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의 취미
1.
2015년 서핑 시즌이 끝나고
예전처럼 주말을 보내기가 어색했다.
수상스키 '투원*'까지 배워 마무리하고도 허전해서
스케이트보드를 배우러 가보기도 했다.
주말마다 나가는 게
지칠 법도 한데
그러질 않았다.
나는 내가 서핑을 좋아해서
주말마다 에너지가 나오는 거라 생각했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서핑을 통해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던 것이었다.
30여 년 만에 만나게 된 새로운 내 모습.
활동을 통해서 에너지를 쓰고 동시에 충전하는,
이 모습에 익숙해 지기로 했다.
*투원two-one: 처음에는 수상스키 플레이트를 양발에 하나씩 신고 두 발로 탄다(투스키two ski). 이게 익숙해지면 주행 중 한쪽 플레이트를 벗고 남은 플레이트 하나만 신은채 한 발로 주행을 하는 게 다음 단계다. 이 과정이 '투원'. 이다음 단계는 한 발로타는 '원스키one ski'이다.
2.
서핑이 전부가 아닌 게 되자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재미없던 운동들에 재미를 붙었다.
남는 시간엔
꽃꽂이, 베이킹, 독서 같은 취미들에 벗어나
수상스키, 서핑을 비롯한 스키, 스케이트보드 같은 운동들에
시간을 할애했다.
올해 다시 시작한 운동들은
새로울 것 없는 취미들이었다.
나에 대해 발견하고 나서야
재밌어진 취미들이었다.
취미생활은 해볼만큼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주말은 짧고, 취미는 많았다.
어쩌면 서핑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더 이상 취미는 특별한 게 아니었다.
취미는 습관이었다.
3.
취미생활을 기분따라 바꾸다 보니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할 일도 종종 생겼다.
나는 생각보다 무기력하지 않았다.
나는 생각보다도 더 운동을 좋아했고
특히 운전을 좋아했다.
물에 처박힐지언정 땅바닥에 처박히는 건 싫어해서
스케이트보드는 결국 몇 번 타지 않았다.
그리고 가는 길에 좋은 풍경은 꼭 즐겨야 했고
시간이 모자라도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했다.
4.
마치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스키를 타고
드라이브도 가고
꽃놀이도 갔다.
눈이, 꽃이 다 질 때까지.
눈이, 꽃이 다 지고 나서
서핑 시즌이 돌아왔다.
봄 서핑이 시작되었다.
나는 인생 첫 번째 봄 서핑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음 글, 2017년 6월 28일(수) 발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