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시에스타가 있다는 것은 많이 들어서 안다. 해가 뜨거운 오후시간을 낮잠 또는 휴식시간으로 정했다. 과거 퇴약볕에서 일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일반적 회사에서는 따로 없다고 한다. 일반 직장인들은 오전 느즈막이 출근해서 점심을 늦은 오후에 오랫동안 먹고 오후 업무를 하고 나면 8시~9시에 퇴근해서 저녁을 9~10시에 먹는다. 여름에 유럽은 해가 길어서 우리나라 표준시간과는 물론 다르겠지만, 스페인은 특히 우리의 일상적 시간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았다. 저녁을 늦게 먹으니, 이후 회식 자리는 자정을 훌쩍 넘어 새벽까지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지금 코로나 상황에서는 아닐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짧은 마드리드 생활은 축구와 함께 하는 것이었다. 오후 4시가 넘으니 수많은 인파가 운동장으로 향했다. 5시부터 축구장 주변 Bar에서는 이미 맥주 파티가 소란스럽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미 알고 지낸 사람들인지 처음 만난 사람들인지 함께 어우러져 다들 한껏 달아올랐다. 지난주, 어제, 그제 온통 축구 얘기다. 7시가 넘으니, 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취기가 오른 사람들이 그대로 축구장으로 들어간다. 8시~10시까지 경기가 있다. 운동장내에서 맥주 1~2잔만 마실 수 있었으나, 사람들은 이미 마실 만큼 마시고 들어간 상태이다.
경기가 끝난 뒤 그대로 귀가할 리 만무하다. 오늘의 경기 이야기로 2차, 3차 회식 자리로 다들 간다. 주변 Bar에서는 여지없이 많은 사람들이 뒷풀이중이다. 리그가 없는 기간에 이 사람들은 무슨 낙으로 살까 궁금하기도 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외국인들에게 친절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나 역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친해졌던 좋은 기억이 있어 스페인 사람들만 보면 유독 친근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스페인에서의 회식과 축구에 대한 나의 경험은 이후 스페인 출신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남에서 좋은 대화의 소개(ice breaking)가 되었다. 비록 카카오스포츠 비즈니스를 만들지 못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