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존에서 펼쳐지는 나의 '진짜 얼굴' 찾기

무한 반복되는 삶의 굴레, 그 안에서 외면하던 자신과 강렬한 자아 탐색

by 은밀한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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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가지 않아, 너란 트레드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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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내면 속에는 다양한 측면들이 드러나는 곳과, 한없이 어둠 속에 잠들어 드러나지 못한 채 존재하는 곳이 공존합니다. 우리는 보통 드러나는 면만을 '나'로 인지하며 살아가곤 합니다. 하지만 숨겨진 면을 부정하고 회피하면, 마치 '트레드밀' 위에서 쉼 없이 달리는 듯, 앞으로 나아가는 듯 보여도 결국 제자리걸음인 무한 반복되는 시련과 갈등을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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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내면의 명암을 직시하고 통합하여 진정한 자신을 발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던지는 작품, 뮤지컬 <트레드밀>입니다. 스튜디오 바이브스톤에서 2022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시작으로 발전시켜, 올해 2024년 링크아트센터 드림3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과연 나는 트레드밀 밖으로 나갈 용기가 있는가?' 하고요.



워싱존, 영속되는 반복 속 비틀린 자아의 발현

뮤지컬 <트레드밀>의 배경은 '워싱존', 즉 세차장입니다. '부모가 남긴 빚을 갚기 위해 오늘도 성실하게 초호화 스포츠카를 닦으며 반복적이고 무료한 삶을 살던 A'. '워싱존'은 그에게 고단한 노동의 현장이자, 끝없이 '씻어내고', '깨끗하게 위장'해야 하는 사회의 압력,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내면의 더러움'을 지우려 애쓰는 듯한 강한 상징성을 지닙니다. A의 삶은 마치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세차장의 솔처럼, 내면의 갈망 없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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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단골 고객 라일라의 스포츠카에 스크래치를 내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 난처해진 A 앞에 홀연히, 화약 냄새가 짙게 나는 미스터리한 인물 B가 나타나 스크래치를 해결하기 위한 강렬한 제안을 하면서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A와 B는 단순한 두 사람이 아니라,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던 A의 억압된 자아와, 본능을 해방하고 표출하려는 A의 또 다른 자아(혹은 알터 에고)**를 대비적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저는 공연을 보면서 영화 <파이트 클럽>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는데, 이는 인간이 함유한 내면의 복합성과 연결성, 궁극적으로는 통합성을 나타내는 방식이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내 안의 록 페스티벌: 라이브 세션과 조명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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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트레드밀>은 라이브 세션을 활용하여 선보이는 록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압도적인 현장감을 선사합니다. 워싱존이라는 주된 공간과 다양한 심리적 공간들은 오직 조명의 섬세한 활용을 통해 구현됩니다. 예를 들어, 억눌려 있던 A의 내면이 폭발하는 순간, 무대를 가득 채우는 붉은 조명과 록 밴드의 격렬한 사운드가 그의 분노와 갈망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증폭시킵니다. 어두운 푸른색 조명은 A가 자신의 그림자 자아에 사로잡히는 고립감을 표현하는 등, 조명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A의 심리적 여정을 따라 움직이는 중요한 서사 도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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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라이브 록 사운드와 조명의 드라마틱한 연출은 배우들의 에너지 넘치는 애드립, 연기, 노래, 춤, 그리고 파격적인 패션과 어우러져 종합적인 매력을 뿜어냅니다. 만약 뮤지컬 <백작>, <더 크리처>와 같은 독특한 분위기의 록 뮤지컬이나 배우의 다채로운 면모를 즐기는 작품을 선호하신다면 분명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의 흐름, 그 너머의 진실: 완전한 나를 향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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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드밀>의 스토리는 의식의 흐름 기법처럼 순차적인 서사의 전개보다는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펼쳐지는 A의 내면을 바탕으로 합니다. 때문에 처음에는 서사의 구조를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비선형적인 내러티브는 관객들이 A의 복잡한 내면세계와 무의식 깊이 숨겨진 욕망을 따라가며 그의 혼란에 동참하고, 동시에 '나'라는 존재를 깊이 성찰하도록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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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뮤지컬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자신의 내면의 다양한 명암을 직시하고 통합하여 완전한 자신을 발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만약 이를 통합하지 않고 부정하며 회피한다면, 우리의 삶은 '트레드밀' 위에서처럼 계속 반복되는 시련과 갈등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작품은 던집니다. 이러한 깊은 주제 의식은 트라이아웃 때보다 많은 개연성과 서사를 구성하며 더욱 단단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배우의 매력과 강렬한 질문, 미완의 성장통


뮤지컬 <트레드밀>은 좋은 라이브 세션,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커튼콜, 그리고 자기 내면에 대한 발견과 만남, 통합을 통한 강렬한 여정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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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일부 장면의 서사적 완성도와 개연성이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 그리고 갈등의 깊이가 다소 얕게 다가오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의식의 흐름을 따르는 전개 방식이 때로는 주제를 불명확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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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배우들의 폭발적인 매력과 '진정한 자신'에 대한 강렬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충분히 특별한 관극 경험을 선사합니다. 삶의 반복 속에서 외면했던 내면의 나를 만나고 싶은 분, 실험적이고 독특한 형식의 록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은 분이라면 <트레드밀>을 접해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당신 안의 또 다른 B가 깨어나는 경험을 할지도 모릅니다.



[작성자 정보]: 은밀한 수집가, 丁火 丁海緣 드림

[질문]: 뮤지컬 <트레드밀>을 보면서 당신의 마음에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내면의 또 다른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혹은 당신이 생각하는 '트레드밀 밖으로 나가는 길'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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