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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 카포 Jun 12. 2023

정치에 대해 내가 생각한 모든 것들 part 2.

더 이상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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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패배 이유,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대한 수많은 칼럼, 인터뷰, 책이 존재한다. 민주당의 명시적인 패배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는 무려 28번의 부동산 정책의 역사적인 실패, 두번째는 이른바 조국 사태와 LH사태를 포함한 개혁 세력의 비도덕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의 강한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로 볼 수 있다. 여기서 3번째 이유인 한국 사회의 강한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는 문재인 정부가 피해를 본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불러일으킨 부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다. 쉽게 말해서 3번째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우선 그렇다면, 민주당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 여러 자료들과 오피니언들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선별하고 논리를 보충해서 내린, 민주당의 실패, 그리고 민주당에 대한 나의 지지 철회의 이유에 대한 나의 결론부터 말하겠다. 야당 9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민주당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사고방식을 버리고 아주 비합리적이고 위험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바로, "악당론"과 “지키자론”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에서 부패-선동-포퓰리즘의 비극적 순환이 시작되고 말았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형성되게 된 과정은 여러 비극적인 시대적 사건들과 강한 연결고리를 가진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그중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사건에서, 검찰과 언론 그리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모두 힘을 합쳐 이미 퇴임한 전 대통령에게 망신을 주고,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다. 결국, 전직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섰고, 얼마 안 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본인의 죄목이 아닌 가족들과 측근들의 죄였다는 것이 암묵적인 진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나는 이 사건이 한국 정치, 아니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최악의 비극을 만들어 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은, 엄밀히 말해서 민주당 지지층은 이 사건을 기점으로 강경화(强經化)되기 시작했다. 2009년 5월 23일의 그 사건은, 대한민국에게 일종의 정치적 참사였다.





2002년, 참여정부가 탄생한 대선을 설명하는 많은 단어들이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대역전극'이다. 단, 2~3%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던 노무현 후보가 "연설"이라는 정치의 핵심이자 본질적인 소재를 통해 빠르게 상승해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만들어내며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으로 불린 강력한 야당 후보 이회창,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고 완벽한 성공을 거둔 센세이셔널한 후보 정몽준, 여당의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던 이인제를 모두 제치며 대통령에 올랐으니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라는 말이 최근에도 선거를 할 때마다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정치 팬덤"의 탄생이다. 노무현의 엄청난 대역전극 뒤에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줄여서 '노사모'라는 노무현 팬클럽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노무현의 인격, 연설, 개혁적 성향, 그리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싸우는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보면서 기존의 정치인들과 다르고, 이 사람이 진정한 대통령 감이다라는 '자발적인 판단'으로 모인 팬덤이었다.


그 당시, 과거 학생 운동을 주도했던 20대, 30대의 젊은 세대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이때의 2030은, X세대라고 불린 70년대생들과 386세대라고 불린 당시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들이다. 196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부터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대한민국의 베이비부머 세대인 동시에, 대한민국 역사 상 가장 진보적인 세대이다. 이들이 대학을 다니는 시점인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전두환 정부와 가장 강력했던 학생운동, 그리고 6월 민주항쟁이 있었고, 그 이후에도 그 학생운동을 이어받아 노태우 정권, 그리고 3당합당까지 모두 극렬하게 반대했던 세대이다. 심지어는, 1997년 대선 이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 복귀를 선언하고, DJP연합이라는 단일화를 통해 첫 민주당 정권을 이루어냈을 때에도, 보수적 야합이라며 저항하고 반대한 세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IMF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이를 헤쳐나가기 위한 해법을 밝히며 자신의 인생의 철학이라고 밝힌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아주 개혁적으로 문제를 찾아나가되, 퇴로를 열어주고, 안정적이고 타협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말에서 “상인의 현실감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타협적 문제 해결을 주장하며 정부에 반대했던 세대 역시 이 세대이다. 그만큼 진보적인 세대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의 고착화된 체제에 변화를 꾀했고, 일부 성공하고, 일부 실패한 세대가 되어버린 세대이지만, 대한민국 정치사에 가장 큰 영향를 주었고, 지금도 전 세대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며 선거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기능하는 세대이다.


