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헌' 단어가 처음 실감 난 사람 - 칼 세이건

<코스모스>를 읽고,

by 이소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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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였으므로 ~' 뉴스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대뜸 "이바지 같은 소리 하네, 이바지 뜻이 뭔지 알고 쓰는 건가?"라고 비꼬듯 말하곤 했다.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이바지'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실감 나는 사람을 만났다. 바로 칼 세이건이다.


보이저 1호가 만들어질 때 NASA는 비용 문제로 카메라를 싣지 않고 탐사선만 보내려 했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보이저호는 납세자들의 돈으로 만들어졌는데, 국민들에게 사진 한 장 보여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주장했고, 결국 카메라를 탑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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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보이저 1호가 지구로부터 64억 km 떨어진 거리에 도달했을 때, 칼 세이건은 탐사선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당시 NASA 내부에서는 반대가 심했다. 카메라가 태양 쪽을 향하게 되면 강한 태양빛 때문에 CCD 센서가 타버리거나 기계가 고장 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카메라를 돌려 찍어낸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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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복잡한 천문학 지식을 차가운 수식이 아닌 우주를 향한 연애편지처럼 풀어냈고, 아주 작은 데이터 하나에서도 우주의 거대한 서사를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비과학적인 미신과 가짜 뉴스로부터 과학적 사고를 지키는 법을 알리며 대중의 이성을 깨우려 했고, 그 마음이 코스모스 곳곳에 그대로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천문학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생물학, 화학, 역사, 철학을 넘나들며 우주를 이해하려 했고, 이는 외계생물학(Exobiology)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낙천적인 태도는 외계 지성체 탐사(SETI)처럼 당대에는 무모해 보였던 분야에 평생을 바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또한 그는 과학자가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발견이 인류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믿었다. 냉전 시대에 '핵겨울(Nuclear Winter)' 이론을 발표하며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환경 보호를 주장한 것이 그 증거다. 과학자로서의 칼 세이건은 아이 같은 호기심을 가진 탐험가이면서 동시에 인류의 안전을 걱정하는 파수꾼이었다.


이러한 소통과 헌신의 노력은 실제로 사회를 바꿨다. 칼 세이건을 비롯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던 과학자들의 영향으로, 오늘날 약 70~80%의 미국인이 정부의 기초 과학 연구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응답한다. 과학 투자가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경쟁력 유지에 핵심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코스모스를 읽기 전까지 나는 인류애에도,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서 내가 내는 세금이 과학 발전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세이건이 그랬듯, 과학은 결국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벌면 카이스트에 766억을 기부하신 이수영 회장님처럼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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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우리 인간 한 명 한 명이 희귀종이자 멸종 위기종이라는 칼 세이건의 말을 마음에 새긴 후, 나와 연결되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뉴스에서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였으므로"라는 말을 들을 때, 예전처럼 비꼬듯 말이 먼저 나오지 않는다. 이바지가 무엇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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