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제주북페어에서 맞이하다
제주북페어에서 제 부스를 호기심 있게 살피다가 〈스물아홉, 암이라는 생일선물〉을 사 가신 분이 20여 분이 흐른 뒤 다시 돌아와 하신 말이에요. 정말 대단하다고도 덧붙여 주시더니, 조금 읽다가 내려 놓으셨던〈나의 비위에게〉도 함께 사 가셨어요. 너무나 감사한 말씀이었습니다.
제주북페어가 열린 날은 바로 그 책에 나오는 생일날이었어요. 암 수술을 받은 지 4주년 기념일이자 제 생일날, 많은 독자분들과 작가님들께 생일 축하를 받았습니다. 네임택 위에 '오늘 생일이니 축하해 주세요'라는 작은 글을 써뒀는데, 지나가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축하해 주셨어요.
몇몇 분들이 제 책 소개글과 본문을 읽어 보시다가 눈시울이 붉어지셨어요. "눈물 날 것 같아서 못 읽겠다." 하고 가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사인과 성함을 써 드릴까요, 하고 여쭤봤을 때 "○○ 암 동지"라고 써 달라고 요청해 주신 분도 계셨어요. 본인도 암을 경험하셨다면서요.
올해 진단을 받으셨다고 조심스럽게 공유해 주시면서 제 책을 찬찬히 읽으신 분도 계셨어요. 눈물을 멈추시지 못하셨고, 가만히 옆에서 기다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작은 선물을 드렸어요. 암은 보통 완치 기점을 5년으로 보는데, 그 5년 동안 한 달에 20페이지씩 나에게 쓰고 싶은 말들과 감정들을 담아, 완치 후 '나를 버티게 해 준 다이어리'를 선물로 드린 거예요. 그렇게 경험을 공유해 주신 분들께 드리려고 가져갔던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그 독자분이 다시 찾아오셨어요. 제 글을 다 읽고 눈물이 났지만 너무 감사했다고, 다이어리도 감사하다며 손편지를 세 장이나 써서 가져다 주셨습니다. 제가 뭔가 더 드리려고 챙기는 사이, 편지만 전해주고 훌쩍 가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제대로 못 드렸어요.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한 어르신은 제 책 제목을 보시더니 "작가님은 아니죠?" 하고 물으셨어요. "네, 제가 작가이고 제 이야기입니다!" 하고 말씀드렸더니, 설명을 들으시곤 "앞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시겠어!" 하고 인자하게 웃으며 가셨습니다. 친구분들께 선물로 보내겠다며 여러 권을 사 가시거나 택배를 부탁하신 분들도 계셨어요.
작년 가을 제주 북케이션위크에서 소중한 인연을 맺은 초희 작가님, 더돌스호텔 작가님, 그리고 제 대학교 동기 친구도 만났어요. 제 좌우로는 가랑비메이커 작가님과 유정 작가님, 멋진 창작물과 아름다운 책을 만드시는 분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그 사이에 제가 나란히 서 있을 수 있다는 게 감사했어요.
그리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제주 방송국에서 취재를 해 주셨어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긴장했지만,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신 덕분에 무사히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제주북페어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독자님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이번 제주북페어는 평생 잊지 못할 날이었어요.
제주북페어에서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요. 바로 다른 작가님들의 책을 자세히 볼 시간이 없었다는 거예요.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 덕분에 정신없이 부스를 지키다 보니,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거든요.
두 번째 날, 공식 시작 전 1시간이 주어지긴 했지만 작년 겨울 북케이션위크에서 뵈었던 작가님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따뜻한 인형과 그림을 창작하시는 더돌스호텔 정회 작가님, 그리고 제 책을 입고해 주신 머물다가게 책방지기님을 급하게 찾아뵈러 뛰어갔어요. 팸플릿에 동그라미 쳐 둔 다른 작가님들 부스로도 달려갔지만, 자리에 안 계셔서 뵙지 못했습니다. 마감 시간 즈음 오피스제주에서 우연히 뵙게 된 권진아 작가님이 예쁜 책을 선물해 주시고 가셨어요. 정신없이 마무리됐지만, 이웃 작가님인 윤정 작가님과 가랑비메이커 작가님의 책을 구매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제가 구매하고 선물 받은 책들을 소개합니다.
1. 〈초능력적인 사랑〉 아주 작고 귀여운 미니북이에요. 작지만 강렬한 이야기가 담겨 있고, 예쁜 미니 에코백에 함께 담겨 있었어요. 더돌스호텔 정회 대표님 부스에 들러 급하게 산 책인데, 〈비밀이〉 역시 정말 잘 디자인된 예쁜 책이었습니다.
2. 장유정 작가님의 〈나무로 가는 길 vol. 3〉 고민이 담긴 문장들이 그림과 어우러진 그림책이에요. 제 바로 옆 부스였는데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래도 서로 책을 나눌 수 있어서 작가님의 그림들을 가까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3. 가랑비메이커 작가님의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 〈오늘은 일기 말고 에세이를 쓰겠습니다〉 제 바로 오른쪽 부스였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구경하고 구매하시더라고요. 저도 꼭 사고 싶었는데 정신없이 지내다 마지막에 겨우 구매했습니다.
4. 권진아 작가님의 〈엄마의 브랜드〉 '엄마'와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예요. 원주에서 로컬과 브랜드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활동을 '엄마'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선물 감사합니다,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