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음식을 시켰다.
아무리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이때, 충청도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아는가?
"명 짧은 놈은 이번 생에는 못 먹겠다~"
그리고 기다리다 나온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온다.
그러면 충청도에서 뭐라고 하는지 아는가?
"이잉? 이건 서비스유?"
태생이 직설적이고 성격 급한 경상도 출신인 나에게는 이러한 충청도식 일화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음식이 빨리 안 나오면
"싸장님 음식 언제 나오지예?"
언제 나오냐고 말을 한다.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으면
"뭐고? 여 머리카락 있는데예?"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한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두 번 세 번 물어보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생에는 못 먹겠다든지 서비스냐라던지
이런 두 번 세 번 돌려 말하는 충청도식 화법은 나에게 문화 충격 수준이었다.
이러한 문화 충격을 처음 접한 것은 충청도 출신의 한 친구 덕분이다.
"우리 화요일 저녁 6시에 저녁 먹으러 가자"라고 약속을 잡을라 하면,
그 친구는 "봐서~"라고 한다.
아니 도대체 봐서가 무슨 말이가.
"6시에 못 와? 그 날 보는 거지?"
라고 하면
"그래 봐서~"라고 한다.
그래서 안 오려나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으면 정작 약속 시간에 제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정녕 이들은 왜 그런단 말인가. 만나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 딱 정확히 정해 놓고 만나면 안 되는 것인가? 경상도인 나는 도대체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확실히 하는 걸 좋아하고 성격이 급한 나와는 정반대 유형의 친구였다. 돌려서 돌려서 돌려서 말하는데 결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 번에 나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들의 언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처음에는 당연히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언어에 노출이 되고 그들의 생활 방식에 녹아들어야 그제야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을 이해하고자 나는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충청도로 말이다.
나는 충청남도 아산시 도고면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충청도의 언어를 마스터하고자 원대한 꿈을 품고 말이다.
도고는 온천이 유명한 곳이다. 온양온천으로 유명한 온양 옆이다. 혹시 청년시대라는 드라마를 봤다면 병태의 고향이 온양이디.
나는 사실 온양온천은 기차역 이름을 보다가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도고온천과 도고라는 지역은 난생처음 들었다. 도고는 아산 코미디홀과 도고 파라다이스로 유명하다. 한적하지만 세계꽃식물원도 있고 아기자기한 동네이다.
또한 인구소멸지역 중 하나이다. 오히려 좋다. 정말 로컬 충청도 어르신들만 가득한 도고에서 유학한다면 나는 언어를 마스터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한 달간 도고 유학 생활이 시작되었다. 충청도 언어를 마스터하기 위해서.
도고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맛집 추천을 받았다. 파라다이스 도고 바로 근처에 있는 식당이다. 메뉴는 호박국수라는 것이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메뉴였다.
호박국수? 호박을 길쭉하게 채 썰듯이 썰어서 국수를 만든 것일까? 아니면 파네 파스타처럼 호박을 쪄서 그 안에 국수를 만들어 먹는 것일까? 나는 온갖 상상을 했다. 호박으로 국수를 한다면 어떤 것일까.
호박국수를 파는 길조식당에 친구 몇 명과 도착했다. 그곳은 노포 느낌의 소박하지만 인기 있는 식당이었다. 내부에는 5-6 테이블 정도가 있었다. 점심시간에 일찍 가지 않으면 재료가 소진되고 또 주변에 점심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 점심즈음 열어서 오후 3시쯤에는 닫는다. 그리고 호박국수라는 메뉴는 한 명은 주문이 어려웠다. 포장도 어려웠다. 그래서 여러 명이 같이 와서 먹어야 하는 메뉴였다. 식당에 들어가 보니길조식당은 벽에 연예인들의 사인과 블루리본이 가득했다. 조용하고 한적한 도고온천에 이렇게 인기 많은 식당을 발견하다니, 신기했다.
식당 안에는 북적북적하였다. 우리는 호박국수를 각자 시키고 감자전을 시켰다.
기다리다 보니 밑반찬으로 김치가 나왔다. 나는 매운 걸 먹지 못해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친구는 연신 김치가 너무 맛있다고 한다. 신 맛이 나고 새큼한 것이 충청도 김치라고 했다. 나는 충청도 김치가 어떻게 다른지 몰라 어떤 차이가 있냐고 했다. 충청도 김치는 좀 더 국물이 나직하고 좀 더 특벽하다고 한다.
조금 기다리니 감자전이 먼저 나왔다. 기름이 반질반질한 감자전을 살짝 떼었다. 금방 구워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것을 한 입 먹었다. 정말 너무 맛있었다. 어디에 찍어먹지 않아도 바삭하고 기름진 감자전이 입맛을 돋구었다. 감자의 고소한 맛과 또 기름의 반질반질한 맛이 풍미가 있었다.
순간 내가 위가 없는 게 맞나 싶었다. 꼬르륵 소리가 요동쳤기 때문이다. 감자전을 한 입 먹으니 어서 메인 요리인 호박 국수가 나오길 바랬다.
그렇게 감자전을 먹으며 기다리고 있으니 드디어 메인 메뉴인 호박국수가 나왔다.
호박국수는 소면을 삶고 그 위에 채 친 애호박과 늙응 호박이 나물처럼 무쳐져 고명같이 나왔다. 그 위에는 고소한 참깨가루인지 가루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소면과 애호박이 자작한 국물 위로 한가득 쌓여 있었다.
그리고 다진 마늘이 한가득 국물 속에 있었다.
늙은 호박과 애호박이 채 썰려서 색깔이 주황색과 초록색이 같이 있다. 슴슴해 보였다. 밍밍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한 입 먹어보았다.
늙은 호박은 달달한 맛이, 애호박은 식감과 고소한 맛이 난다. 알싸한 마늘향도 같이 난다.
아주 슴슴해 보이지만, 마늘향의 알싸함과 호박의 부드러운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입맛을 자극한다.
간이 되어 있는 국물에서 감칠맛이 살아있었다. 조금은 짭조름한 국물을 열심히 비벼서 한 입 먹으면 정말 맛있다. 비빔 호박 국수랄까? 심심해 보일 수 있는 모양새이지만 겉으로 판단할 수 없다. 한 번 두 번 세 번 다시 맛보아야 한다. 호박만 따로 먹어보고 위에 잔뜩 올라간 빻은 참깨가루를 비벼서 먹어보고 공깃밥을 추가해서 또 밥을 비벼 먹는다.
감히 내가 말하기로는 물회를 회 대신 호박으로 비벼 먹는 느낌이랄까. 호박국수는 처음에 보면 굉장히 유해 보인다. 그런데 한 입을 먹으며 계속 유심히 이 친구가 하는 말을 알아들어야 한다. 나 호박이야 나 면이야 나 국물이야 그리고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옆에 비치되어 있는 빨간 고춧가루를 넣어서 비벼 먹으면 매콤하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매운 것을 먹지 못해 그저 있는 그대로 먹었다. 이게 바로 충청도의 매력이 아닐까 처음에는 은근하게 있다. 그런데 자꾸 자꾸 돌려서 말을 한다. 그 한 번 잡숴봐유~ 말이다. 그런데 대 놓고 말했으면 좋겠다.
"나 맛있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