그렇게, 3당합당과, 타협적 문제해결, 중도정부라는 제도권 정치의 용어에 싫증을 느끼고 있던 이들에게 마치 혜성처럼 등장한 정치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이미 그는 유명한 정치인이었다. 고졸 출신, 판사 출신 인권 변호사, 5공화국(전두환 정부) 청문회 스타, 재벌 개혁의 아이콘이었고, 대선주자를 만들어내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에서 지역주의를 해소한다고 부산으로 출마한,그야말로 반 기득권, 개혁의 상징이었다. “제도권 정치”라는 것에 환멸을 느끼던 청년 세대에게, 노무현이라는, 과거의 행적부터 정치 활동까지 모든 면에서 가장 ‘정치인스럽지 않은 정치인’은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핵심적으로,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은 충분히 그들을 포섭할 만한 강한 연설 능력이 있었다. 그렇게, 젊은 세대는 노무현을 서로 밀고 당기면서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정권에게 정권 초기부터 놓인 과제는 너무나 현실적이고, 차가운 힘의 논리에 놓여 있었다. 많은 개혁들을 성공시켰지만, 이라크 파병, 한미 FTA 같은 굵직한 과제들을 두고 번번히 노무현 대통령과 지지층은 분열했고, 그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 당시까지 가장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으로 남아버리고 말았다. 김대중 정권과 똑같이, 현실적 문제 해결 방안이 젊은 세대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이념에 기초한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건드려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되는 결과를 맞고 말았다. 그렇게 부동산을 사기 힘들어진 젊은 세대들은 더욱 더 강도 높게 당시 정부를 비판했다. 이른바 '아마추어 정부론'이 이때 등장한 것이다. 얼마 전 칼럼들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진보 학계에서도 노무현 정권은 실패했으니 대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정부의 지지층도 이른바 '비판적 지지'와 신영복 당시 교수의 '성찰적 진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쉽게 말하면, 정부를 지지는 하지만, 현 정부에 일부 잘못이 있고, 우리 안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당시의 젊은 세대는 본인들이 만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분노와 정치가 만나면 얼마나 강한 시너지를 내는지 아는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도, 독일 나치의 히틀러를 만든 것도 바로 이 '분노'라는 정서와 정치가 결합한 것이다.


2004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집권 2년차를 맞은 지지율이 낮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시도한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의 여당이 잘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이 선거개입이라는 이유였지만, 그 속으로는 아마 지지율 낮은 대통령을 흔들어도 국민들이 오히려 좋아할 거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응은 한나라당의 생각과 달랐다. 국민들은, 특히 청년 세대는 잘하던, 못하던 간에 본인들이 만든 대통령을 어떻게 국회가 쫓아낼 수 있냐며 들고 일어났고, 바닥을 기던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은 크게 반등했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결과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안은 기각되었고,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은 6개당 체제에서 152석을 차지하는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었다(2020 총선의 더불어민주당 180석 이전의 가장 많은 의석, 당시 한나라당은 200석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탄핵에 대한 분노가 이 정도였다. 물론, 그 이후 다시 지지층과 대통령은 분열했고, 낮은 지지율과 정권 교체라는 결과를 맞았다.




그런데, 2008년 새로이 출범한 MB 정부는 검찰, 국정원, 그리고 언론까지 총동원해 '노무현'이라는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는 개인을 공격했고, 결국 검찰의 포토라인까지 세웠다. 그 뒤, 모두가 아는 그 사건이 일어났다. 탄핵에 대한 분노가 47석의 여당을 152석의 거대 정당으로 만들었는데, 동일한 인물의 죽음에 대한 분노는 어떨지 상상해 보기 바란다. 이는 대한민국 정치 판도를 180도 바꾸어 놓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대선에서는 "친노는 멸족이다"라는 자기비판이 무색하게 그의 친구가 대선에 나왔고, 8년이 지난 대선에서는 바로 그 그의 친구가 대통령이 되었고, 13년이 지난 뒤의 대선에서는 여야 모든 주자들이 '노무현 정신'을 외치며 선거운동을 하였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은 완벽하게 복권되었고,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직 대통령이자, 진보계에서는 기득권 개혁의 상징으로, 보수계에서는 타협과 서민 정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렇지만, 나는 이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을 지지했던 그 세대의 분노는 '악당론'과 '지키자'라는 두 가지의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어젠다를 던졌고, 대한민국 사회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수도 있는 극단적인 양극화 속으로 들어왔다. 죽음에 대한 분노는, 그 죽음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증오로 이어졌고, 그들이 모두 와해되기 전까지는 그 증오는 멈추지 않을 듯하다. 이 정치문화를 '팬덤 정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한 개인을 넘어선 이러한 지지층의 형태는 '팬덤'을 넘어서서 어떤 객관적으로 근거가 없다시피한 믿음과 신념에 기초했기 때문에 점차 종교의 영역으로 닿고 있다고 생각한다. '악당론'은 국민의 힘, 검찰 등을 악당으로 규정하고, 악당들을 궤멸시켜야 하는 논리이고, 이는 대한민국 기득권 전반을 겨냥한다. 대략적인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민주당과 개혁 세력에 반발하는 세력들을 대부분 악당으로 몰고, 그들에게 기득권을 빼앗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수정당-재벌-검찰-법원-보수 주류 언론 등이 모두 강하게 유착되며 연결되어 있고, 이들이 국민들의 눈을 속여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 다음이 틀렸다. 이들의 특히 언론에 대한 분노는 '뉴미디어'의 시대와 함께 '민주 언론', '민주 스피커', '진보 스피커'라는 이름의 새로운 미디어를 창조해냈다. 그 대표 주자가 바로 김어준이라는 언론인이다. 김어준과 그 주변인물들의 진영논리를 통한 상황 해석과 적절한 조작, 모략을 통해 민주 진영은 바로 그 상대편이 지난 수십년 간 해온 공작의 역사에 발을 담그았다. 군사 독재 시절, 그리고 그 이후까지도 국가 주도의 조작으로 민주 진영과 운동권 세력들이 얼마나 당했는가. 민주 진영은 그것을 갚아주기 위함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들이 그렇게 믿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그렇게나 비난하던 악당들과 같은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마치 보수정당이 6.25 전후의 북한에 대한 증오를 사용해 정적을 제거한 자유당 정부와 군부 독재 정권들처럼, 보수세력에 대한 증오를 조작과 음모론과 함께 폭발시켰다. 이 악당론은 결국 보수세력은 현재 우리 사회의 높은 위치를 모두 차지하고 있어 그들은 투표도 조작할 수 있고 (2012 대선 조작론), 천안함 (천안함 자작극설), 세월호 (세월호 고의침몰설) 같은 한국 국민들에게 트라우마 같이 남아 있는 사건들을 저지르고 조작할 수도 있고, 여성들을 돈으로 사서 미투 정도를 충분히 공작할 수 있는 나쁜 사람들이라는 극단적 악마화를 통해 위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합리적 의심'으로 포장하며 주장한다.





