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로저스의 '무조건적 존중'을 라이브 EDM에 담다!
“이건 판타지야.”
칼 로저스의 인본주의 심리상담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바로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입니다. 내담자 개인이 지닌 자기 이해와 자기 주도적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자원을 이미 자기 안에 가지고 있으며, 상담자는 그 자원을 활용하도록 대화를 촉진하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오늘 제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 철학적 개념을 뮤지컬 무대에서 독특하고 키치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 뮤지컬 <번 더 위치>입니다. 자기혐오와 거식증으로 자신을 극도로 통제하는 한 스타와 의욕을 상실한 마녀가 서로의 상호작용과 교류를 통해 자신을 직시하고 마음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죠. 낭만바리게이트에서 제작한 '작곡열전' 1탄에 해당되며, 작년 K-국제 뮤지컬 마켓에서 쇼케이스로 상당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라 본 무대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습니다.
뮤지컬 <번 더 위치>는 기존 대학로 뮤지컬의 공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와 흐름을 내포한 작품입니다. 눈길을 사로잡았던 요소들을 꼽자면 끝이 없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이머시브적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하고, 기존 창작 뮤지컬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라이브 EDM DJ 믹싱'이 공연 내내 극장을 채웠습니다. 여기에 사이버펑크 스타일의 다채로운 조명 활용과 미디어 아트가 더해져 강렬한 비주얼을 선사했죠.
인물과 서사 구조 또한 독특하고 '키치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마녀 마마와 그녀의 반려 거미 블랭크는 마치 미국 카툰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 과장된 외모와 예측 불허의 대사, 행동 방식을 보여줍니다. 톱스타 러브 스타웨이 또한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는 강렬한 존재감을 뽐냅니다. 이 모든 실험적인 요소들이 가미된 무대는,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창작진의 과감한 도전에 깊은 응원을 보내게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과감한 실험에는 리스크가 따르는 법. 뮤지컬 <번 더 위치>를 보면서 저는 독특한 맛을 지닌 시그니처 '괴식'을 접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유하자면 '청국장 드레싱 김치 아보카도 연어 포케'랄까요? 재료 하나하나는 분명 신선하고 개성 넘치지만, 이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조화는 아직은 '요리'라기보다는 '재료 나열'처럼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창작 초연인 만큼, 이러한 실험적인 시도와 기존 뮤지컬 문법 간의 '언밸런스함'이 취향에 따라서는 극에 대한 흥미를 좌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선함과 개성을 보편성과 적절히 맞추고자 많은 고심과 아이디어를 기울인 창작진의 노력은 느껴졌지만, 이를 객석에서 온전히 수용하기에는 익숙하지 않은 점과 다듬어지지 않은 콘텐츠적 요소들이 관객의 취향을 명확히 갈리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번 더 위치>가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강력하고 시의적절합니다. 작품은 마마와 러브가 서로에게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을 제공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직면과 수용, 그리고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한때 잘나갔던 마녀 마마와 그녀의 반려 거미 블랭크는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중, 자기혐오와 거식증으로 자신을 극도로 통제하는 톱스타 러브 스타웨이를 만나게 됩니다. 마마는 러브를 마녀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교류가 시작되죠.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과정 속에서, 러브는 자신의 진정한 감정과 욕망을 직시하게 되고, 마마 또한 잊어버렸던 자신의 삶의 원동력을 발견합니다. 이처럼 내면의 직면이 지닌 잠재적인 효용성과 함께, 사회적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는 수많은 '러브'와 '마마'와 같은 이들에게 응원과 성장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작품의 의도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면의 성장을 통한 트라우마를 판타지를 가미하여 신선한 접근을 시도한 점은 분명 인상 깊습니다. 그러나 극중 갈등의 무게에 비해 이를 해소하는 과정이 너무 판타지스럽고 손쉽게 해결되는 지점에서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의 깊이나 캐릭터들이 겪는 고뇌에 비하면, 갈등 해결 방식이 비교적 단순하고 갑작스럽게 이루어져 인물의 '소모성'이 느껴지고, 관객에게 충분한 서사적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는 실험적인 장르의 특성과 스토리의 균형을 맞추는 창작 초연의 어려움일 것입니다. 만약 이 판타지적 해결이 삶의 허무함이나 인간의 무력함을 표현하고자 한 의도였다면, 그 미학적 의미가 좀 더 명확하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뮤지컬 <번 더 위치>는 내면의 성장을 통한 트라우마를 판타지로 풀어낸 신선한 접근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괴식' 같은 경험을 선사할지라도, 이는 분명 K-뮤지컬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실험이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신나는 넘버와 관객 참여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공연을 즐기거나, 배우들의 색다른 연기와 끼를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은 분명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뮤지컬은 현재 사회적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 '이건 판타지야!'라고 외치며, 솔직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라고 속삭이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지도 모릅니다. 도전적이고 신선한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분들께, 뮤지컬 <번 더 위치>는 특별한 비트를 선물할 것입니다.
[작성자 정보]: 은밀한 수집가, 丁火 丁海緣 드림
[질문]: 뮤지컬 <번 더 위치>를 보면서 당신의 마음에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괴식'은 무엇이었나요? 혹은 당신이 생각하는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이란 어떤 모습인가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