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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해리 Apr 27. 2022

안다고 생각했겠지만 당신은 아직 그녀를 모른다

스타트업인 인터뷰 <확장판> 

인터뷰어(관점 교환 제안자) 전해리 

인터뷰이(관점 교환 응답자) 차유람 


당신이 차유람을 얼마나 안다고 생각한들, 지금 이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을 것이다. 또 이 인터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고 해서 차유람을 더는 아는 척 마시길. 왜냐하면 이 인터뷰 이후 그녀가 펼칠 재능과 잠재력은 아직 그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아, 이것 하나쯤은 알게 될 것이다. 결국 ‘이겨내’는 것이란 타인의 기대와 시선을 비껴가며 스스로 당당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차유람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 


*해당 인터뷰는 아시아헤럴드에 게재된 스타트업인 인터뷰 <선수 차유람은 스타트업 대표로도 이겨낼 준비가 되었다>의 확장판입니다. 아시아헤럴드에 게재된 인터뷰 본판은 오로지 스타트업인에 관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인터뷰어인 필자의 의견과 이야기를 생략하였습니다.이 확장판은 그러한 생략을 복원하여 인터뷰의 본래 목적인 인간 대 인간의 담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에만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읽고 싶은 분은 http://www.asiaherald.co.kr/news/26552에 방문하길 바랍니다. 또한, 본판과 확장판의 차이는 인터뷰어의 의견과 이야기 존재 유무일 뿐, 인터뷰이인 스타트업인의 의견과 이야기는 어떤 변함도 없이 그대로이니 불필요한 오해는 삼가 주시길 바랍니다. 

사진 제공=이겨내컴퍼니, 글씨=전해리




전해리(이하 전): 차유람 대표께서 현재 쓰리쿠션 종목으로 선수 복귀는 한 상태이시지만 그보다 먼저, 은퇴 다음의 발걸음을 스타트업이라는 전혀 새로운 분야로 옮기셨습니다. 어째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차유람(이하 차): 거창하게 ‘스타트업 하겠다!’ 결심한 건 아니에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두 아이를 낳고 나서 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당구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차렸다기보다는 개인적인 용도가 컸어요. 유튜브 생태계를 알게 되고, 전반적인 스포츠 사업에 관심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주식회사로 넘어왔죠. 회사도 처음에는 ‘원큐스튜디오’로 시작해서 ‘루틴주식회사’로 이어지다가, 사람들의 인식에 쉽게 각인되도록 최근(4월 1일) ‘이겨내컴퍼니’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전: 사명은 직접 창안한 걸까요?

차: 얼마 전 이동국 선수와 협업하게 되었는데요. 이동국 선수의 유행어가 ‘이겨내’이거든요. 저희의 핵심 사업인 플랫폼 어플리케이션의 내용 및 취지와 부합하여 앱의 이름과 사명으로 써도 되겠냐 여쭈었더니 흔쾌히 허락하셨어요. 선수 생활을 할 때까지만 해도 스타트업이 뭔지도 몰랐고 주식회사, 법인 이런 개념도 없었는데, 유튜브를 시작하고 또 하다 보니까 관심이 생기니 ‘이런 세계가 있구나, ‘투자도 받을 수 있고 회사도 키울 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구나’ 하면서 여기까지 흘러오게 됐습니다.

전: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듯 대표이기 전에 선수가 먼저였기에 스타트업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셨을 텐데, 아무리 ‘흘러가게 되었다’ 할지라도 그간의 결심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차: 대부분의 선수들이 은퇴를 하고 지도자의 길을 가는데, 저는 현역일 때도 지도자의 길을 딱히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누군가를 지도하는 일은 엄청난 인내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나 자신한테는 인내할 수 있어도 타인에게는 묵묵하게 기다려줄 자신이 없어서 당초 지도자가 되길 스스로 기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인생의 3분의 2를 당구에 바쳤고, 제가 여전히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하는 것도 당구, 스포츠 계통이다 보니까 자연스레 이 길에 접어들게 된 거에요. 또 저는 여자고, 여자 선수들이 겪는 열악한 환경을 잘 아는 경험자이기도 하니깐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부터 시작한 거죠. 

전: 막막하지는 않으셨어요?

