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뒤 숨겨진 욕망과 초상권 침해의 그림자

교육 목적의 뮤지컬 <페이크북>, 기술의 발전이 낳은 범죄의 민낯을 직시

by 은밀한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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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칭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지난 10년간 디지털 기술과 생태계는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를 일으켰으며, 현재에도 재빠른 변화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러한 빠른 기술 발전과 환경의 변화 속에서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문제들이 야기됩니다. 이를 해소하고자 다양한 윤리 규정과 법 제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세상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딥페이크 범죄입니다. "사칭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라는 이 외침은, 딥페이크와 초상권 침해라는 범죄의 민낯을 고발하는 작품의 가장 직관적인 메시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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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인정과 성공을 위해 딥페이크를 사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뮤지컬 <페이크북>입니다. 2024년 프린지 페스티벌에 선정된 뮤지컬 <유앤잇>을 제작하며 꾸준히 자신들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EG뮤지컬컴퍼니에서 제작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우리 시대가 반드시 마주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디지털 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SNS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영심: 욕망이 빚어낸 범죄의 시작


뮤지컬 <페이크북>의 주인공은 영진 고등학교 방송반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영심입니다. 그녀는 화려한 SNS 인플루언서의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짝사랑하던 진규에게 공개적으로 차이는 아픈 경험을 선사할 뿐입니다. 좌절감에 빠진 영심은 우연히 SNS에서 발견한 유명 인플루언서 리아를 보며, 그녀처럼 인정받는 삶을 열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갈망은 리아의 사진을 도용하고, 나아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얼굴을 리아의 사진에 합성하는 초상권 침해라는 범법 행위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는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도피하고 싶은 현실'이 충돌하며 발생한 디지털 시대의 범죄 시작점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지방 공연이나 학교 등, 제한된 조명과 무대를 사용하는 극장의 특성을 고려한 듯했습니다. 상징적인 무대와 의상, 그리고 프로젝트 미디어를 활용하여 제한된 공간에서도 입체적인 무대 연출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앙상블들의 다양한 춤과 넘버는 극의 전환과 연결점마다 서사 진행을 구성하는 '기능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작품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억울한 피해자'? 흐려지는 개연성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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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페이크북>은 딥페이크와 초상권 침해의 심각성을 교육하고자 하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지닙니다. 그러나 교육적 목적을 위해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과 인물의 성격 묘사에서는 아쉬운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영심이가 처음 딥페이크를 시작하는 과정은 개인의 이익과 인정을 위한 '고의성'이 다분한 범법 행위로 그려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이 진행될수록 영심이 영리 이익을 얻고 누리며 딥페이크를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고소를 통한 법정 공방에서 자신이 '억울한 피해자'인 듯이 묘사되는 전개는 서사적 개연성과 설득력 면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묘사는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이나 행위자의 '책임'이라는 핵심적인 교육적 메시지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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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서사적 비약을 해소하고 영심의 심리적 변화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고자,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오마주한 복선을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앨리스의 환상적인 세계를 통해 영심의 심리적 혼란과 변화를 표현하려 했으나, 이 '문학적 허용'은 극의 전체적인 흐름과 메시지에 유기적으로 결합되기보다는, 다소 뜬금없고 연결되지 않는 장치로 느껴져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앙상블의 노고, 교육의 목적: 공공성을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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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서사적 개연성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앙상블들의 노고는 분명히 잊혀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앙상블들은 다양한 안무와 넘버를 소화하며 무대 전환과 극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들의 열정적인 에너지는 무대의 한계를 넘어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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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페이크북>은 딥페이크가 손쉽게 이뤄질 수 있는 범죄라는 점과 이를 통해 발생되는 사회적인 문제점에 대한 사례를 보여주면서, 디지털 범죄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자각을 전하는 점에서 교육적으로는 매우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 전달의 명확성, 주제의 시의성 및 공익성, 그리고 비교적 간결한 무대와 출연진 구성(앙상블 활용)은 공공성을 강조하는 지자체나 교육기관의 요구에 부합하는 장점들을 가집니다.


무대를 넘어, 디지털 윤리 의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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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페이크북>은 중요한 디지털 범죄의 심각성과 그 파급력에 대한 메시지를 창작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잘 담아냈습니다. 그렇지만 상업적으로 대중에게 큰 성공을 거두는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지원사업이나 공공기관에 더욱 적절한 성격을 지닌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볼 때, 향후 <페이크북>은 정규 공연의 형태로 관객들을 만나기보다는 지역 문예회관, 학교 등 국가지원사업을 통해 더욱 활발히 선보이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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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이면에 감춰진 그림자, 그리고 '사칭'이라는 사소해 보이는 행위가 얼마나 큰 범죄이며 타인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다시금 자각하게 됩니다. 기술의 발전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디지털 윤리 의식임을 이 작품은 강하게 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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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보]: 은밀한 수집가, 丁火 丁海緣 드림

[질문]: 뮤지컬 <페이크북>을 보면서 당신의 마음에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디지털 범죄의 민낯'은 무엇이었나요? 혹은 우리가 '건전한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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