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요?" 우리는 약에 취해 사랑하는 걸까?

뇌 속 화합물, 이성과 언어, 그리고 진정한 감정

by 은밀한 수집가
“행복해요?”



사랑에 대한 수많은 표현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측정 불가의 무형의 감정인 '사랑'을 우리는 서로에게 전하고자 끊임없이 재단하고 측량하며 입과 행동으로 구체적인 규모와 수치를 나타내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학적으로는 뇌 속의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등 다양한 화합물이 호감을 가진 상대방과의 교류 속에서 연애 감정을 형성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KakaoTalk_20250705_051904019.jpg

그렇다면, 이 '사랑'이라는 화합물이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것과 외부 요인(예: 약물)에 의해 인위적으로 발생한 것을 우리는 동일한 '감정'으로 볼 수 있을까요? 오늘 제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 질문을 바탕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과 진정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 연극 <디이펙트>입니다.


약 혹은 진심? 임상 실험 속 '사랑'의 화학작용

KakaoTalk_20250705_051904019_01.jpg

연극 <디이펙트>는 영국의 유명 극작가 루시 프레블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며, 2012년 런던 초연 이후 여러 국가에서 공연된 라이선스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새로운 항우울제 임상 테스트 실험자로 참여한 코니와 트리스탄이 제한된 공간에서 만나 서로의 공통점으로 가까워지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들이 느끼는 강렬한 감정들이 과연 실제의 자연스러운 감정인지, 아니면 약에 의한 인위적인 감정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극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갈등입니다.

KakaoTalk_20250705_051904019_02.jpg

이 두 실험자의 관계를 통해, 임상 실험을 진행하는 로나와 토비 박사 역시 갈등에 휩싸입니다. 로나는 '현재의 감정은 약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형성된 것이므로 온전한 감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토비는 '약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감정도 결국 감정이며, 감정이라는 것은 본래 인간이 정의하고자 존재하는 개념일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칼 로저스의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개념처럼, 우리 안에 있는 감정을 온전히 존중해야 하는가? 하지만 그 감정의 근원이 불순하다면? 이처럼 작품은 항우울제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여과되지 않고 솔직하게 표출되는 감정의 화학작용을 우리에게 묻습니다. '과연 이 감정은 정말 온전한 감정인가?'


통제된 무대, 폭발하는 감정: 스크린 박스와 젠더 밴딩


연극 <디이펙트>는 인물들이 극의 서사에서 발생되는 갈등을 공감각적으로 입체적으로 전달하고자 독특한 무대 연출을 선보였습니다. 스크린 형태의 박스 무대와 무대 내부에 깊게 구성된 스크린 벽은 마치 투명한 실험실 안에 갇힌 인물들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통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인물의 내면 갈등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합니다. 이 박스 무대는 각 인물이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을 관객들에게 더욱 몰입감 있게 전달하는 강점으로 작용했습니다.

KakaoTalk_20250705_051904019_03.jpg

더불어, 이 작품은 2025년 세계 최초로 로나와 토비 역에 '젠더 밴딩(Gender Bending)' 캐스팅을 도입했습니다. '젠더 밴딩'은 단순히 성별을 바꾸는 '젠더 프리'나 '젠더 체인지'와 달리, 성별 변경을 통해 극의 내용이나 해석이 완전히 새롭게 각색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여성 토비와 여성 로나의 대립은 남성 인물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윤리적, 감정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채로운 캐스팅은 관객들이 여러 회차를 관람하며 같은 대사와 상황 속에서도 인물의 성별이 달라짐에 따라 새롭게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선과 해석의 변화를 경험하는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습니다.

KakaoTalk_20250705_051904019_04.jpg

이성과 언어를 넘어, 감정의 의미를 되묻다


우리는 마음속에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지만, 이를 표현하고 내뱉는 과정에서 이성과 언어로 인해 정제되고 여과됩니다. 그러나 <디이펙트>는 항우울제라는 촉매를 통해 여과되지 않은 솔직한 감정들이 화학작용처럼 격렬하게 표출되는 상황을 제시하며, '과연 이 감정이 정말 온전한 감정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KakaoTalk_20250705_051904019_05.jpg

로나와 토비의 팽팽한 논쟁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관객들 각자가 지닌 감정에 대한 의미를 되돌아보고 사유하도록 이끌어냅니다. 우리 각자가 마음속에 느끼는 감정은 왜곡되거나 변질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정확히 직면하고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연극은 이처럼 측정 불가의 감정인 '사랑'을 핵심 주제로 삼아,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고도 주관적인 경험을 통해 우리 감정의 진정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감정의 비정형을 직시하며


연극 <디이펙트>는 색다른 소재로 인간의 감정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질문을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뇌 속의 화합물과 사회가 강요하는 이성 사이에서, 감정의 비정형을 직시하고 온전히 수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합니다. 사랑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이라는 외부적 요인 외에도, 이성과 언어로 감정을 필터링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 또한 사랑에 있어 또 다른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KakaoTalk_20250705_051904019_06.jpg

정답보다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 사유하도록 만드는 <디이펙트>는 관객 각자에게 자신만의 '감정 사용 설명서'를 다시 쓰는 기회를 선사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사랑과 행복이 진정으로 '나의 것'인지 묻고 싶은 분들이라면, 연극 <디이펙트>를 꼭 한번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당신의 감정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KakaoTalk_20250705_051904019_08.jpg


[작성자 정보]: 은밀한 수집가, 丁火 丁海緣 드림

[질문]: 연극 <디이펙트>를 보면서 당신의 마음에 가장 큰 질문을 던진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당신은 '약에 의한 사랑'을 진정한 사랑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


제목을_입력해주세요_-001_(16).png


작가의 이전글당신의 '자유의지'가 이끈 <슬립노모어>의 기억 편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