더 문제는, 이를 믿는 민주당 지지층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민주 진영의 강성 인사들이다.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음모론에 기초한 부정확한 사실과 무리한 해석 등을 민주당 지지층은 믿는다. 김어준을 비롯한 '범진보 스피커'들은 근거는 미약하지만, 그들의 '악당론'에 근거해서 '직관'과 '추리력'을 더해 사건의 이면을 다룬다. 그들이 생각하는 사건의 이면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당연히 돈을 쥔 재벌들이 맨 뒤에 서고, 그들의 영향 아래에 있는 보수정당, 보수정당과 재벌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검찰, 보수 성향이 가득한 법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벌의 소유 아래에 있는 언론들이 친일, 반민주, 권위주의, 재벌 중심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민주 진영을 악마화하고, 그들의 잘못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 진영의 인사들은 선거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 그런 방송에 출연하여 강경 발언을 서슴치 않으면서, 결국 민주당과 '진보 스피커'들은 하나가 되고 말았다. 결국, 악당론이 지지층과 '뉴미디어 시장'을 타고 민주 진영 전반에 뿌리 내린 것이다. 물론, 그들 중 진짜 악당도 있겠지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너무하다 싶은 음모론이다. 다음은 현재 김어준을 통해 시작된 음모론으로, 민주당의 인사들과 강성지지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믿고 있는 허무맹랑한 거짓들이다.


18대 대선 조작설


천안함 자작극설


세월호 고의침몰설


2022 민주당 대선 경선 신천지 개입설(강성개혁파 이재명 후보에 반대하기 위해서 이낙연 후보가 신천지를 경선에 끌여들였다는 주장)


조민 관련 옹호 논란 (증거, 점수, 판결문까지 무시하거나 조작하며 방송, 대학의 입학 취소)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배후 주장(당시 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횡령죄를 폭로한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가 보수세력에 의해 조종당했다는 음모론)


김경수 지사 판결 음모론(재판부가 보수성향이고, 삼성과 보수진영과 유착되어 증거를 김경수 지사 측에 불리하게 인정해 김경수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는 음모론 - 당시 대법관 4인 모두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였고, 재판에서 진보 재판관이 다수였음.)


미투공작설 +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채널A 사건 음모론 (채널A 이동재 기자와 검찰이 유착해서 선거를 유리하게 하려 민주 진영에 대한 편지와 녹취록을 들었다고 주장. 후에 녹취록 공개되었지만, 그런 내용 없었음. 그러자, 뒤에 '큰 조직'이 있고, 이들이 숨기고 있다고 주장.)


생태탕, 페르가모 음모론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 중 오세훈 시장 비리 관련 음모론)


윤석열, 김건희 X파일, 녹취록 음모론 (20대 대선 기간 중 김건희 여사 유흥업계 종사 음모론, '진보 뉴미디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후, 후에 레거시 미디어에서 검증 후 일부 파일들을 공개했지만, 어떤 범죄 행위나 유흥업계 관련 의혹 중 그 어떤 것도 사실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 불륜, 사생아 의혹





