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타운은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페라나칸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 3곳

by 이재영

조지타운 전체가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과 다문화 유산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느껴진다.

말레이, 중국, 인도와 영국 식민지 문화가 섞여 있는 거리와

사원, 교회, 모스크가 공존한다.

조지타운 리틀 인디언 거리에서는 오가는 사람들의 언어와 복장, 음악과 거리풍경에서

마치 인도의 한 마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다.


이주해 온 중국인 남성과 말레이 여성이 결혼해서 이룬 가정에서는

언어는 주로 중국어를, 살아가는 방식은 말레이 방식과 문화를 따랐다.

이들 후손은 페라나칸(중국인과 말레이의 혼합문화)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페라나칸의 화려한 유물과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19세기 화려한 건물들

개인박물관으로 개장되어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블루 맨션

먼저 찾아간 곳은 19세기말 중국 거상 청팟제가 지었다는 블루맨션이다.

난초에서 추출한 짙은 푸른색 염료로 외벽을 칠한 블루맨션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영어로 진행하는 가이드의 안내로 건물에 얽힌 역사와 문화양식을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었다.

복을 부른다는 중앙 정원에 흐르는 물, 하늘이 뚫린 중정의 천정에서 비치는 빛과 그림자,

중국식 기둥과 서양식 창문이 결합된 모습, 전형적인 무늬를 가진 타일바닥,

승진과 발전을 의미하는 두 계단과 세 계단의 구분 배치,

중국식 목조조각과 영국 도자기 등 중국과 서양의 스타일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인도차이나, 크레이지 아시안 리치 등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호텔과 식당으로도 운영된다.


페라나칸 맨션

다음날에는 페라나칸 맨션을 찾아갔다.

19세기말 페낭에서 가장 부자였던 충캥퀴의 저택을 개조한 개인 박물관이다.

수십 년간 방치되었던 맨션이 새로운 주인에 의해 복원되었다.

당시 조지타운의 많은 구건물들이 헐리고 새로운 건물로 대치되고 있었다.

근대 유산에 대한 역사적인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인지한 사람들의

오랜 설명과 설득 끝에 대내외적 단체들로부터 자본을 유치하게 되었고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계기가 되었다.



건물의 장식은 중국 문화권에서 부와 번영을 상징하는 황금색과

서구식 부조장식을 결합하여 화려하게 치장되었다.

건물의 기본구조와 색상은 중국식, 난간의 기중과 벽면 장식은 유럽식,

아열대 날씨 극복을 위해 지붕을 뚫어 공기를 순환시키고

집안 깊숙이 햇빛과 바람이 들어오게 하는 말레이식 건축 양식 등

중국, 말레이, 영국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양식과 꼼꼼한 세공을 확인할 수 있다.


실내에는 1,000점 이상의 화려한 골동품, 가구, 장신구가 전시되어 있다.


금박으로 장식된 가구와 실내를 밝히기 위해 사용된 촛불꽂이용 유리 공예품
황금 장식품들, 황금으로 만든 여성용 핸드백


중국은 1,000년 이상이나 여성들의 인권을 억압한 전족이 이어져 왔지만

페낭으로 이주한 중국인들은 전족 전통을 따르지 않고

발이 편안한 여성용 슬리퍼를 만들어 신게 했다.

전족, 여성의 발크기가 10cm 내외 밖에 되지 않는다.
작은 유리구슬을 하나씩 실에 꿰어서 장식한 슬리퍼(카숫 마나크라고 부름)도 당시의 부를 상징하는 유물 중 하나다.


중국인 남성과 말레이계 여성이 결혼하여 출산한 아이 중

남성을 바바, 여성을 뇨냐라고 부르며 이들의 문화를 페라나칸 문화라고 한다.

말레시아 여러 도시에는 페라나칸의 전통음식을 파는 뇨냐 식당들이 성행한다.

페라나칸 여성들은 상의로는 화사한 색상, 꽃과 나비등 자연을 소재로 한

섬세한 자수가 놓인 몸에 딱 맞게 입는 얇은 블라우스 형태의 케바야를 입고

화려한 무늬가 있는 사롱이라고 불리는 치마를 입는다.

뇨냐 의상의 화려한 자수와 정교한 디테일은 여성의 우아함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뇨냐 전통 의상을 빌려입은 여성들이 맨션안에서 사진을 찍으며 조지타운의 역사와 시간의 흐름을 즐기고 있다.


씨족별 모임을 위한 회관으로도 사용되는 조상을 모시는 사원은

그 집단에서 공동으로 마련하고 관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페낭에서 가장 부자였던 충캥퀴는 자신의 집에 사원을 만들어 조상을 모셨다.


페라나칸 맨션의 설명을 마친 가이드가 조지타운 맨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페라나칸 입장권을 가지면 조지타운 맨션을 무료로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해서 다음 날 찾아갔다.


조지타운 맨션은 잘 안 알려진 탓인지 달리 전시물이 적고 관람객도 없었다.

덕분에 미얀마에서 왔다는 유쾌한 가이드가 개인 전용 해설사 역할을 해 주었고

많은 것을 묻고 들을 수 있고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

콩깍 놀이기구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