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대꽃은 태양을 향한 기도이다.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나는 어린 농군이 되어 일을 시작했다. 당시 여성의 품삯을 받으며 일을 시작했는데 처음 날품으로 일을 시작한 게 옥수수밭에 김매기였다. 심은 옥수수 싹이 튼 것과 동시에 잡풀들이 밭 전체를 뒤덮고 자라나기 때문에 반듯이 호미의 김매기로 잡풀을 다 뽑아줘야 옥수수가 치이지 않고 잘 자란다. 옥수수가 다 자라서 여물 때까지 김매기를 두 번을 해야 하고 깔끔한 농부는 세 번을 한다.
그때 잡풀 중에 망초대, 닭기장다리, 쇠뜨기, 바랭이 등이 가장 많았다. 특히 망초꽃은 들이나 밭뚝에 자라나 지금같이 계란모양의 꽃이 피더라도 그때는 꽃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늘 농작물을 방해하는 잡풀로 제거 대상이었다. 농작물에 피해만 주는 대상의 잡초에 불과해서 밭이 아닌 밭뚝에서 자라는 것도 자주 소꼴로 자주 베었고 밭에 자라는 것은 보는 즉시 뽑아낼 대상이었다. 특히 나는 그 김매기가 힘에 겨운 상태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 유독 베어야 할 망초대, 뽑아야 할 망초대가 싫고 또 싫었다. 밭과 밭뚝에 자라는 풀들은 다 제거 대상 목록에 들어가 있었다. 봄과 여름 내내 풀과의 전쟁을 했는데 망초대는 뽑아내도 또 나오고 또 나와서 완전 꼴 보기 싫은 대상에 최우선이었다. 특히 가장 뜨거운 뙤약볕에도 망초대는 고개를 태양을 향해 자라기에 김매기도 뙤약볕 아래에서 쉼 없이 해야 했다. 그렇게 망초대와 원수로 청소년기를 다 보냈다. 꽃으로 보아줄 정서적인 토대가 마련되지 않았다. 그냥 영원히 제거 대상일 뿐이었다. 어쩌다 밭 지근거리에 있는 망초대도 제거 대상이었다. 꽃이 피고 나면 꽃씨가 밭으로 날라 들어와 다음 해에 많은 풀로 자라기 때문이었다.
그런 망초대 꽃이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아름다운 꽃으로 눈에 들어온다. 뒤늦은 아름다움의 발견이다. 망초꽃, 풍년꽃, 계란꽃 어느 것을 갖다가 붙여도 손색이 없고 한송이를 가만히 들여다 보아도, 또 몇 송이 망초꽃을 들여다 보아도 충분히 예쁘고 아름답다. 어린 날에 그 원수의 잡풀이 아니다. 하얀 얼굴에 노란 미소를 짓는 아름다운 꽃이다. 특히 초여름부터 도로가나 하천변, 묵정밭, 등등 전국의 어디를 가도 밤하늘의 별밭보다 촘촘하게 하얀색으로 피어서 은은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자세히 볼 수록 아름다운 꽃이 바로 망초꽃이다. 저 꽃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불과 몇 년이다. 나는 마치 새로운 종목의 꽃을 발견한 것처럼 속으로 놀라고 있는 것이다. 그 미적인 요소들이 화려하거나 뽐내는 것이 없는데도 볼수록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망초대는 유월에 꽃이다. 그 어떤 꽃보다 우선한다. 질긴 여름 내내 전국을 조용하지만 하늘을 향해, 더 정확하게 말하면 떼 지어 핀 꽃들이 태양을 향해서 핀다. 꽃 중에 가장 태양을 사모해서 피는 꽃이고 또 태양을 가장 닮았다. 그래서 나는 태양꽃이라고 부른다. 가장 마음에 흡족한 이름이다.
저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온몸의 기운들을 하늘로, 하늘로 열어놓고 자라나는 것이다. 꽃송이들이 모두 태양을 향해서 합장의 기도를 하고 있는 광경이다. 따라서 망초꽃은 유월에 숭고한 기도꽃이고 태양꽃이다.
올해 무심천을 걸으며 식물 중에 가장 감동을 준 꽃이라 이 추운 때에 마음에 꽂고 바라보고 싶은 꽃이 바로 망초꽃 태양꽃이라 저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깊이 꽂아드리고 싶어 다시 게재합니다.
마음속에 꽃을 모둠으로 드리니 행복하시길요. 아울러 건강도요. 내일은 전주와 서천을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