소위 '진보 스피커'라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음모론들을 주장한다. 이렇게 굵직한, 틀린 음모론을 레거시 미디어에서 했다면 진작에 퇴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뉴미디어의 특성상 그러지 않는다. 이른바 "합리적 의심", "본질을 꿰고 있다" "무학의 통찰"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이런 주장을 정당화한다. 자세히 들어보면, 정말로 "비합리"의 극치이며, 허술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어 '이용수 할머니 배후설'의 근거는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 할머니가 쓴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 냄새가 난다"였다. 이게 언론인의 주장이고, 이 주장을 못해도 대한민국의 약 20%는 일단 믿고 본다고 한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21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2020년 4월 8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당시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을 향해 "천박하고 주책없는 당, 저열한 정당, 토착왜구."라며 그야말로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을 하였다. 2020년 11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은 김경수 재판부를 향해 "억지 판결이다. 야비하다."라고 하기도 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집행정지 결정이 나자 "검찰과 사법의 법적 쿠데타"라고 하기도 하고, 조국 재판에서 정경심 씨가 법정 구속되었을 때에는 "기득권의 반격이다. 재판 이전에 결론이 나 있었다. 그게 유죄면 그 시절 부모들 다 감옥 간다. 검찰개혁에 대한 법원의 보복이다."라고 했고, 미투 때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작이다."라고 했다. 자신들이 싫어하고, 자기 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거대한 악마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사람들의 내면에는 보수세력과 재벌, 언론, 검찰, 법원 등등등등 대한민국의 권력층에 있는 '본인들이 싫어하는 사람들'은 마치 <어벤져스>의 빌런들처럼 일제시대 때부터 친일파 상류층으로 활동하며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방탕하게 살고, 국익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본인들의 기득권을 위해서라면 사람들을 선동하고, 사실을 숨기고, 민주 진영을 탄압하는 나쁜 짓을 서슴치 않는 하나의 집단인 것이다. 특히, 레거시 미디어와 검찰에 대한 이런 신념을 '언론중재법'과 '검수완박' 입법 시도 과정이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거를 진보와 보수의 정책과 인물 대결보다는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참된 시민'과 일제 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사회부패를 유지하려는 '부패한 기득권'의 투쟁으로 본다.



내가 국가를 배우고, 사회를 배우고, 정의를 배운 책을 쓴 매우 유명한 작가이자, 대한민국 진보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유시민 전 장관도 이와 같은 악마화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유감스럽기도 하다. 그는 채널A 사건과 한동훈 장관 관련 음모론을 제기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데에 대한 재판에서 사과문을 제출했다(후에 유죄 판결이 났다). 그 사과문이 참 인상 깊었다. 사과문에서 유시민 전 장관은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했다."라고 공개적으로 고백했다.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른바 '진보 스피커'들은 잘못된 사실인지 알면서도 "선동"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왜일까? 너무나 쉽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고, 그 믿음이 표가 되고, 후원금이 쌓이니까 그런 것이다. 제발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하나는 명심했으면 좋겠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과 사실이 다를 때에는, 믿고 싶은 것이 진실이 아니라 사실이 진실이라는 것. 이렇게 극히 당연한 사실을 왜 까맣게 잊고 있는가. 물론 유시민 전 장관과 다르게, 가장 영향력이 큰 김어준씨는 저런 사과문은 쓰지 않는다. 틀렸을 때 오히려 더 비범하게 나온다. "TV조선을 너무 많이 보신 것 아닌가. 무슨 조선일보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라고 한다.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다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라는 정치적 선동법의 아주 교과서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이런 레토릭은 편가르기를 통해 그 청취자 또는 시청자에게 다시금 악마론을 강화하면서, 자신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매우 심각한 궤변임에도 불구하고, 기저에 깔린 증오와 분노, 그리고 악마론으로 인해 이를 그럴 듯한 반론으로 여기게 된다.




