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곡을 직접 연주하는 낭만에 대하여
새로운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몰랐던 언어를 습득하는 것과 같다.
지난 3년 동안 드럼이라는 언어의 옹알이를 내뱉은 감정을 되짚어본다.
연주가 아닌 하나의 춤
손과 발이 따로 놀고, 내 몸이 내 몸처럼 느껴지지 않는 요상한 시절을 지나면 어느 순간 내 팔과 스틱이 하나 됨을 느끼는 때가 온다. 그 순간, 나는 드럼 연주가 아닌 하나의 춤을 추고 있다고 느낀다. '세상 몸치인 내가 춤이라니' 아이러니 하지만 리듬이 몸짓이 되고, 몸짓이 다시 리듬이 될 때의 느낌은 드럼을 쳐본 사람만 이해할 것이다. 드럼은 여느 악기들과 비교해도, 누구보다 역동적이고, 육체적이며, 원초적이다. 나의 바운스가 그대로 진동이 되고, 소리가 되고, 박자가 되니 말이다.
4분의 몰입, 순간을 사는 방법
기본 리듬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정확한 박자로 치고 있는지, 곡의 분위기와는 잘 맞는지 전체적인 무드를 살피게 된다. 박자가 노래와 하나 된다고 느낄 때, 고개는 저절로 흔들리고 온전히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1초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소리는 이미 사라지고 마니까. 드럼은 나를 현재에 살게 하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신기하게도, 평소 내가 숨쉬듯이 하는 의식적인 '생각'을 하는 순간 연주는 버벅대고 박자는 때를 놓친다.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연주하는 이 순간, '그' 음표에만 집중하게 된다. 나는 드럼의 이 지점이 가장 짜릿하다. 평생 머리 속에 매달려있는 생각을 버리게 하는 드럼의 모먼트가.
디테일의 영역
배운지 얼마 안 됐을때에는, 드럼에 대해 팔과 어깨를 많이 쓰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오히려 드럼은 디테일의 영역에 더 가까웠다. 평소엔 잘 쓰지 않는 왼손의 약지도, 드럼에서는 매우 중요한 축이다. 마냥 쿵빡쿵빡 세게 친다고 노래에 흥이 더해지지는 않는다. 강약강약 악센트를 잘 조절하고, 힘을 뺄 때는 빼고 줄때는 확실히 임팩트를 주는 것이 드럼 연주의 묘미이다.
좋아하는 노래가 더 좋아지는 마법
좋아하는 노래를 방음된 연습실에서 마구 크게 틀고, 그 위에 밴드 멤버가 된 것처럼 나의 리듬을 얹혀보는 것. 나 혼자만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어떤 곡을 한 번 연습하고 나면, 그 곡은 다음부터 다르게 들릴 수 밖에 없다. 뒤에서 든든히 울리는 킥 소리, 찰랑이는 심벌소리, 맑고 경쾌한 라이드 소리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것도, 프로가 아닌 취미이기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이랄까.
일상의 bpm을 높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 재미있게 연주했던 곡들 추천
https://youtu.be/8DyziWtkfBw?si=NfB682jQTkLieZ34
https://youtu.be/1w7OgIMMRc4?si=YA2eWiNDH3TpLGam
https://youtu.be/3dm_5qWWDV8?si=EccWajmFpN6mJy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