차: 애초에 규모를 생각하고 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막막하다기보다는 눈앞의 일을 하나하나 말 그대로 ‘이겨내’다 보니까(웃음)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이겨낼 일이 훨씬 많지만요. 또 한편으로는, 제가 개인 당구 방송과 선수 생활을 같이 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방송은 에너지 소모가 의외로 큰 분야라서 (주력으로 병행한다면) 선수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여자 쓰리쿠션 당구 선수를 알려보자 생각했어요. 선수들을 모집하고 섭외해서 마치 아이돌 그룹처럼 여자 쓰리쿠션 당구 선수 그룹을 만들고 라이브 방송을 2년 가까이 진행했어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고, 특히 ‘이게 되네?’라는 경험을 겪었어요. 방송이라고 하면 보여지는 게 전부인데, 이 라이브 방송은 직접 경험할 수 있고, 관전할 수도 있었어요. 보는 재미와 같이 참여하는 재미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유일한 분야라고 느꼈어요. 그렇게 방송 주제를 당구에서 다른 종목으로 자연스레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전: 유튜브 컨텐츠 제작이 라이브 커머스로 발전하게 된 양상이라 보여요.

차: 저희들이 방송을 하면서도 상품 판매를 단기적, 단발적으로 시도한 바 있어요. 실적 쌓기보다는 시장 조사 차원이었던 거죠.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라이브 커머스를 회사의 주축으로 삼고 있어요. 저희 앱에서는 아니지만 ‘네이버 라이브’를 통해서 전문 쇼호스트를 모시고 의뢰가 들어온 제품을 판매하면서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저도 경험하기 위해서 직접 출연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경험을 쌓아서 더 나아가 앱이 출시되는 때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남현희 선수, 이동국 선수도 뜻이 맞아서 협업하는 형태로 발전되었습니다. 남현희 선수는 이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저는 개인종목이기도 했고 은둔형이라서 의외로 아는 선수가 없는 편인데, 현희 언니는 마당발이에요. 현희 언니에게 선수들을 모으고 회사를 알리는 일을 같이 할 수 있을지 회사 설립 초기부터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지금까지 그 협력이 이어지고 있어요. 이동국 선수와의 협업과 관련해서도, 앱이 출시되면 같이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 ‘㈜팜스킨’, ‘레이시오’, ‘㈜잇더컴퍼니’와 같은 스타트업과 MOU를 체결하거나 협업한 것으로도 알고 있어요.

차: ‘와이앤아처’에서 씨드 투자를 받고 나서 신진오 대표께서 좋은 스타트업과 ‘윈윈(win-win)’할 수 있게끔 소개를 많이 해주셨어요. 덕분에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했고요. 잇더컴퍼니의 ‘맘마레시피’의 경우, 제가 직접 네이버 라이브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전: 이겨내컴퍼니는 차유람 선수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이 기업으로 승화된 것으로도 보입니다. 

차: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아주 오래 전부터 현장에 있던 현역 선수이기 때문에 양면성이 있다고 봐요. 운동 선수가 아닌 직원들과 회의했을 때 선수 생활을 하면서 쌓인 선입견, 고정 관념이 깨지는 것을 느껴요. 저는 으레 ‘당구는 이러니까, 스포츠는 이러니까 안 될거야, 안 되지 않을까’ 비관적인 시각으로 이야기하지만, 저와 다른 삶을 겪은 직원들은 ‘가능할 것 같은데?’,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의견을 개진합니다. 그 의견이 실제로 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계속해서 깨지고 있어요. 

전: 차유람 대표님의 기존 관점이 직원들의 관점과 상응하면서 이겨내컴퍼니가 발전하고 있는 걸까요? 

차: 그렇죠. 저는 스포츠 현장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가, ‘트렌디(trendy)’하고 ‘영(young)’한 생각을 오히려 제 직원 분들이 이끌어 주고 있는 거죠.

전: 현재 몇 명의 직원이 이겨내컴퍼니에서 일하고 있나요?

차: 임원진을 제외하면 정규직이 13명이에요.

전: 그럼 대표님께서 직원 분들을 면접하시겠어요.

차: 직접 면접할 때도 있고, 다른 임원 분이 할 때도 있어요.

전: 선수란 스스로에게 초점이 맞춰 있다면, 기업의 대표는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초점을 맞출 줄 알아야 하죠. 그 사람들이 곧 직원이고요.