진보 진영의 지식인들과 언론인들도 이러한 행태에 분명히 비판을 가하고 있다. 최승호 전 MBC 사장은 "김어준은 현상에 대해 '취재'하기보다 상상, 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치다가도 반박이 나오면 무시한다. 대중은 김어준의 이런 행동 방식에 매우 관대하다. 그는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 같다."라고 했다. 손석춘 교수는 "김어준 시사 프로그램은 노골적인 진영 방송이다. 그 결과 저널리즘은 쇼가 되거나, 희화화하고 있다."라고 비판했고, 진중권 교수는 "김어준 씨는 걸어 다니는 음모론이고 원래 음모론자들은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실이 아니라 상상의 왕국에 거주하는 자들이고, 상상력에 죄를 물을 수는 없다. 그저 그 황당한 판타지를 진지하게 믿어주는 바보들이 안됐다. 방송사에서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돈, 청취율 아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 허지웅은 "김어준의 문장은 선과 악이 대립하다가 결국 대체 왜 믿지 못하느냐라는 타박으로 끝을 맺는다. 여기에는 명백히 종교적인 선동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저항할 최소한의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시민의 힘 운운하는 건 당신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그러니까 '빠'가 되는 지름길이다."라며 비판했다. 한때 진보 스피커, 정치업자였던 주진우 기자도 "세상은 선악의 대결로 그려지는 만화도 게임도 아닙니다."라며 비판했다.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는 이러한 악마화를 비롯한 문재인 정권의 '아와 피아'를 가르는 정치, '운동론적 민주주의관'이 정권 교체의 주요한 이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분명히 있다. 민주당의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레거시 미디어에 출연하는 민주당 관련 인사들, 지식인들은 분명히 무엇이 잘못인지 안다. 그리고 때로는 비판을 가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주류는 이미 김어준을 비롯한 '진보 스피커'와 동일체가 되어버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총선이라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대표가 유튜브에 나와 욕설을 서슴치 않고, 이들이 찍은 사람들이 민주당의 대표부터 최고위원들까지 석권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1명을 뺀 모든 최고위원과 당대표가 '진보 뉴미디어'가 찍은 사람이 되었다. 민주당에서 강한 발언, 악마론에 근거한 강경적인 스탠스를 보이는 인사가 이런 '진보 뉴미디어'에 출연해 강경한 발언을 하고, '진보 뉴미디어'가 이들을 밀면 민주당에서 공천이 되고, 당의 높은 위치에 가게 된다. 강준만 교수는 이를 두고 "김어준은 그 자신이 정치평론가인 동시에 자신이 주도하는 무대의 '분위기'와 '맥락'을 통해 다른 출연자들의 발언에 영향을 미치는 독특한 플랫폼 사업자이기도 했다. 민주당 진영의 팬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주요 인물들의 강성, 과격 발언이 주로 김어준과의 대담 형식을 통해 나오는 것은 바로 그런 메커니즘 때문일 게다. 이른바 '팬덤 정치'에 강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김어준은 '팬덤 정치'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과 무언의 동맹관계를 유지했다."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결국, 민주당의 대부분의 당원들과 강성 지지층이 이제 '진보 뉴미디어'를 종교시하고, 실제 투표행위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도중 "윤석열, 한동훈 청담동 술자리"라는 조금만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주장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청와대의 대변인이었고, 현재 민주당의 대변인이다. 강준만 교수와 진중권 교수가 김어준을 각각 "증오, 혐오 본능에 불을 지름으로써 정치를 선악의 대결 구도로 몰아간 방화범"이며 "정치적 대무당"으로 설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분명히 "노무현 트라우마"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내가 2009년 5월 23일이 대한민국 정치에 참사와 같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이들이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고, 믿고, 악마화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이고, 일종의 범죄 행위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치 체제는 끊임없이 악순환을 낳는다는 것이다. 극단은 극단을 낳고, 보수 정당도 동시에 극단적으로 변하게 된다. 대한민국 정치 세력은 서로 "친일파"와 "주사파"라는 허상의 악마들과 싸우는 집단이 되어 버린다. 이미 어느 정도 그 단계까지 온 듯하다. 민주당의 지난 몇 차례의 전당대회를 보면 최소한 당원 및 지지층 투표의 절반 이상은 직/간접적으로 '악마론'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정치의 양극화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시민들은 선동을 당하던 당하지 않던 간에 점점 정치 세력 간의 다툼에만 집중하게 되고, 점점 민생과는 동떨어진 초현실적 정치 지형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정치가 누가누가 더 선동을 잘하는가를 따지는 스포츠의 영역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된다.






