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썅마이웨이, 나는 오로지 내 갈 길만 간다.

by 구닥다리 에디

드디어 도로로 나온 와이프는 기대와 설렘, 흥분과 걱정 등 정말이지 수만가지 감정이 교차한 듯 보였다. 운전을 막 시작했던 나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아내를 보니 그 옛날 초보 운전자 시절 얼뜨기 같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근데, 그 때 나도 아내처럼 저렇게 말이 많았던가.


"오빠, 옆 차가 너무 바짝 붙는거 아니에요?"

"오빠, 여기서 좌회전 할까요?"

"오빠, 속도 좀 더 내도 되나요?"


쉼 없이 조잘대며 아내는 내게 질문을 해댄 반면 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매번 내가 조수석에서 와이프의 수발을 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닌만큼, 아내가 혼자만의 운전에 어서 익숙해져야 하니 말이다. 결국 운전은 자기와의 싸움이 아닌가.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그야말로 외로운 사투 말이다. 아, 물론 이따금 타인과의 싸움이 될 때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운전 전에 아내는 나와 약조한 바가 있었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매우 간단한 '작전' 말이다. 바로 당분간 본인이 직접 운전해서 가야할 목적지를 하나로 제한하되, 그마저도 그 동선을 네비게이션을 통해 숙지한 뒤 머릿 속에서 계속 생각하자는 점이었다. 앞서 언급한 바, 동선을 무조건 간단히 하면서 이를 통해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쌓아나가기 위함이었다. 한 가지 길만 익숙해지면, 그 이후 다른 길들엔 약간의 응용만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처음만큼 큰 긴장이나 수고가 들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본적인 운전과 길에 대한 센스가 없었던 나에겐 매우 유효했던 방법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아내의 경우에는 그 목적지가 우리 집 근방의 별내 이마트가 되었다. 우리 집이 있는 7호선 용마산역 인근에서부터 별내까지의 길이 그리 멀지도, 또 그렇다고 코 앞에 있는 거리도 아닌 아주 적당한 거리이기도 했다. 오가는 길이 혼잡하지도 않을 뿐더러 목적지인 별내 이마트의 주차장 역시 넓직 넓직했기 때문에 초보 운전자가 가장 난감해 하는 주차에 있어서도 아주 쾌적한 환경이었다.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아내가 나 없이도 마트에 가서 장을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의도하지 않았지만) 목적지를 특정할 때 가점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대를 잡을 때 '와이프가 해야할 바'는 굉장히 간단하고 명료했다. 오로지 별내 이마트 주차장까지 가는 것, 다른 옵션 자체가 없으니 아내는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별내 이마트 주차장까지의 길과 동선만 생각하면 됐다. 그리고 이 간단명료함이 주는 효과는 꽤나 크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운전에 임하는 아내의 마음가짐에서 두려움보다 편안함이 점점 더 커지는 게 옆에서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장을 볼 때 몇 번 이렇게 운전을 하다보니 어느 새 내게 쏟아내던 질문들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됐음은 물론이다. 가야 할 길이 이미 머릿 속에 어느 정도 그려져 있다보니, 네비게이션에 지나치게 의지하기보다 흘긋거리며 적재적소에서만 확인하게 된다. 덕분에 차선을 바꿔야 할 때 알아서 미리 바꾸거나 심지어 운전 중에 라디오를 켜는 고급 기술까지 가능해졌다. 같은 길을 매번 반복해서 운전한 덕분이 아닐까. 가야할 길에 대한 정보가 쌓이니 여유가 생기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제목에서 다소 거칠게 언급한 바 '개썅 마이웨이'는 바로 이 점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갈 길을 애시당초 만들지 말고, 오로지 한 가지 길만 다니는 습관부터 길러보기를 권면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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