차: 선수는 지극히 개인이에요. 굳이 그 점이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간접적인 개념이에요. 예를 들면 광고가 있겠지만 광고도 단발성이죠.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요. 선수는 개인적인 영역입니다. 그래서 대표로서 직원 분들께 잘 못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도리어 직원 분들이 건의해주면 최대한 이뤄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 그렇다면 직원 분들을 이겨내컴퍼니에서 일하게 만드는 힘이 무엇일까요?

차: 이겨내컴퍼니는 권위적이지 않기 때문에 직원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주체적으로 할 수 있어요. 물론 주체적으로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주체적으로 해야 하는 건 스타트업의 숙명이지만, 어쨌든 같이 성취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고 전부라고 봐요. 직원들은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위험 요소를 알면서도 일하러 온 거니깐요. 저도 이 회사를 연명해야 된다는 생각에 (웃음) 책임감이 강해질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뭔가 프로젝트를 하면 최초가 되잖아요. 거기서 성과가 나면 그만큼 성취감이 극대화되죠. 예컨대, 저희가 외주도 맡지만 컨텐츠를 제작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데 요즘은 당구 오디션 프로를 제작하고 있어요. 아마 세계 최초일 거에요. 이제까지 당구 리그전 형식과 같은 콘텐츠는 많았지만 당구인의 인생과 이야기를 듣는 당구 오디션은 이전에는 없었다고 알고 있어요. ‘슈퍼스타K’처럼 기획하고 진행 중인데 참여자들이 다 진심으로 임하고 있어요. 출연하는 분들도 계시고, 최정상 선수들도 멘토로 모시고요. 이런 것들,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것이 최초가 되는 만큼 보람도 클 때, 너무 힘들지만 이겨내컴퍼니에서 일하는 가치도 커집니다. 이 사업을 맡긴 ‘웰컴저축은행’ 측도 만족을 표하셨고요. ‘시즌2도 해보자’고 하셨을 때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전: 대표님 개인의 기쁨이 직원 분들과 함께 하면서 더 큰 긍지로 발전하는군요.  지금까지의 성장사를 살폈더니 이겨내컴퍼니는 개인적인 것을 단체로 확장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당구 오디션 프로만 봐도 비단 체육인만 즐길 수 있지 않고 당구에 관심이 없는 분들까지 포용하고 있으니까요. 

차: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있거든요. 기획된 콘텐츠가 오디션 형태라 할지라도 중심은 스포츠에요. 오디션 특성상 누가 뽑힐지 모르고 어떤 캐릭터가 올지 예측할 수 없는데, 스포츠가 핵심이기에 예측불허의 매력이 강화되는 것 같아요. 또 그러한 매력은 사실 모든 종목의 스포츠가 갖고 있어요. 올림픽만 보아도, 우리는 규칙(rule)을 몰라도 감동하잖아요. 저희가 만드는 컨텐츠와 앱이 스포츠의 매력과 감동을 친근하고, 가깝게, 주기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그런 회사였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스포츠에 대한 정보와 지식 전달에 있어 신뢰를 조성하고, 이를 전담하는 스포츠인이자 전문가에게 수익을 돌아가게끔 메커니즘을 구축하려고 해요. 저에게 많이들 물어보시는 게 당구 큐 가격, 자재, 혹은 ‘어떤 것이 좋냐’, ‘이건 왜 비싸냐’와 같은 질문이거든요. 솔직히 저도 똑같아요. 제가 사이클을 한다고 하면 아무리 검색을 해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한글이어도 전문 용어가 나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당구 전문가인 내가 라이브를 하면 사람들이 훨씬 편하게 신뢰를 갖고 당구를 시작할 수 있겠더라고요. 사실 일반인이 더 엄격한 편도 있어요. 때론 아마추어가 훨씬 정확하지만 심리적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러니 전문가가 일반인에게 직접 지식을 알려주고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구축하면 은퇴한 선수에게도 수익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결국 모든 스포츠 종목을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요. 당구보다 더 큰 경제 규모를 가진 스포츠 종목의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도 하니까요.

전: 스타트업 대표라는 호칭이 이제는 익숙해진 편일까요? 이전에 회사나 연구원에서 근무하셨던 분들도 스타트업 대표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고민도 많이 하고 관련 강의도 많이 듣잖아요. 운동 선수 경력을 차치하더라도, 이전에 기업 근무 경험이 없는 분께서 이 스타트업과 대표 생활에 어떻게 익숙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서, 투자자를 대면한다든가 사업설명회에서 발표하는 건 크게 어색하지 않으셨나요?

