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추구곡 ~ 연인산
온통 알 수 없는것 투성이인게 삶이고 인생인듯 싶다.
이른새벽 얼떨결에 겨우 눈을 뜬다.
그리고
미간을 마음껏 찌푸린채 뭉기적거리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마침내 몸을 일으켜 세운다.
이유는 떠남.
한번도 가보지못한 미지의 길을 가보기 위해서.
어느새
내 삶에서 떠남이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지 오래.
아지트 근처 편의점에서 쓰디쓴 커피한잔과 막걸리 한병을 구입한다.
그리고
애마를 어딘가를 향해 몰아간다.
동녘에서 일출의 기운이 핏빛으로 점점 변하기 시작하는 새벽녁 고속도로.
이내 차창밖 일출 풍경에 취하고 쓰디쓴 커피에도 심취한다.
몽환적이다.
그 모습 신비 가득해 마음속에 깊숙이 담아보고 싶었건만
구멍뚫린 고무주부에서 바람 빠져나가듯
한순간의 신기루처럼 금새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상황.
순간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이내 찬 기운들에 의해 점령당해버린 차안 풍경.
정신이 번뜩인다.
불현듯
자아에게 되묻는다.
난 왜 떠나는것에 그리도 목을 메는 것인지.
차창밖에서 들어온 차가운 공기가 대신 대답해준다.
여행이란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새로운걸 보고 또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또 무미건조해진 삶에 무한도전과 열정을 자극하는 일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어쩜 이리도 작금의 내 맘을 그리도 잘 대변해 주는걸까.
때론 무심히 걷고 또
어떤때는 그냥 멍때리며
종종은 나무와 숲의 얘길 들으며 그냥 무심히 걷는거라고.
또 묵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것을 채우는 비움과 채움의 연속이라고.
쓸모없는 짓중에 최고는 지금처럼 아마 무심히 떠나는 일일것이다.
아무생각없이.
무엇보다 흥미진진하고 말랑말랑하고 닿을듯 말듯 궁금증을 유발하고
시간까지도 잘가게 해주고.
또 다녀오면 잠도 잘오고 돈안되는 일한다고 시비거는 사람도 없고.
아마 일석 십조정도는 거뜬할 듯.
조금은 이른 아침 무렵.
가평땅 이름만 대면 누구든 쉽게 알수있는 어느 한적한 계곡에 겨우 당도한다.
난, 왜 이 자리에 와 있는것인지
왜 자꾸 걷는것인지
왜 떠나려하는것인지
낙엽은 왜 이 시기만되면 자꾸 떨어지는것인지
바람은 왜 낙엽을 흐트려뜨리는 것인지
시간은 왜 흐르는 것인지
세월은 왜 흘러 사람의 머리를 희게 만드는 것인지
이곳도 그야말로
온통 알 수 없는것 투성이다.
주차장에 애마를 구겨넣고 이내 떠날준비에 몰입한다.
지금부터는 집중이다.
쓸데없는 짓도 하려면 정신바짝 차려야 한다
인적은 드물고 가을도 제법 짙어졌다.
마치 두터움이 뭔지 시연회라도 하듯
계곡물소리 제법 힘차다.
시간은 쉬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흐르는것인지 계곡물이 흐르는것인지.
그것조차도 아리송.
길은 곧고 판판하게 펼쳐졌다.
길은 같다가도 저마다 조금씩 다른듯.
구부러진 길, 반듯한길, 짐승의 길, 사람의 길,
물과 바람의 길, 구름의 길
그리고
내가 가는 길까지
내가 흐르니 바람도 흐르고
계곡물까지도 따라서 어디론가 흘러간다.
난
오늘도 그 길위에 서있다.
출발선상에 서있는 난 이 쓸쓸한 가을을 보며
괜한 시비와 푸념을 늘어 놓는다.
그리고 깊은 상념에도 잠겨본다.
갑자기 음유시인이라도 되어보고 싶은걸까.
또 궁금해졌다.
오늘 가는 이 길끝엔 뭐가 있을까.
그래서
더욱 걷고 싶어졌고 그 궁금증에 이끌려 이곳까지 와있는 나.
걷는 이유.
까닭을 댈라치면 아마 만가지도 넘을것 같다.
끝이없는 길은 있을까.
길은 왜 자꾸 나그네 마음을 유혹하려 드는걸까.
아마도
이곳을 걷고 있는 자체가 그 이유가 아닐까.
이런 풍경앞에만 설라치면 이내 깊은 중독성에 감염되고 만다.
어찌 떠나지 않고 버틸 수 있으리.
보고싶고 저곳에 서고 싶고 만지고 싶고 느끼고 싶다.
그건 풍경만 보는게 아닌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일.
걷는다.
외친다.
그러다가
잡힐듯 말듯한 주변공기를 한웅큼 쥐어보기도 하며.
될수있으면 번뇌, 잡념은 떨쳐버리려 노력한다.
낙엽들 수북이 쌓여있는 고풍스런 길
겨울나무, 겨울낙엽
이런 키워드들을 꺼내든다.
여름 그 찬란하고 아름답던 시절의 이야기들이 단풍잎들속에 알알이 박혀있다 해도
겨울나무가 다시금 낙엽을 줍지 않듯이
계곡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걸 되돌릴 수 없듯이
흘러가버린 시간을 되돌릴수도 없다는걸 안다.
이윽고
모든 자신들은 티끌같은 작은 존재라는 걸 인식하는 일이라는 것도.
이렇게 매사에 감사한다.
그져 살아있음이 신기할 따름.
온종일 걷고 또 걸었다
새벽 별보고 출발했었는데 어스름이 조금 짙어져간다.
오늘 걸었던 25킬로미터의 족적.
그 의미를 따져보려 굳이 계산기까지 두드려본다.
어떤 의미인건지 알아보고 싶었지만 메아리조차 없다.
하산하다 길을 잘못들었다.
잣나무 숲이 나름 분주했다.
일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잣을 수확하고 있는 중.
순간 긴장했다.
혹여 시비라도 걸면 어떻하지.
또 괜한 걱정이었다.
다람쥐 한마리 유유히 잣송이 하나들고 어디론가 향하는 중.
잠시 머무거리다 사라졌다.
이렇게 결국 이길의 끝은 원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길은 있다가도 사라졌다기도 다시금 나타나기도 했다.
돌고돌아 그곳으로 수렴.
구심력이 작용한 걸까
참으로 다행이다.
오늘하루를 무사히 마쳐줘서.
집나간 길이 다시금 되돌아와 줘서.
그져
온통 감사할일 투성이였다.
아지트를 향해서 애마를 몰아가는 플랫폼의 마음이 너무나도 애잔해지고
또 차분하고 새털처럼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