어!"
하고 대답한 두꺼비는 골짜기를 향해 뒹굴었다.
작은 돌멩이가 굴러가는 것 같았다.
"참나무에 사슴벌레가 있을 거야!
그 녀석!
이제 어른이 되었겠다."
달팽이는 숲에서 가장 큰 참나무를 향해 열심히 달렸다.
"이봐!
그게 달리는 거야.
느림보 거북이보다 더 느리잖아!"
하고 풀잎에 앉아 놀던 무당벌레가 달팽이를 보고 말했다.
"달리는 거야!
느림보 거북이보다 느리면 어때.
난
느리지만 목적지에는 언제나 도착하니까 걱정 마!"
하고 말한 달팽이는 열심히 달렸다.
"달팽아!
어디 가는 거야?"
나뭇가지에 거미줄을 치고 놀던 커다란 거미가 물었다.
"저기!
참나무까지 갈 거야."
하고 달팽이가 말하자
"또
사슴벌레 만나러 가는구나.
그 녀석!
어젯밤에 부엉이 밥이 될 뻔했어."
하고 거미가 달팽이를 따라오며 말했다.
"소나무에 사는 부엉이!
그 녀석은 멀리 가서 먹이를 찾지 사슴벌레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나쁜 녀석이야."
달팽이는 부엉이가 싫었다.
참나무에 사는 사슴벌레를 모두 잡아먹기 때문이었다.
이제 한 마리 남은 사슴벌레를 또 잡아먹으려고 했다니 속상했다.
"걱정 마!
부엉이가 날아오면 내가 소리쳐서 숨게 해 줄 테니."
거미는 부엉이가 숲에 날아오면 소리쳤다.
사슴벌레도 거미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참나무 가지 사이에 난 구멍으로 숨었다.
"달팽아!
참나무 올라갈 때 거미줄 조심해."
하고 거미가 말하자
"뭐라고!
참나무에는 거미줄 치지 말라고 했잖아."
하고 달팽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
참나무 가지에 거미줄을 쳐야 부엉이를 잡을 수 있어서 그런 거야.
미안해!"
하고 거미가 말하자
"부엉이를 잡는다고!
거미줄에 부엉이가 걸릴까!
그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하고 달팽이가 말하자
"무슨 소리야!
작년에 까마귀도 거미줄에 걸려 죽은 것 봤잖아."
하고 거미가 작년에 잡은 까마귀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부엉이는 까마귀보다 더 크잖아.
어떻게
거미줄로 잡을 수 있어."
달팽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믿었다.
"걱정 마!
거미줄을 탱탱하게 쳤으니까
도망치지 못할 거야."
하고 거미는 부엉이를 잡은 듯 말했다.
"만약!
부엉이가 거미줄에서 탈출하면 숲에 사는 곤충들은 다 죽일 거야.
조심해!"
하고 달팽이가 말하며 참나무 밑으로 기어갔다.
"알았어!
부엉이가 거미줄에 잡히면 파티하자."
하고 거미가 말하자
"너나 잡아먹히지 마!
부엉이가 널 노리고 있는 건 알아?"
하고 달팽이가 물었다.
"히히히!
날 잡으려고 눈을 크게 뜨고 돌아다니는 걸 알지.
그래도
난 나뭇잎 뒤에 숨어서 잘 지내니까 걱정 마."
하고 말한 거미는 달팽이와 헤어진 뒤 거미줄을 타고 작은 참나무 밑으로 내려갔다.
고요한 숲에 바람이 불었다.
달팽이는 참나무를 오르고 있었다.
참나무 가지 밑에서 놀던 사슴벌레는 달팽이가 올라오는 걸 봤다.
"조심해!
미끄러지면 죽는다고."
사슴벌레가 외쳤다.
며칠 만에 만나는 달팽이가 참나무에서 떨어지면 큰 일이었다.
"걱정 마!
난 그리도 나무는 잘 올라가니까."
달팽이는 느리지만 천천히 참나무를 올랐다.
사슴벌레는 참나무 가지 밑에 난 작은 구멍에 이슬을 모았다.
달팽이가 오면 이슬을 먹을 수 있도록 아침마다 모았다.
숲 속에 숨은 옹달샘 같았다.
"수고했어!
저기 이슬 모아 놨어.
가서 먹어!"
하고 사슴벌레가 이슬을 모아둔 구멍을 가리키며 말했다.
"고마워!
참나무에 오른 달팽이는 사슴벌레가 모아둔 이슬 두 방울을 마셨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참나무 가지가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사라랏! 사랏!'
밤이 되자 보름달이 떴다.
사슴벌레와 달팽이는 오랜만에 만나 긴 이야기를 했다.
참나무 밑에서 무당벌레도 거미도 들을 수 있었다.
밤하늘 달과 별도
달팽이와 사슴벌레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느림과 빠름!
무엇이 중요하다니.
바보 같은 녀석이잖아!
느리면 느리게 살면 되고
빠르면 빠르게 살면 그만이지!
호호호!
웃기는 녀석들."
어둠 속 달과 별은 달팽이와 사슴벌레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