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의도한대로 흘러가지 않을때
세상은 내가 의도한대로 절대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 반전을 의도한 듯이 운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행사한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수능, 자퇴, 그리고 삼반수. 졸업과 동시에 찾아온 코로나. 취업 준비. 무계획 퇴사. 뜻밖의 계약직. 정규직 전환. 또 한번의 이직. 그리고 최근의 권고사직 까지. 인생은 나에게 예상한 것을 주지 않으니, 늘 반전 드라마와 같았다. 돌이켜보면 억지로 애쓰고 손에 움켜쥐려 할수록 놓치는 것들 투성이었다.
이렇게 노력 무용론자가 되어가고, 운명에 기대는 사람이 되어가는 건가? 싶은 한편, 인생의 반전이 찾아올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반전에는 시련이 따르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성장이 반드시 있다는 것. 노력을 믿는 쪽이든, 운명을 믿는 쪽이든 인간이라면 공평하게 적용되는 전우주적 원리 같은 것. '이번엔 이런 퀘스트를 깨보지 않을래?' 이런 우주의 속삼임 말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의 모든 시기에는 나를 맞이하는 퀘스트들이 있었다. 그때는 내 전부였던 것들, 하지만 지금와서는 레벨0의 달팽이 몬스터 같은 것들. 지금의 경험치로 예전의 시련들을 마주한다면, 초보자 마을로 돌아간 전직 용사 같은 기분일 것이다. 요즘의 나는 어떤가? 자르기 편하다는 이유로 명분 없이 권고사직을 권하는 윗사람, 언제든 나를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팀원과 책임자들, 처럼, 던전 속에 나를 해치려는 온갖 몬스터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 던전 속에서 피가 닳기도 하고, 레벨업도 해가면서 최종 보스를 찾아 헤맸다.
내가 이번 단계에서 찾아야 할 보스를 찾는데 오래 걸린 이유는, 다름 아닌 내 자신이 그 목적지였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휘둘리며 잃어버린 스스로에 대한 중심, 나 스스로에 대한 존중, 뭐든 새롭게 시작 할 수 있다는 믿음. 내 자신을 깨고 부셔야만 보스를 죽일 수 있다. 그래야만 다음 퀘스트를 맞이하고 인생이 또 한번 선사할 반전을 맞이할 수 있다. 라고 요즘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