차: 어색하죠. 소위 말해서 털리기도 하고요. (웃음) 사업 계획서, 실적, 예상 수치와 근거처럼 사업과 관련된 대화의 내용이 워낙 전문적이고 딱딱하기도 하잖아요.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해야 하니까 그만큼 어렵죠. 사업 계획서를 작성할 때도 그렇고, 공들이지 않는 건 없어요. 지금도 많이 긴장되고 어렵죠. 두렵기는 하지만 투자자나 액셀러레이터 관계자 분들의 질문이 제가 준비한 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더라고요. 또 공통 질문도 많고요. 여전히 불편하지만 적응되고 있어요.

전: 차유람 대표님의 기존 인지도가 기업의 성장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활용을 하려고 한 적은 없지만 활용이 되었을 거에요. 그런 영향이 회사의 성장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겠죠. 반면, 그런 것에 색안경 끼는 분들이 훨씬 많아요. 선수만 했던 사람이 회사를 한다고 하니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분들도 많은데, 그래도 직접 만나서 사업 계획서를 확인하시고는 ‘의외다’, ‘좋다’ 반응해주는 분들도 더 많아서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로는, ‘퉁쳤다.’ (웃음) 저의 인지도가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진 않아요. 예전에 투자를 철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저희가 미흡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신 걸 수도 있죠. 저희는 오히려 보완하는 계기로 삼고요. 이런 식으로 흘러온 것 같아요. 

전: 말씀하시는 걸 듣자니 차유람 대표님께서는 그런 경우에도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도 같아요.

차: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고 힘들죠. 사업은 멈출 수 없는 것이더라고요. 멈추면 다 망하는 거니까. (웃음) 멈출 수가 없어서 오다 보니까 성장은 필연이 되었어요. 싫든 좋든 성장은 해야 되고, 작년보다 성과를 내야 하는 숙명인 것 같아요, 사업이라는 것이.

전: 대표님은 선수이기도 하면서 ‘워킹맘’이시잖아요. 세 가지의 삶이 병행되고 있는 건데 균형을 어떻게 잡아가고 있나요?

차: 네,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어서 대단하다고 하지 말아주세요. (웃음) 겉으로는 백조 같겠지만 수면 아래로는 굉장히 치열하게 발버둥치고 있어요. (웃음) 언젠가는 한 가지를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아마 선수이지 않을까...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멀티가 되지 않는다고 느끼거든요. 제가 힘든 것도 있지만 아이들이 엄마가 필요할 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죠. 많이 흔들리기도 하고요.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잖아요. 이겨내컴퍼니에서 일하는 임직원만 해도 스무 명 가까이인데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고요. 내려놓을 수 있는 건 선수 생활뿐이라... 항상 각오하고 있어요. 

전: 깜짝 놀랐어요. 선수 생활을 오래 또 열정적으로 임하신 분이라 언젠가라도 내려놓아야 한다고 차마 결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단순한 애정이 아닐 텐데요. 

차: 하지만 현실이잖아요. 

전: 이제는 내려놓을 수 있는 건가요?

차: 저도 너무 힘들고요. (웃음) 선수란 그저 대회 스케줄 하나를 소화하는 게 아니에요. 한 시간의 경기를 뛰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 그 시간은 정작 대중에게 노출이 안 되잖아요. 투자를 안 하면 시합 때 여지없이 티가 확연히 나요. 그런 압박감이 상당하더라도요. 저도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어요. 제가 워낙 완벽주의자라고 해도요. 제가 스스로를 용납하지 못해요. 적당히 해도 되는데 제가 그런 걸 못 견디다 보니깐요. 그런 점에서 제가 지치는 것 같아요. 이제 막 개인전과 팀전의 성적이 좋아지고 있는데, 선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아쉬운 시기에요. 왜냐하면 선수로서 급성장할 수 있는 시기거든요. 그런데 이 시기는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그럼에도 무언가 하나를 내려놓아야 한다면 그건 선수가 될 것 같아요.” 

전: 대단하다는 느낌이 단번에 들어요.

차: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살짝 치며) 아니에요. 

