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그리고 여전히 초보운전자입니다.

쉽게 잃곤 하는 그 첫 마음, 초심에 대하여

by 구닥다리 에디

본격적인 운전에 앞서 '마음가짐을 다스리는 장'의 드디어 마지막 챕터다. 이미 제목을 통해 이 장의 내용을 쉽게 유추할 수 있으시리라. 바로 운전을 지금 막 시작하며 느끼고 있을, 그 첫 마음에 대해 말이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버지 소유의 승용차 '세피아'의 키를 처음 받아 들고 운전대를 잡았던 그때가 말이다. 두근거림과 흥분, 그리고 주체할 수 없던 그 두려움까지 여전히 생생하다. 첫 운전이었던 터라 엉금엉금 기어가다시피 하며 첫 운전을 시작했다. 초보운전이라고 무시하며 빵빵 거리던 뒤차들부터 조금이라도 끼어들라치면 사납게 비켜주지 않던 옆 차들까지, 그 날의 운전은 몹시도 힘들었던 기억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무척이나 안전하게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의 교만함이나 눈곱만큼의 자신감 같은 건 애당초 없었으니 말이다. 그날은 여전히 내게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비단 운전만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분야에 진입할 때 누구든 조심성이 배가 되다. 몸을 사리게 된다. 경험이 쌓이고, 또 쌓인 경험만큼 자신감 역시 쌓이면 우린 슬슬 교만해 지곤 하지 않나. 문제는 바로 이럴 때 발생하곤 한다. 우리네 삶에서 어김없이 반복되는 패턴이 아닌가.


회사에서건, 또 어디에서건 약간의 교만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엄청난 문제로 이어질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난 생각한다. 기껏해야 자그마한 문제가 발생할 뿐이다. 넘치는 자신감 때문에 적어도 몸을 다치는 상황은 여간해선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네 인생에서 교만의 대가는 보통 상사의 꾸지람이나 자괴감 정도로 그치곤 한다.


그러나 운전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의 경우에, 운전에 있어서 아주 약간의 교만함이 내 생명과 안전에 충분히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핸들 위로 두 손 꼭 잡아 올려놓던 시절을 지나 어느새 한 손으로 핸들을 쥐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렇다고 남은 한 손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괜스레 기어봉을 만지작거린다거나 하릴없이 창문 위에 걸 터놓을 뿐. 문제는 핸들 위에서 벗어난 한 손이 아니라, 운전에 임하는 겸손한 마음 역시 조심성에서 벗어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저 자식은 왜 저따우로 운전을 하는 거야 대체."

"아주 운전을 발로 하는구만 발로 해."


별다른 큰 이유 없이 앞차와 옆 차, 그리고 심지어 뒤차(?)에까지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세상에 나 빼고 다른 운전자들은 다 등신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왜 다들 나처럼 스마트하고 재치 있게 운전을 못하는 거지? 끼어들어야 할 땐 리드미컬하게 끼고 속도를 내야 할 땐 나처럼 말이야, 엉?


정신을 차리니 내가 사이드 미러를 미처 보지 못하고 차선을 바꾸는 바람에 뒤서 오던 큰 트럭과 부딪히기 일보 직전이었다. 위험천만한 상황을 넘어 달리는 내 차 옆으로 바짝 붙인 뒤 창문을 연 트럭 운전사 아저씨의 쌍욕을 면전에서 다 감당해야 했던 점에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다만, 사고가 날 뻔했던 그 순간도 물론이거니와 그 일이 있고 난 뒤에도 운전대를 잡을라치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날 정도로 그 기억이 오래갔었다. 누누이 언급했듯 내가 유달리 쫄림보인 탓도 있겠지만,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정말이지 그 날 그때의 기억 때문에 한동안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난 운이 좋았다, 고 생각한다. 내 경우엔 사고가 날 뻔했던 경험으로 그쳤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사고가 났었던 경험이 되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생명에 지장이 있을 일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 다른 누군가가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할 아내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가족 역시 그 누군가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 '초심'은 그래서 강조해도 결코 모자람이 없다. 그때 그 마음만 잘 지키고 기억해도 우린 안전운전에 매진할 수 있다.


운전대를 처음 막 잡았을 때의 그 조심성, 부디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