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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전 May 24. 2021

인생이라는 퍼즐, 하루라는 퍼즐 한 조각

인생은,
완성되면 어떤 그림일지 모르는 퍼즐을 매일 맞추는 작업이다.


 우리에게는 매일매일, 인생이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 주어진다. 하루 한 조각,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할당량을 지루하게 채워가는 것이 어쩌면 인생이다. 퍼즐을 완성해가는 작업이 그렇듯이, 안타깝게도 인생의 모든 사건은 '한 번에' 일어나 주지 않는다. 그 말은 반대로 하면, 매일이 달라지는 것 없이 보여도 우리는 언젠가 사건의 실마리가 될 퍼즐 조각 하나씩을 매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뜻이 된다. 다만, 실제 퍼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생은 적어도 몇 백개의 조각을 맞추었을 때가 되서야 우리가 그려낸 형상이 무엇인지를 대강 알게 된다는 것이다.


 앞날이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생이라는 퍼즐은, 전체의 밑그림을 미리 알 수 있는 법이 없다. 당연히 단서 없는 퍼즐을 조각만 가지고 맞추려니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최 오늘의 퍼즐 조각이 어떤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것인지, 다른 조각들을 힌트 삼아 맞춰가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만 밑그림을 계획하려 한다. 상상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여기에 조각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괴로워한다. 그러나 완성된 퍼즐의 그림을 계획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는 사실 퍼즐의 한 조각도, 하루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이니까.


어떤 퍼즐 조각은,
뒤늦게  자리를 찾기도 한다.

 쓸모없어 보이는 나날들이 있다.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이 있다. 그 조각들은 당장은 그림이 되지 못하고, 구석에 한 무더기로 쌓여있다. 마치 후회만 남은 하루하루가 남긴 뼈 무덤 같기도 하다. 조각 앞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긴 하지만, 회색의 비어 있는 뒷면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언젠가 반드시 자기 자리를 찾게 되어있다. 지금은 모를지라도, 훗날에서야 주변 조각으로 유추해 맞출 수 있는 조각이 있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지나고서야 깨닫게 되는 하루하루가 있을 것이다. 퍼즐의 제자리는 아직 발견되지 못한 것일 뿐, 어딘가 여백으로 남겨져 있을 것이다.


그림이 근사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되려면


 어차피 퍼즐의 그림을 정할 수 없다면, 하루하루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늘 하루의 퍼즐 한 조각을 충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충실히 산다는 건, 상투적인 의미의 성실히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충실함을 의미한다. 그러려면, 남이 내 인생에 필요하다고 말하는 퍼즐 조각을 꾸역꾸역 욱여넣지는 말아야 한다. 내 마음이 만들고 싶은 조각을 조각하자. 뒤돌아 봤을 때, 근사하지는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조각들로 이루어진 인생을 만들자. 투박하지만 멋진 모자이크 작품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

왜 자꾸만 인생에 대해 글을 쓰게 되는지 모르겠다.

떠오르는 생각은 많지만, 글로 남기고 싶은 생각은 결국 인생에 대한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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