전: 저도 글을 쓰는 데 있어 투자하는 시간은 정말 많거든요. 

차: 그렇죠. (연신 맞장구를 치며) 자료 수집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시간이 훨씬 많겠죠. 

전: 쓴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걸 고쳐야 하고, 때로는 온 시간과 정성을 쏟아 부은 것을 버려야 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도 나오는 글은 제가 쏟은 시간에 비해서 턱없이 적어요. 압축된 거죠. 그래 봤자 A4용지 몇 장 정도에요.  

차: 그렇죠, 그렇죠. 

전: 그렇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스스로 서러워질 때가 많아요. 내가 보이지 않은 곳에서 노력한 것과 별개로 나는 이것밖에 안 보이겠구나. 

차: 맞아요. 그걸 보고도 사람들은 모르잖아요. 몰라줬을 때 마음이 얼마나 지치고 힘들겠어요. 

전: 그래서 선수님도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들으셨겠지만… 어쨌든 단지 한 가지 역할이 아닌 여러 역할과 책임을 맡은 만큼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글을 하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갑니다. 또 노력의 시간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요. 혹시 주위에 이러한 어려움을 털어놓거나 조언을 구하는 편인가요?

차: 여럿 계시고, 남편에게도 조언을 구하는 편이에요. 대신 조금 걸러서 이야기할 때가 있어요. 

전: 너무 걱정할까 봐요? 

차: 너무 걱정할까 봐요. ‘이러다 곧 망할 것 같은데’라고 하면 (웃음) 얼마나 놀라고 걱정하겠어요. 그래서 조금 걸러서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아예 해결하고 나서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사실은 그랬었다’ 식으로요. 

전: 그렇게 말했더니 뭐라고 대답하시던가요?

차: ‘그랬었냐’고요. (웃음) 이미 지나간 일이니 감정 없이 이야기하니깐요. 제가 압축하는 것도 있고요. 남편이 갖은 풍파를 겪은 사람이라 제가 겪은 시련은 아무것도 아닌가 봐요. ‘그 정도 어려움은 있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던데요. 너무 힘든 삶을 살아서 본인 입장에서는 제 어려움은 애교 수준인 거죠. 덕분에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웃음) 

전: 차유람 대표님처럼 은퇴 후의 인생으로 스타트업을 고려하는 운동 선수들에게 조언을 드린다면요? 

차: 도전하는 건 좋지만 준비가 부족할수록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멋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도전을 말리고 싶지는 않고요. 스포츠 내에서도 의약, 장비 등 분야가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충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전: 이쯤에서 이겨내컴퍼니의 성장사에서 현주소를 듣고 싶어요.

차: (잠시 지금껏보다 더욱 신중해지며) 올해부터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지점에 있어요. 이제까지 시행착오가 많았고, 물론 앞으로도 많겠지만 어쨌든, 기업의 형체를 띠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손발이 맞는 직원들을 찾는 시간도 있었거든요. 이제 막 성과를 내는 시기에 이르렀어요.

전: 앞으로 이겨내컴퍼니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차: 이겨내컴퍼니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 산업의 사업이거든요. 저희들이 조사했을 때 이런 형태의 앱, 이런 형태의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시켜보고 싶어요. 비약적인 성과를 내고 싶고요. 그 성과가 어떤 형태가 될 거라고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어떤 형태로도 비약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어요. 스포츠 산업에 뛰어들고 나서야 알았는데 스포츠 스타트업이 성공한 경우가 굉장히 드뭅니다. 실패한 사례가 굉장히 많고 그만큼 스포츠 분야는 성공하기 힘든 분야에요. 어떤 형태로든 성공시키는 이겨내컴퍼니가 되고 싶습니다. 

전: 모든 존재는 이름 따라 가기 마련이죠? (웃음)

차: 힘들어도 반드시 이겨내는 ‘이겨내컴퍼니’가 되겠습니다. (웃음)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도움 줄 수 있도록 앱을 시장에 안착시킨 후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고 봐요. 그렇게 운동 선수, 스포츠를 사랑하는 일반인 모두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리길 기대합니다.


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자 합니다


본문(스타트업 관점 전용)은 아시아헤럴드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asiaherald.co.kr/news/26552


해당 확장판은 네이버 포스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695760&memberNo=55088636



*위 인터뷰와 사진은 아시아헤럴드에 귀속되며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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