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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이 Feb 01. 2024

통제되지 않는 교실 앞에 서는 꿈

통제되지 않는 교실 앞에 서는 꿈을 습관처럼 꾼다.


나는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은 나를 비웃고 멋대로 엇나가는 꿈이다.  


지난 9년, 나는 참을성이 강해서 모멸감을 느껴도 손을 부들부들 떨 뿐 죄가 될 언행을 한 적은 없다. (물론 누군가의 주머니에 녹음기가 있었고, 내 모든 말을 어느 부모가 들었다면 이견을 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나랑 키가 비슷한 6학년 짜리 남자애가 내 어깨에 손을 감으며 "선생님, 혼자 살아요?" 하며 소름 돋게 이기죽거릴 때마저도, 내가 너무 위엄이 없나 보다며 나는 나를 자책했다. 그렇게 속이 썩어가는 동안 악몽을 꾸는 빈도도 잦아졌다.  


어젯밤에 또 비슷한 꿈을 꿨다. 


어른의 모습을 한 학생이었다. 그 애는 내게 반항을 하다가 머리를 들이밀며 자꾸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그 애가 다가오지 못하게 그 애 목 아래쪽에 손바닥을 갖다 대고 쭉 뻗었다. 

곧장 아차 싶었다. 

어, 이거 학생 멱살 잡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는데. 

"알겠으니까 다가오지 말라고."

그 애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다른 아이들에게 내 행동의 의도를 알리기 위해 나는 겨우 입을 열었는데, 

그 애는 씨익 웃으면서 천천히 내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양손으로 내 셔츠를 뜯었다. 단추 세 개가 뜯어져 나갔다.

나는 그래도 화를 내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지도, 혼을 내지도 않고 그냥 오래오래 그대로 서 있었다.

그게 끝이었다.  


그냥 가끔 꾸던 악몽이었다.

모든 불운과 걱정이 응축되어 가장 취약한 시간에 나타난 것뿐이었다.

웬만큼 운이 나쁘지 않고서야 그런 일을 실제로 겪기는 힘들 거라는 걸 나는 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멍하니 그 꿈을 곱씹었다.  

꿈에서 그 애가 내게 한 짓은 상관없었다.

내가 곱씹은 건 나였다.  


몇 년 전 꿈에선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소리라도 바락바락 질렀는데, 

이젠 꿈에서조차 내 행동을 변명하고 무기력하게 서있었다. 


날 보호해 줄 장치가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은

내 무의식이 너무 참혹했다.    






젊고 능력 있는 교사들은 교단을 떠나고, 

어설픈 경력과 능력을 가진 나는 자꾸 수능문제를 펼쳤다 덮었다 반복한다. 

떠날 재주도, 버틸 용기도 없다.   


이 날이 지나면 또, 남을 동료들은 몇이나 될까.

그들은 남고 싶어서 남아 있는 걸까.

모든 말과 신념을 도둑맞으며 우리는 얼마나 버틸까.  


사명감을 강요당하는 게 버겁다고 말해왔는데 이젠 법정에 설 용기도 가져야 한다.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난 어떤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걸 하지 마라, 저걸 하지 마라.

모든 교육은 아이의 본능과 자유를 거스를 텐데.   


"그런 행동은 나쁜 행동이니 하지 마세요."라고 친절하게 얘기했음에도 아이가 그걸 듣지 않는다면

난 이제 그 애를 내버려 두어야 할 것이다. 

그 애가 친구들에게 어떤 패악질을 해도, 내 안위가 우선인 나는 그 애가 내 자식이 아님에 안도하며 인자하게 웃을 것이다.  


나는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교사는 그냥 부모가 자기 자식을 감당하기 힘들 때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시간이나 때워주는 존재라고 미리 말해주지. 말이나 해주지.  


그동안 난 왜 글을 썼을까. 쉽지 않은 기억들을 글로 쓰면서 나는 분명 얼마간의 해방감을 느꼈지만, 그건 또한 고통스러운 복기이기도 했다. 그래도 쓰다 보면 뭔가 나아질 줄 알았다. 교사가 아닌 사람들이 교직을 이해하고 학부모들이 교사의 처지를 알게 되고, 나처럼 무능력한 선생도 이 정도의 사명감은 가지고, 그래도, 그럼에도 열심을 다하며 산다고 알리고 싶었다.   

정말 맡은 바 임무만 하는 건 싫어서, 그러려고 선생이 된 건 아니라서

혼도 내고, 잔소리도 하고, 속도 썩어가면서 사는 게 그래도 선생된 재미라고 생각했다.


결국 모든 게 이런 식으로 파괴될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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