'악마론'과 함께 진보 스피커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지키자' 담론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의 트라우마가 짙게 깔려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시작으로 주변 인사들, 그리고 마침내 민주당 내의 강성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민주당의 지난 대선의 명백한 패배 이유로 지적 되고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그 대표 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 문화는 '팬덤 정치'의 고착화이다. 2002년 대선과 노무현 대통령이 '팬덤 정치'의 탄생이었다면, 2007, 2012년 대선은 그렇지 않았지만, 진보 정치업자 스피커들과 뉴미디어의 확산이 본격적으로 마무리된 2017년 대선에서 '팬덤 정치'는 부활하여 이전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고, 대한민국 정치에서 아마 없어지지 않을 문화가 되어버렸다. 민주당에서 '강경 개혁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마치 아이돌을 응원하는 것처럼 응원하고,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의 부정부패, 정책 실패까지 싸고 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과 '당내 강성파'들이 민주 진영 내부에서 절대적인 선으로 받아들여지고, 민주 진영의 분열이 노무현 정권의 실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까지 이어졌다는 과거로 인해, 민주 진영의 자성(自省)이 분열로 이어지고, 그것이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트라우마가 대부분의 다른 목소리의 침묵으로 이여졌고, '절대 선'은 종교화되고 말았다. 또한, 그 결과 '강성 지지층'은 같은 민주당 사람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른바 '수박론'(겉은 민주당이고 속은 보수정당이다)을 내걸며, '우리 안의 적이다'라는 논리로 입을 막아버리고 있다. 동시에 절대 다수의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당론으로 추진했다.(당론으로 처리하면, 선당후사라는 논리가 작동해 의원들의 반대를 정당 내 다수가 찍어누르는 경우가 많다.) 지도부의 강경함과 민주당의 단결성을 강성 지지층에게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겠지만, 이는 동시에 '다수당의 횡포', '다른 목소리의 부족'을 외부에 노출하고 말았다. 강성 지지층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는 행위는 이미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도덕성에 문제가 생겼다. 민주당은 "개혁 세력"이다. 1960년대, 70년대, 80년대 군사정부 시절부터, 2010년대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까지, 민주당은 항상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으며, 상류층의 부정부패와 신자유주의 체제 하의 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지적하며 대한민국의 차별 해소, 자유 인권, 권력 구조 개편, 포용 국가를 외치며 개혁을 외쳤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은 항상 '도덕적 우위론'을 내세웠다. 본인들은 부패하지 않았고, 다른 권력과 유착되지 않고 그 권력들과 싸우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미투 사태'에서의 민주당 정치인들의 잇다른 범법 행위 폭로, '조국 일가'의 범법 행위와 그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을 보면서 이른바 '내로남불'론이 대두되었다. 특히 '조국 사태'는 민주당의 정치인들이 이미 상류층이 되었고, 그들이 그토록 비난한 개혁 대상들, 그들이 악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나쁜 짓, 범법 행위들을 하면서 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위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민주당 지지층에게는 아주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었다. 조국일가의 입시 비리는 민주당 지지층이 아닌 그냥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국민 법감정과 크게 동떨어진 중대한 입시 비리이자, 범죄 행위이다. 여기서 민주당은 이른바 '진보 스피커'들에 기댔다. 그리고, '진보 스피커'들은 민주당 지지층들이 듣고 싶은 말들을, 음모론을 적절히 섞어가며 쏟아냈다. 민주당과 '진보 스피커'들은 여기서 "조국의 강"이라는 "팬덤 정치"의 극치에 빠지고 말았고, 여전히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에 대해 개인의 입시 비리를 진보적 가치를 위해 싸워야 하는 것으로 둔갑했으며, 모든 부모가 다 그런 식으로 했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여기서 민주당 지지층들이 만들어낸 신조어가 바로 '내가 조국이다'였다. 본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이라도 하는 것인가. 이렇듯 상류층의 탈법적 입시비리를 옹호하는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선하게 되었다. 동시에 이런 주장을 끝까지 믿고, 검찰과 법원의 검찰개혁에 대한 보복이라고 끊임없이 주장하면서 "내가 조국이다"를 여전히 외치고 있는 '진보 스피커'와 그런 민주당을 60%가 넘게 지지하는 '4050'들은 다른 세대에게 전혀 공감대를 얻지 못했고, 이 세대의 이미지는 "자신의 범죄, 비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운동권 세대", "위선적 기득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현재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자, 강성지지층은 '진보 스피커'들의 지키자와 악마론에 기초하여 조국에서부터 시작해서 박원순, 추미애, 최강욱, 이재명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억빠"를 하고 있다. 정치적, 도덕적 흠결이 있는 민주 진영 인사에 대한 무분별한 지지를 보내며 검찰개혁, 언론 개혁을 주도하는 민주세력이 검찰과 언론에 의해 이른바 '먼지털이'를 당해 없는 죄를 뒤집어쓰거나 조그마한 죄가 크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사실을 보지 않았다. 한 발자국만 떨어져서 보면 너무나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명백했는데, 그것을 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들이 원하는 소설을 써내려갔다. 결론이 궁금한가?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15개 혐의 중 12개에서 유죄를 받고 징역 4년형을 받고 구속되었고, 조국 전 장관도 1심에서 징역 3년이 구형되었다. 민주당 강성지지층들의 반응은 어떨까? 안 봐도 비디오다. "표창장 하나 가지고 어떻게 징역 4년이냐", "검찰이랑 법원이 짜고 쳤다."였다. 참담할 뿐이다.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민주당과 '진보 스피커'들은 '지키자'담론을 확립하기 위해 새로운 매커니즘을 완성했다. "도덕적 우위 균열 -> 진보적 가치 왜곡을 통한 정당화 -> 팬덤을 중심으로 한 과잉방어"의 반복이다. 특히, 피의사실을 부정하고, 수사기관, 피해자, 비판자들을 매도하고 공격하는 잘못된 강령을 계속해서 재생산하고 있다. 민주당의 팬덤 정치는 비민주적이다. 추앙과 추종이 가득하고, 절대선과 절대악이 존재한다. 민주당의 강성 개혁파들이 원하는 개혁에 브레이크를 걸거나,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당 내 민주주의가 없어졌고, 더 이상 민주당은 자유주의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워졌다. 당부터 개인을 허용하지 않는데, 사회 정책에서 어떻게 개인을 인정할 것인가. 여기서 민주당의 완전히 잘못된 실패들까지도 '억빠'한다. 적절한 합의가 없었던 검수완박, 그 과정에서의 위장 탈당, 비례 위성 정당, 실패한 부동산 및 경제 정책, 각종 범죄 행위들과 도덕성 리스크까지. 모두 검찰과 레거시 미디어, 기득권 세력들이 '메이킹'한 것으로 주장하면서. 개혁 인사이면 개혁인사일수록, 민주당 강성지지층은 빌런들과 싸우는 어벤져스의 슈퍼히어로로 만들어버린다. 그 슈퍼히어로들, 어떻게 되었는가. 맨날 억울하다, 검찰이 '메이킹'했다, 물증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밖에서 그렇게 당당한 민주화 투사같은 모습은 뒤로 한 채 검찰에 출석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재판에 가서 물증이 나와서 다 구속당했다.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 이후에는 더욱 심각해지고 말았다. 음주운전, 사적채용, 법인카드 유용 등 명백히 부도덕한 행위가 드러나 있는 상황임에도, 이를 싸고 돌려고 하는 움직임이 너무나 거세다. "일만 잘하면 됐지 뭐"라는 반응이 어떻게 민주당에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아는 민주당이 아닌 듯하다. 민주당은 이제 공개적으로도 더 이상 도덕적 우위를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반대 진영에서도 너무나 공격하기 편하게 되었고, 당대표가 '피의자'로 6건이나 수사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강성지지층과 진보 정치업자들은 여전히 '검찰과 언론이 메이킹했다.', '정적 제거다', '검찰공화국이다'라는 프레임으로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 누가 봐도 범법인 행위를, 법적으로 싸우지 못하니 정치적으로 싸우고 있는 상황이 비통할 뿐이다. "손가락 혁명군"부터 "개딸과 양아들"까지의 이재명의 민주당의 팬덤은 이전의 팬덤에서 가장 진화되고 가장 극단적이며 가장 폭력적이고 '반지성주의'만이 쏟아지는 팬덤이다. 민주당 강성지지층과 이재명 팬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최강욱 의원의 이른바 "짤짤이" 논란을 조금만 찾아보기를 바란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싸고 돌고 있다. 민주당 강성개혁파 '처럼회'와 바깥의 '진보스피커'들의 합작이다. 바로 저런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이 민주당을 이렇게 망친 이유다. 그리고, 이제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에까지 나오는 '처럼회'들의 한동훈 인사청문회에서의 만행들까지도 싸고 돌려고 한다. '악당론'과 '지키자'라는 뇌 구조 속에서 그 악당을 만나면 딱 저렇게 나오는 거다. '한국3M', '이모'의 김남국 의원부터 시작해서 이수진 의원의 술에 취한 듯한 질의 태도, 싸우려고 나온 듯한 최강욱 의원까지 보면 명백하다. 마치 "범죄와의 전쟁"에서 경찰들이 피의자 취조하듯이 호통 치고, '진보 스피커'들이 말하는 악당론을 국정감사나 청문회에서 주장하면, '진보 스피커'들이 그들의 방송에 불러주고, 한 마디씩 툭툭 던져주면서, 다시금 강성 발언들을 이어가게 되고, 이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의 지지로 이어져 결국 의원들이 그토록 원하는 공천과 가까워지게 된다.




