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하다 Biz] #097 연말 임원 인사 시즌, 퇴직전략 가이드라인 - ①커뮤니케이션 편
퇴직을 앞둔 당사자의 마음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매년 이맘때는 의사결정자들과 HR 리더들에게도 힘든 시기일 것입니다. 주요 기업들의 내년도 승진 대상자가 윤곽을 드러낸다는 소식이 언론에 들려옵니다. 이 소식의 이면에는 적어도 승진자 숫자만큼의 경영진들이 오래 몸담은 회사와 작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퇴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퇴직 커뮤니케이션은 퇴직자의 퇴직 절차에 포커스를 맞추어 왔습니다. 기업들마다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슷한 시기에, 당사자는 예상하지 못한 아주 갑작스러운 이벤트로 서둘러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시기마다 떠오르는 인물이 2018년 골드만삭스에서 퇴임한 전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Blankfein)입니다. 그가 퇴직 전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이 한때 회자된 적이 있었습니다. 36년 근속 기간과 12년 동안 CEO로서 재직한 시간에 대한 진솔한 심경이 잘 전해져서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략) 나는 이 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닥치니 많은 생각과 감정이 떠오릅니다. 떠나는 것을 상상하는 일은 언제나 힘들었습니다. 힘든 때가 오면 떠날 수 없고, 좋은 시절에는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 저는 골드만삭스를 떠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중략) 이제 내 역할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혹여 사람들이 내게 가장 그리운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제 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당신들입니다.”
-골드만삭스 전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 (출처: New York Times)-
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감동스럽기까지 한 이임의 리추얼(ritual)이 과연 퇴직 당사자만의 의사결정일까요?
퇴직 커뮤니케이션도 전략입니다. 매년 일어나는 최고경영진의 퇴직 의사결정은 퇴직 당사자는 물론, 후임자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경영진의 퇴직은 전략 실행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구성원들은 경영진의 퇴직 과정을 바라보며 ‘회사에서의 내 미래’를 상상합니다.
"사실 우리 회사는 경영 혁신이라면 안 해 본 것이 없어요. 그룹사에서 뭐든 먼저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구성원들이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세대 간 갈등이 내재화되어 있어요. 'MZ세대를 위한 문화'를 만들라는 경영진의 지시가 있는데, 구성원의 반은 4050입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장기근속자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혁신 전략도 사실 먹히지 않아요. PMA, CRC 모두 이해 단계인데, 앞으로도 먼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기업 전략 팀장 C님-
"저희 그룹은 매년 자체적으로 조직문화를 평가합니다. 그런데 점수가 나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룹사 간에 비교가 됩니다. 임원들도 긴장해요. 내년에 본인들의 포지션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PMA, CRC는 점수 대신 단계를 보여주는데, 많은 기업들에게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PMA는 이해, CRC는 인식 단계입니다." -대기업 S사 HR 리더 K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