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설(發說)
가치관부터 유머코드, 놀랍게도 모든게 잘 맞는 언니가 지나가듯 했던 말이 있다.
‘돈에 관심 없는 척 하는 사람들이 돈 더 밝혀,
대상이 돈이든 뭐든, 그게 뭐든.’
당신은 뭐 그리 뚜렷한 부정을 애정하시나.
왜 자꾸 손톱 사이 삐죽 삐져나온 거스러미처럼 사람을 아슬아슬 긁고는 도망가시나.
마치 주력 메뉴는 감추고, 영 모르겠는 낡은 간판 하나로 객을 유인하는 골목길 노포처럼, 당신의 의도는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야, 난 거기서 파는 김치찌개도 좋아한다.
내 입맛을 맞추려 한 시도라는 변명은 이미 예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나 역시 가차없이 비수들을 던진 채 도망가겠다. 이제 절대 뒤돌아보지 않으리라.
사실은, 사실은 앎을 알아서 비겁하다, 그건 너와 나의 고질적 어긋남이다.
쉽게 놓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의 마음.
마음은 실체가 아니지만, 마치 두 손에 빠듯히 쥔 모래의 이탈처럼, 스르륵 삐져나가는 것만은 너무나 가혹하다. 홀로 고개를 가로젓고, 그럴 리가 없다고 되뇌인다. 사랑에 있어 전진 일보, 태우려는 시도는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못하는 내 성격답게, 진부한 꼬리잡기는 우리 여기까지로 두자. 벌어지는 거리 속, 부지런함은 사치다.
어지럽게 후회할 바엔, 끊어내는 걸 택했다.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때 그 사람은 탁월했다. 당신은 또래에 비해 기민했다. 날카롭고 앞서나갔다. 그때의 앞서나감에, 난 또 이제와 공감하고 참회한다. 타인의 정답지를 너무나 일찍 훔쳐봐버린 나는, 지금에야 어두운 형벌 속에 놓였다. 기억을 다시금 꺼내 놓고, 필름을 인화하듯 소중하게 한 장면씩 복기한다. 그 후 남은 건 결국 또 불편이다. 탓할 것 없는 남을 한껏 탓해보고, 제자리에 눈치없이 앉아 적당한 핑곗거리를 확인한다.
인과응보, 이건 인과응보다.
혹은 ‘인’과 ‘응보’다.
참을 인 세번은 이미 굴레가 되어 ‘죄와 벌’로 돌아갔다.
애정과 후회는 정비례했다. 솔직함을 누구보다 원하던 나에게,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었다.
증명거리들을 몇 꺼풀 두껍게도 덮어놓고, 왜 대체 먼 길을 돌아돌아 파산을 택할까. 예상치 못한 대면이다. 늘 후회하는 길을 택하곤 후회를 발설(發說)한다.
예쁜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난 그가 밉다. 너무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