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 지 꼭 3달째가 된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대표에게 일을 더 많이 시켜달라 조르기도(?) 했었고, 이직 생각도 했었고(물론 이건 지금도 짬날 때마다 한다.), 치명적이지 않은 실수를 되돌릴 방법을 궁리하기도 했었고,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결론은 나는 나 스스로를 어디 가서 3달차 사원이라 말하기 부끄럽지 않은 정도라 자평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엔 좋은 동료들의 지지가 함께했다.
그래서 오늘은 부정적인 글만 가득한 내 브런치를 정화도 할 겸, 그간 느낀 우리 회사의 좋은 점을 풀어내보고자 한다.
(1) 근태 관리가 빡빡하지 않다.
대부분의 IT 회사가 지닌 장점에 비개발자인 내가 얹혀가고 있다. 본인 할 일만 잘하고 연락만 잘 되면 잠깐 낮잠을 자도, 산책을 하러가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연차나 반차를 쓰지 않고 은행 업무를 보거나 병원에 갈 수 있다는 건 근태 관리를 직원의 자율에 맡기는 회사를 다녀본 사람만 공감할 수 있는 장점이다.
(2) 상호 존중하며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직원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를 'ㅇㅇ님'이라 호칭하고 존댓말을 쓴다. 대표도 마찬가지고, 50대의 고참 개발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업무에 있어서 권력 관계가 전무한 것은 아니나(이게 없는 스타트업은 회사가 아니라 동아리라고 본다.) 상대방이 나를 존중해준다는 확신이 있기에 반대되는 의견도 부담없이 말할 수 있다. 성격이 괴팍한 상사가 나에게 뭐라고 했든 '싹싹 빌지 않은' 내가 잘못된 것이라 같은 팀원에게 혼이 나던 1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꿈을 꾸는 기분 같달까.
(3) 지적으로 끊임없이 자극받는다.
나는 솔직히 이곳에서 학벌로든 스펙으로든 다른 직원들에 비해 너무나도 꿀린다! 이건 2번과도 연결되는 장점인데, 만약 내가 본인들에 비해 부족하다고 얕보고 무시하는 직원들이 있는 회사에 다녔다면 나는 3번을 장점으로 제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내가 무엇이든 질문하는 걸 환영하고 내가 지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아낌없이 응원하고 도와준다.
(4)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도 '손해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장점은 3번에 뒤따른다. 똑똑한 사람들을 따라잡고 싶어 나도 업무시간 내내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일을 해도 공무원일 때와는 다르게 이게 나의 약점이 될 거란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무언가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 참 감사하고 좋다.
내가 철이 없어 공무원을 그만두는 거라고 믿고 싶었던 나의 이전 동료들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위에서 언급한 장점들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좋을 뿐이고 어쩌면 내가 영영 알지 못했을 다른 세상을 접하게 된 점이 행운이라 느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공무원이 좋은 직장이라 생각한다. '젊은 나'에게 맞지 않았을 뿐이지. 그래서 40대가 넘어가면 공무원 시험에 다시 응시할 생각도 있다.
그러니 만약 다시 공무원이 된다 해도 '내가 몰랐던 세계'를 한번도 직접 겪어보지 못했단 데에서 오는 미련은 없을 것이고 내 잠재력의 50분의 1도 펼치지 못한 데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을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이에 만족할 뿐이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