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쓰레기

발생(發生)

by still

Crush-


무심하게 폰을 침대에 떨어뜨렸다, 아 그렇지 폰을 건넸다-

너 번호 좀 찍어봐.

그도 참 자존심이 강하다, 싶었다. 그럼에도 다음을 기약하는 시그널을 보낸 건 그에게 난 발화發火 였기 때문일거다.

애써 듣지 못한 척 유유히 노래를 틀었다.

그것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와중에 그는 노래 제목을 물었다.

물음은 두 개인데, 결국 노래 제목만 읊조리게 됐다.

뭐 그렇게 됐다.

그냥 끝까지 예의가 없었다. 웃기는 노릇이다.

우리는 예의가 필요없는 사이지만 이렇게까지 무감하게 군 건, 내가 못된 년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난 참, 지멋대로다.


눈을 떴을 때 갑자기 이가 아프면 대개는 충치를 의심한다.

나도 그랬다.

충치라고 의심했다.

그리고는 병원엔 발도 디디지 않았다. 애초에 뽑아냈어야 하는데, 의심만 커진 채로 곪았다. 나답지 않은 행동들의 연속이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혼란이다.


아무런 교집합 없던 두 개체가 만났을 때, 충돌과 만남 그 사이 어딘가에서 답을 찾는다. 막상 되돌아보니 우린 그러면 안됐던 건데, 후회만 남은 사고와 행동은 참으로 기이하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밑바닥 조폭의 오른팔마냥, 기억의 조각들을 영원히 햇빛 한 점 못보게 산 채로 매장해버렸다.


보통 우리가 무게를 잴 때, 무거우면 아래로 처지기 마련이다. 딱 그 모양이었다. 커서, 마음이 커서 아래로 떨어졌다. 지독한 변명이다. 아니야, 나는 그래도, 그래도 당신에 대한 마음이 정말 커서, 어찌저찌 저울에 달아봤다. 무관하디 무관한 외부의 ‘아무거나’와 비견될 수 없다. 당신은 너무나 소중하다. 입가에 미소를 대롱대롱 매달고, 내 이야기가 어릴 적 어머니의 전래동화라도 되는 듯 귀 기울여줄 때면 난 행복하고 불행하다.


그날의 발생을 다시금 한바탕 찢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