팬덤 정치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불법 행위가 발견되었다면, 상식적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 범죄지?', '무슨 잘못을 했을까?'가 맞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그렇지 않다. '검찰이 증거를 압수해서 왜곡했다.', '언론이 만든거다.' 라는 말도 안되는 피해망상에 기초한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 주장을 또 그들이 신뢰하는 '진보 스피커'들이 다시금 해준다. 이른바 "사법이 썩었다.", "검찰이 썩었다.", "언론이 썩었다."로 '지키자' 프레임을 완성해낸다. 레거시 미디어는 '사실'을 보도한다. 그런데 그 '사실'에는 구멍이 나 있다. 당연하다.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이 구멍을 자신들이 편한 쪽으로 잇는다. 근거는 없고, 여기에 음모론이 들어가게 된다. 당연한 허구지만, 사람들은 너무나 믿기에 편하기 때문에 이것을 믿어버린다.




이 '지키자'론은 또 다른 완벽한 변형을 만들어냈다. 20대 대선, 민주당은 패배했고, 정권은 교체되었다. 가장 큰 책임은 역시 당연히 출마한 이재명 대표에게 있고, 송영길 당대표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은 이 책임을 자신의 '아이돌'에게 돌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조금만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패배 이유인 '조국 사태 이후의 '악당론'과 '지키자'', '부동산 정책 실패', 그리고 '이재명의 도덕적 리스크와 비호감도'라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이유를 돌고 돌고 돌려서, 결국 말도 안되는 결론에 이르렀다. "민주당의 비주류와 이낙연계가 선거 운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언론이 우리 편이 아니었다.", "악당들을 더 강하게 제어하지 못했다." 등의 이유를 제기했다. 이게 이유일 수는 있겠으나, 과연 저울에 올려놓았을 때 얼마나 큰 이유일까. 전체 이유를 놓고 봤을 때, 세 가지 이유 모두 Top 10에도 들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은 지금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만들었다는 세력이라는 업적을 팔아먹는 정치 장사꾼이 되어버렸지는 않은가. 반성할 때이다. 당 내의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도덕적 우위를 되찾아야 한다. 그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이 왜 포퓰리즘과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팬덤에 빠져 민주주의를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지, 서민과 소수자의 편에 섰던 민주당이 왜 계속해서 '다수의 횡포'를 일삼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이제 '지키자'와 '악당론'에 대한 설명을 멈추겠다. 앞으로도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계속될 것이다. 당 지도부와 지지층 모두가 이미 깊이 잠식당했기 때문이다. 혹시, 아직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면, 앞으로 민주당의 모습을 잘 지켜보길 바란다. 물론, 지금은 야당이기 때문에 여당 시절보다는 덜할 것이다. 민주당은 '필터버블(선택적 정보 노출에 의한 편향)'에 갇혀 있다. 여기에 도취되어 있는 동안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유권자들이 대다수 빠져나갔다. 현재 정부가 지지율이 저렇게 낮은 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으로 이 지지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너무 극단적이었고, '반지성적'이었다. 민주당의 당원, 지지층, 국회의원, 지도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 필터버블 밖으로 빠져 나와야 한다. 민주당은 더이상 독재정권과 싸우는 민주화 투사들이 아니다. 민주당이 아니라고 다 악당도 아니다. 제발 정신 차리자. 세상에 절대악은 없고, 동시에 절대선도 없다.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멈춰라. 본인들의 잘못에 대해 시스템의 잘못으로 둔갑하지 마라. 트라우마와 피해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주의는 비타협으로 수식될 수 없다.





