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로 Jun 10. 2020

뭣이 중헌디? 돈? 내 인생?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 갈 것인가


"너 그냥 집에 있으면 안되냐? "


아침부터 날이 잔뜩 선 남편은 또 날 마구 흔들어 놓는다. 

어제는 내가 대학원 저녁 수업을 듣고 온 날.

밤 11시, 집에 들어와보니 거실에는 배달음식을 먹은 흔적들이 어지러이 남아 있었다.

남편이 기대하는 퇴근 풍경은 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주방에 아내인 내가 서있고, 

아이들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책을 읽고 있는 풍경이리라.

하지만 현실은 지저분하게 어질러진 집구석에 아이들이 TV를 보고 있고,

내가 집에 없어 지친 몸으로 저녁밥을 차려먹어야 했겠지.


"애들이 지금은 저학년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래? 너만 집에 있으면 온 가족이 편안해지잖아. 

진지하게 고민 좀 해보자. 어? "

진지하게 고민해보자는 이야기는 내가 석사과정일 때 부터.. 

아니,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아니, 아이를 낳고부터 계속 10년째 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바꿔 말하면 나는 10년째 버티고 있는 중이다.


"둘 다 이렇게 바쁠 수는 없잖아. 내가 그만둘까도 심각하게 고민해봤다니까. 그런데  그러면 우리 생활이 유지되냐? "

결국 또 저 소리다.

내가 자기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냐는 소리다.

남편은 사업을 한다.

나도 사업을 한다.

나는 교육을 하는데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일이 거의 없다.

남편은 코로나 상황에도 사업을 잘 유지하고 있다.

남편 덕분에 우리 가정의 경제상황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은 fact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남편은 자꾸 내 시간을 자기의 안정을 추구하는 자원으로 탐하며, 

내 시간을 남편의 요구에 맞출 수 있는 도구로 쓸 수 있게 강요한다.

돈의 무게가 시간의 무게가 된 것이다.

내가 현재 가질 수 있는 돈의 무게가 가볍다고 해서 내 시간 역시 가벼운 것은 아닐텐데.. 

마치 내 시간은 가볍게 여겨도 되는 것처럼 취급받는다.



아이를 낳은 여자에겐 늘 선택의 순간이 온다.

앞으로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

육아와 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받게 된다.

그리고, 일을 선택하거나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을 선택하는 것은 이기적인 선택이라 여기게 된다.


어제 쌍둥이를 낳은 대학원 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곧 복직 시기가 다가오는데, 복직을 해야할지 육아휴직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친구도 앞으로의 시간을 육아와 일, 둘 중에 어떤 것으로 채워야할지 고민하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를 부르면 월급의 80~90% 아주머니를 쓰는 비용으로 나갈 같은데 나가는 맞는건지,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시간의 무게를 돈의 무게로 저울질 하게 된다.

내 시간의 무게가 월급의 무게만큼만 있는 것인가? 

어차피 월급을 다 육아도우미 비용에 쓰게 된다면 남는 것이 없기 때문에 

내가 육아를 하는 게 합리적인 것인가? 

나의 시간을 돈의 무게로만 환산하는 게 맞는 것인가?


내 시간은 내게 부여된 역할들로 채워나가야 되기도 하지만, 

내가 선택한 역할들로 채워나갈 수도 있다.

그게 의무로 꽉꽉 차있는 내 시간보다 더 숨통이 트이리라.

내 시간의 무게에는 내가 벌 수 있는 돈의 무게도 있지만, 내 가능성의 무게도 포함되어 있다.



글을 적다보니 아침에 어지러웠던 마음이 정리된다.

앞으로 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선택했다. 그리고, 기꺼이 책임질 것이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