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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성 Feb 09. 2016

#35. 숨 막힌 채 살지마

[임신을 위한 힐링]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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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 그렇다면, 숨을 잘 쉬어야 하지 않겠니?

선영 :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데요? 생각하면서 숨쉬어 본 적 없는데요?


삼촌 : 하하, 맞는 말이다. 숨쉬기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저절로 되지.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숨을 잘 못 쉬기도 한단다. 잘 못 쉬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특히 여자들이 더 그렇지.


선영 : 여자들이 더 그렇다고요? 여자들이 왜요?

삼촌 : 좀 우습기도 한데, 여자들이 배를 집어넣고 다니기 때문이야. 하긴 요즘엔 남자들도 자기 배 나온 것 감추려고 그러기는 한다마는, 여자들이 더 그러는 경향이 많지.


삼촌이 내 배를 보며 말했다. 나는 배 위에 살짝 손을 얹으면서 삼촌에게 물었다.


선영 : 배를 넣고 다니는 것이 호흡과 상관이 있나요?

삼촌 : 자, 지금 해봐. 배 늘어지지 않게 힘 빡 주고 숨 한 번 마셔봐.

어때? 가슴이 부풀어 오르지? 그걸 흉식호흡이라고 한다.


그랬다. 배에 힘을 주고 숨을 쉬었더니 가슴이 부풀어오르고, 어깨가 움직였다.


선영 : 그러네요, 이렇게 되는 걸 흉식호흡이라고 하는군요. 근데 이게 뭐 잘못된 건가요?

삼촌 : 물론 흉식호흡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야. 다만 불충분하다는 거야. 흉식호흡만 하면 숨을 충분히 많이 들이마시는 것이 불리해. 숨을 들이마실 때 폐가 가로와 세로 모든 방향으로 확장이 되어야 하는데, 배에 힘주고 배를 집어넣으면 폐가 아래 방향으로 잘 확장되지 못해.

그래서 결국 몸 안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쉽게 지치고, 쉽게 짜증날 수 있어.

근데 그것이 사실은 배 집어넣고 다니는 습관 때문에 생기는 것인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하지.


선영 : 오, 그래요? 그럼 이제부터는 배를 내밀고 다녀야 되나요?

삼촌 : 하하, 배를 일부러 내밀라는 말은 아냐. 다만 배에 힘주고 집어넣고 다니느라 숨 쉬는 것이 방해되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음,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숨 쉬어 왔는데, 숨쉬는 법도 생각해야 하네.



삼촌 : 동양의 건강법은 예전부터 호흡을 상당히 중시해왔어. 기공, 명상, 선, 단전호흡, 요가, 각종 무술… 이런 데서 호흡법을 빼면 앙꼬 없는 찐빵이지. 여기서 호흡법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숨을 고르게, 그리고 깊이 쉬라는 것이야. 그래야 몸 안에 생기가 돈단다.


선영 : 음식을 규칙적으로 골고루 먹어야 하는 것처럼, 숨도 고르게 쉬어야 하는군요.

삼촌 : 그렇지. 바로 그거야. 음식은 눈에 훤히 보이잖아. 그래서 자신이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 잘 먹고 있는지 못 먹고 있는지도 알 수 있지.

그러나 숨 쉬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자신이 숨을 어떻게 쉬고 사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의식을 하지 못하고 살아.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숨 쉬는 것이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단다.


선영 : 하긴 그러네요. 저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삼촌 : 사람이 화가 나면 어떻게 되니? 씩씩거리지? 숨이 위로 차오르고, 숨이 가빠지고, 어깨가 들썩거리면서 숨을 푸푸 내뱉게 돼. 자꾸 씩씩거리면 상기(上氣)가 되어 열이 위로 올라가고. 피가 끓는다는 말이 있잖니. 눈으로 피가 몰리면 눈이 뻘개지고, 귀로 피가 몰리면 귀에서 소리 나고, 어지러워지고, 머리로 피가 몰리면 두통이 생기고 띵해지지. 흥분해서 씩씩거리다보면 호흡 가빠지면서 눈 앞이 캄캄해지고 쓰러지기까지 한단다. 히스테리 발작이라고 하는 게 그거야.

슬픔에 잠겨 우울해져도 숨이 얕아져. 그러니 자꾸 한숨을 쉬게 되지. 숨을 깊이 못 쉬니까 몸이 강제적으로 한숨을 만들어내는 거야. 자꾸 이러면 기운이 점점 없어진단다.

불안하고 초조할 때는 숨이 어떻게 되든?


선영 : 음, 그럴 때도 숨을 제대로 못 쉬죠.

삼촌 : 그렇지, 숨이 막힌다고 하지. 겁먹고 있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이지. 자꾸 숨을 멈추면 혈액 순환도 멈추고, 결국 손발이 싸늘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특히 몸 아래 깊숙한 곳까지 생기가 잘 전달되지 않아서 기운이 상하지.

이렇듯 숨을 고르게 쉬지 않으면 우리 몸 전체가 균형과 조화를 잃게 돼.



선영 : 숨쉬기가 감정과 꽤 연관이 있군요. 그럼 숨을 고르게 잘 쉬려면 감정 조절을 잘 해야 하겠는걸요?

삼촌 : 그렇지, 맞아. 감정 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호흡에 문제가 생기기 쉬워. 감정을 느끼지 말라는 것은 아니야. 감정을 느끼는 것은 건강하다는 표시야. 다만 좋지 않은 감정에 푹 잠겨있으면 곤란하지.

그런데 사회 생활을 하면서는 감정을 억눌러야 할 일이 참 많아. 좋아도 좋은 척 못할 때가 있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데도 꾹 참아야 할 때가 있고, 기분이 확 상해버렸는데 억지로 미소를 지어야 할 때도 있고, 재수 없게 느껴지는 사람한테도 억지로 친절한 척해야 할 때도 있잖아.


선영 : 하하, 맞아요. 정말 숨 막히는 일이죠.

삼촌 : 그래, 그렇게 감정을 억누르는 상황이 되면 숨을 멈추게 된다. 보통은 자기가 숨을 멈추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지속적으로 그런 상황에 처하는 사람들은 고르고 깊은 숨을 쉬지 못하게 돼. 그러면 몸 안에 기가 순조롭게 흐르지 못하고, 생기(生氣)가 구석구석 잘 전달되지 못해서 쉽게 피로하고, 정서가 더욱 불안해진단다. 쉽게 짜증내고, 신경질 내고, 쉽게 울적해지지.


오늘 최팀장한테 한 마디 들을 때 내가 지었던 표정이 생각났다. 나는 그녀 앞에서 멋적게 웃었었다. 그러나 나는 분했었고, 그 분을 삼키고 있었다. 그때 분명 나의 호흡에 변화가 있었겠지.


선영 : 그래요, 그게 바로 현대인의 피로지요.

삼촌 : 하하, 그래. 사실 몸이 피곤할 일이 뭐 있겠니, 육체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도시인들의 피로는 대부분 마음의 피로에서 오는 것이란다. 일이 힘들고, 살기 힘들다고 느끼니까 몸도 그렇게 느끼는 거지.

그러다가도 기분 좋은 소식 하나 생기면 계단을 뛰어올라갈 힘이 생기기도 하지?


선영 : 맞아요.

삼촌 : 이래저래 맘 놓고 숨 쉬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고, 숨 쉬기를 연습하는 시간도 필요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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