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시인 '꽃' -
단짝 그녀와 난
어린시절 손등에 코 훔치며
고무줄, 콩돌 줍기를 잘하던 섬머시매였다
글쓰기를 좋아한 것도
국어 선생님을 좋아 한것도
함박 웃는 모습이 같은 우리에게
옆집 아저씨였을 김춘수님이 선물하고 떠난
그 시의 주인공이 되어 보리라
꽃을 그리고 글 한가득 그 꽃밭에
단짝 그녀를 냅다 밀어 보리라
2023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특선 채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2023 통영시 주민자치 전시 '채원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