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가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당신의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곳으로 간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전쟁으로 점철되어 왔습니다. 서로의 이익, 또는 생존을 위해 영역을 확장하고 세력을 확보하려는 싸움은, 물리적 폭력과 살인으로 점철된 과거의 전쟁부터 현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전쟁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지금 이 순간, 알게 모르게 어떤 전쟁터 위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제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 '전쟁'이라는 본질을 통찰하고 풍자하는 작품, 연극 <전쟁터의 소풍>에 대한 감상입니다. 창작공동체 아르케에서 제작하고 선돌극장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스페인 시나리오 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희곡 '전쟁터의 피크닉'을 무대로 옮긴 부조리극입니다.
연극 <전쟁터의 소풍>의 무대는 어느 전쟁터 한가운데, 홀로 참호를 지키는 병사 짜보와 옆에 있는 칼로 시작됩니다. 이때 갑자기 짜보의 부모님이 참호에 '피크닉'을 온 듯 나타나 가족 식사를 시작합니다. 심지어 적국의 병사 제뽀를 사로잡는 과정마저도 너무나 우스꽝스럽습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바로 이 '블랙 코미디'와 '부조리'에 있습니다. 혹독한 전쟁터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마치 공원에서 펼쳐지는 소풍처럼 연출되면서, 공간과 인물의 상황이 지닌 괴리가 웃음과 동시에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냅니다. 그들은 전쟁터에서 사진을 찍고, 식사를 하며, 음악을 즐기는 '괴랄한' 행동을 이어갑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전쟁터 참호나 공원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공간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전쟁은 어떤 개인적인 목적이나 목표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전쟁터의 소풍>은 코미디 속에 전쟁에 대한 거시적인 현상과 깊은 통찰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전쟁이 지닌 무자비함과 그 궁극적인 목적을 통해, 짜보와 그의 가족, 그리고 적국의 병사 제뽀와 같은 보통 사람들이 아무런 개인적인 목적도 모른 채 전쟁에 참여하는 미시적인 존재들의 아이러니함을 대비하여 보여줍니다.
그들에게 전쟁은 어떠한 개인적 이득이나 명분도 없습니다. 단지 상급자 또는 권력자들의 명령에 따라 '성실하게 전쟁을 수행하는' 소모품일 뿐입니다. 연극은 전쟁의 양상이 달라져도 그 본질적인 목적은 늘 개인이 아닌 권력 집단의 세력과 영역을 확보하기 위함이며, 그 과정에서 개인은 희생되는 소모품이라는 점을 날카롭게 나타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구절을 활용하여 '위대한 전쟁이면서도 잊힐 전쟁'이라는 은유를 사용한 것도 이러한 허망함을 강조하는 연출적 장치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위대함'만이 구전되고 기록되는 신화 속에서, 본질적인 희생은 잊혀지고 개인의 존재는 지워지는 비극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현재 우리가 지닌 이념, 다름, 갈등이 과연 개인을 위한 투쟁인지, 아니면 위정자들의 조정에 의해 발생된 전쟁인지 생각해볼 필요를 관객들에게 질문합니다. 블랙 코미디 속에 담긴 부조리하면서도 진중한 질문을 발견했을 때, 웃고 있던 관객들은 무대라는 거울 앞에서 현재 자신들도 각자의 '전쟁터에서 소풍을 떠난 것'은 아닌지 투영하게 됩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물리적인 전쟁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상에서의 첨예한 갈등, 혹은 비합리적인 경쟁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과연 무엇인지, 우리는 누구를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목적을 망각한 채 거대한 흐름 속에 이용되고 있는 것인지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연극은 웃음 안에 날카로운 가시를 숨겨, 우리가 망각했던 혹은 외면했던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하고 있는지를 질문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극 <전쟁터의 소풍>은 블랙 코미디가 지닌 부조리극의 목적성을 충실히 담아낸 작품입니다. 그 안에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동시에 날카로운 가시처럼 관객의 심장을 파고드는 진중한 질문들이 가득했습니다.
현재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개인의 목적이 상실된 수많은 물리적 전쟁과 가상 속 전쟁들 안에서, 우리는 과연 목적을 망각한 채 이용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귀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창작공동체 아르케가 던지는 이 질문에 대해 함께 사유해 보고 싶은 분이라면, 연극 <전쟁터의 소풍>을 꼭 한번 만나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당신의 웃음 뒤에 숨겨진 깊은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작성자 정보]: 은밀한 수집가, 丁火 丁海緣 드림
[질문]: 연극 <전쟁터의 소풍>을 보면서 당신의 '전쟁터'는 어디였고, 그 속에서 어떤 '소풍'을 하고 있었나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