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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에디라고 합니다.
파란 눈의 외쿡인이 발음하기엔 하필이면 너무나도 어려운 이름이었던 터라 업무적으로 영어 이름이 필요하던 차였습니다. 저의 외관을 본 딴 '월리'라거나 왠지 장대한 사람의 느낌이 드는 '마크', 당시 유행하던 '제이콥' 등 몇 가지의 후보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이름이 바로 '에디'였습니다. 왠지 팔랑거릴 듯한 가벼움과 발음하면서 전해지는 약간의 따뜻함이 마음에 들었던 기억입니다. 엄청난 심사숙고의 과정 없이, 그렇게 '에디'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조금 흘러 필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었습니다. 심취하던 독서의 영역을 넘어 무언갈 소소하게 끄적이길 좋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다산' 정약용이라거나 '도산' 안창호와 같이 '호(號)'의 형태가 왠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사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 같다 느꼈기 때문입니다.
나의 정체성은 무얼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는 어떤 인간일지에 대해 말입니다. 보여지는 것이다보니 어깨에 힘 잔뜩 들어간 단어들이 자주 출몰했습니다만, 제가 그런 인간이 아님을 다행히도 저 스스로부터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성찰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문득 '구닥다리'가 떠올랐습니다.
어려서부터 늘 남들보다 한 발, 아니 두 세 발 느렸던 기억입니다. 지금도 역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그런 사람이라 느낄 때 더러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습관들이 많은 덕분입니다. "난 디지털보단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좋더라고." 포장하지만, 실은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쉽고 편하고 빠른' 인터넷 쇼핑보단 '물건은 내가 직접 보고 만져야 제 맛'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세우는 한편, '쉽고 편하고 빠른' 온라인 계좌이체보다 '신뢰하는 은행 창구 직원'을 통해서가 더 마음이 놓입니다. 맞습니다. 전 구닥다리였던 것 같습니다. 구닥다리였었고, 구닥다리이며, 계속해서 구닥다리일 것 같습니다.
구닥다리라 다행인 건, 여전히 책을 읽는다는 점입니다. 독서를 한다는 것이 올드한 취미생활 정도로 여겨지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단편적인 정보보다 책을 통해 얻는 총체적인 지식을 더 좋아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지 저의 개인적인 취향에 대함입니다. 수 많은 파편적인 정보들 속에서 전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읽음직한 정보일지 구분하는 시야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온전한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사색하며, 사유의 흔적을 끄적 거리는 것, 이를 통해 저만이 가질 수 있는 '사고의 힘'이 길러진다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능력도 없는 제가 (누군가에겐 고작일 수 있는) 이만큼의 성취를 이루고 살고 있는 것도, 전 다 독서 덕분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누고 싶습니다. 저의 경험과 책을 통해 얻은 것들을 말입니다. 독서를 통해 느낀 바를, 그리고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 하는 장이 될 것 같습니다. 조금이나마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미가 없다면 일말의 유용함이라도 있기를 바랍니다. 유용함도 없다면 심심풀이로라도 읽을만 하기라도 기대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디 글을 읽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기도 하기에, 제 글을 위해 그 에너지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럴듯하고 멋들어진 글보다 진정성 있고 공감 가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쓰신 에너지 대신 조금의 위로와 공감, 얻어가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