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發話)
Small talk.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아- j시구나, 계획 정말 꼼꼼히 잘 짜시겠어요
아- 어쩐지! e이실 것 같았는데, 하하-
글쎄, 스몰 토크보단 스낵 토크에 가깝다.
마치 한 번 비닐을 뜯어 까먹고 버리는 주전부리처럼, 대화에서 기인한 여운 역시 하루를 넘어가지 않는다. 가볍게 던져보는 물음표가, ‘기억‘이라는데 전제를 뒀다면 음, 그쪽은 번지 수 잘못 찾아오셨다.
보통 내게 있어 대화는 장치다. 호의를 주워 담고, 또 그걸 재생산할 수 있는. 우리에게 한정된 시간 동안, 난 기꺼이 당신에게 최선을 다한다.
언젠간 누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정말 질문이 많구나, 너.’ 그는 그렇게 얘기했다. 이렇게 많은 양의 물음을 끌어다 마련하고, 제 손을 잡아 태운 여자는 내가 처음이랬다. 이게 뭐 별거라고, 그때는 내가 과하게도 건방에 익숙했다. 발화(發話)로 시작됐으나, 그 역시 누군가의 발화(發火)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다. 진심으로. 시작이 어찌되었던 나는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사람이 됐고, 다행히도 그 흔적은 여기 없다.
실수로 든 길은 가끔 우리에게 새로운 시야를 선사한다. 뭐 그런 말도 있지 않는가, 실수는 발명의 어머니라던지, 뭐 그런. 또 엄청나게 거대하고 거창한 결말은 아니지만, 나 역시 예상치 못한 대화에서 흔치 않은 유의미를 찾은 적이 있었기에. 가끔 흐트러진 실수에서 달콤함을 맛본다. 그리곤 또 다시 죗값을 치룬다. 복잡한 미로에 놓인 맹인처럼, 능하고 능했던 나는 이제 없을 예정이다.
기울어진 소통이라기엔, 난 한 발로 중심을 잘도 잡는 편이다. 언젠가는 그들과의 대화가 그리울 때가 올까.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무엇도 궁금하지 않다. 의욕만 앞서나간 고의는 팽창이다. 커지고, 커져서 결국 터져버린다. 이제는 새어나간 그 감정들을 쨍쨍 묶어서, 아무도 못 보게 저 멀리로 던져버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