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에 혹이 붙어 돌아왔다
한바탕 보험 증권 분실 사고(앞편 참고)가 있은 후 남편이 귀가했다. 자초지종을 듣더니 "이상한 여자"라며 불쾌함을 표현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내용물을 뜯고, 서류 봉투를 보고, 분명히 적힌 이름 석자를 보고서도 이상하다 생각지 않았다면 그건 그냥 의도한 행동일 것이다. 우리가 감정이 끓어오른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불순한 의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지..라고 하기에 우편물의 종류가 "서류"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확인하지 않기 힘든 것. 당연히 확인하고서 그런 처분을 했으리란 생각에 감정이 올라온 것이다.
남편이 아래층에 사람 소리가 난다며 얼른 가보란다. 또다시 내려가보니 사장님은 안 계시고 관리받으시는 손님들만 계신다.
"사장님 안 계신가요?"
"네~"
"언제쯤 돌아오실까요?"
"거기 앞에 명함 있는데, 전화해보세요~"
아~그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저.. 2층인데요.."
"네.."
목소리가 과히 편안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평소 용건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으니 이상할 법도 하겠지.
"저희 택배가 잘못 배달된 거 같아서요. 보험 증권하고 프라이팬이 같이 배달된 택배 받으셨죠."
"아, 그거 저희 게 아니었어요? 아이고 죄송해요~ 저희 건 줄 알았어요~~~"
"아, 네.. 그러셨겠지요.."
난처해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부풀었던 감정이 가라앉았다. 그렇지.. 알고서 일부러 남의 물건을 뜯을 리가 없지. 좀 전까지 이상한 사람이었던 아래층 사장님은 금세 정신없이 바빠 실수한 여자로 바뀌었다.
"거기 종이 쓰레기 모아둔 곳에서 저희 보험 증권은 찾아왔는데요. 프라이팬을 돌려받고 싶어서요."
"아, 네..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아, 네.. 알겠습니다~~"
금방 세상이 불신의 도가니에서 가벼운 실수가 있을 수 있는 유쾌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어찌 내용물에 적힌 이름도 확인하지 않을 수 있지?
더구나 자신의 것으로 생각했다 해도 보험증권을 버리나?
아마 서류 봉투 속 내용물은 확인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해 버려야겠다. 때가 때인 만큼 어딘가에서 명절 선물로 프라이팬을 보냈나 보라고 생각했겠지? 그럼 보낸 사람도 확인하지 않았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아무리 설명해보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일어나는 법이다. 그러니 실수니 착각이니 오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게 아닐까.
며칠 전 기차표에서 도착 시간을 출발 시간으로 착각해서 기차를 놓쳤던 내 경험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가 얽힌 결과이다.
다만 우리는 이럴 때 심각해지지 않기로 하자. 살아가는 사이사이 숨을 고르는 시간이라 여겨 주자.
저녁 먹은 후 출입문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아래층 사장님이 프라이팬과 함께 미안해하며 물티슈와 행주를 들고 오셨다. 얼마 전 친구에게 보험 가입을 했고, 우연찮게 친구이름이 우리 설계사님 이름과 같아서 착각하셨다는 거다!
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재미난 해프닝으로 끝이 났고, 앞으로 마주치면 조금은 더 가까워진 느낌으로 대할 수 있을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