민주당은 '자유주의-실용적 중도진보'라는 그 본질적 이념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음모론에 기초한 사고로 정치의 극단화를 기도하기 보다는 전 국민을 포용할 수 있는 대중정당이 되어야 한다. '권력 구조 재편'이나 '기득권과의 전쟁' 같은 운동권적 담론에서 벗어나서,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영국에서 '신노동당', '제3의 길'을 외치며 노동당의 전성 시대를 연 토니 블레어는 사회주의적이고, 극단적이었던 노동당을 복지국가의 개혁을 원하는 중간계급과 연합했으며, 사회적 시장, 이해관계 자본주의, '생산적, 적극적 복지', 규제철폐, 자유무역 확대 등 보수당의 정책 중 필요한 부분을 노동당의 정책과 합쳐 제 3의 길을 열어 10년이나 총리를 지냈다. 환경, 복지국가, 공동체주의 등 진보의 주요 가치도 잡고, 성장이라는 보수당의 가치도 잡는 접근이 국민들에게 통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시기가 분명히 존재했다. DJ 정권에서는, '신중도'라는 정책을 통해 IMF를 극복하기 위해 신자유주의적 접근과 복지 향상을 동시에 이루어냈고, 참여정부에서는 시민사회 강화와 한미 FTA 등 진보 정책과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필요할 때에 혼합해서 썼고, '성찰적 진보'라는 담론으로 항상 대화, 타협, 통합을 중시했다.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는 '대화와 토론'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 상호 혐오의 시대에 이르렀다. 세대 간, 남녀 간의 정치관이 너무나 현저히 다르고, 지지 정당이 다르면 완전히 서로 상대 정당을 악마로 보기 때문에,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보지 못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인플레이션, IRA, 부동산, 탄소중립, 블록 경제,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교육 등등 타협을 하고 여야가 서로 머리를 맞대도 해결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은 문제들이 산적해있는 이 시점에, 정치는 너무나 초현실적인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서로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기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대신 지금 한 푼이라도 더 쥐어주는 포퓰리즘에 힘을 쏟고 있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양대 진영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이재명과 윤석열의 비호감도가 소수점까지 똑같이 62.6%인 것을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이제 국민들은 너무나 이 악마화에 익숙해져서, 무엇을 하던지 "억빠"와 "억까"만 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민주당 지지자는 정부가 무엇을 하던지 간에 비판하고, 국민의 힘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무엇을 하던지 간에 비판한다. 안타까울 뿐이다. 국가가 너무나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렇게 싸울 때가 아니다. 또한, 20대의 절반이 무당층이라는 지표는 이런 정치 체제에 대한 혐오와 어찌 보면 정치에 대한 기대 자체의 실종과 중도층의 정치 포기선언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개헌이나 선거제 개편 같은 정치개혁이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물론, 지금과 같은 정치 지형과 국민들의 정치적 양극화으로는, 무엇을 하던지 간에 안된다.




민주당은 정말이지 제발 이전의 민주당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허상의 괴물과 싸우지 말고, 20~30%의 강성지지층이 아닌 100%의 국민을 바라보기를 바란다. 국민을 위해 대화하고 타협해서 우리 삶을 하나라도 좋게 바꾸어 주기를 바란다. 민주당이 존재하는 이유인 국민들, 그중에서도 특히 서민, 노동자, 소수자, 학생 등 민주당의 주요 정책들이 향했던 사람들은 더욱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통계가 말해주고,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예측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도 위의 사람들 아니겠는가.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과 별개로 종합적으로 정말 살기 힘든 국가라는 점은 '인구학적으로 자연 소멸 단계'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 잘 보여준다. 300년을 일해야 강남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는 흔해진 지 오래다. 이런 문제를 메인 이슈로 만들지도 못하고, 오직 자극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이슈만 찾는 정치권에 대한 조소와 힐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그만 '필터 버블'과 '음모론'에 기초한 왜곡된 사고 체계에서 나와서 '대화와 토론'을 해달라. 말로만 '민생정당'이라고 하고, 정치인들을 위한 이른바 '정치질'만 하지 말고, 진짜 '민생'을 위한 정당에 되었으면 한다. 정말 한때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희망이자, 나의 꿈을 이뤄줄 정당이라고 생각했던 한 사람으로써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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